"사실상 마지막"…일본에 소송 이용수 할머니 측 호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측 대리인단이 일본 사법체계에선 구제 가능성이 없다. 이 상황 속에서 과연 국가면제가 옳은가라며 일본의 국가면제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은 소송에 참여한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2017년 6월 열린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 관련 정보공개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더팩트 DB

"유엔 중재도 거부한 일본…국제기구 구제 가능성 없어"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측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국가면제론'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제15민사부는 20일 오후 이용수 할머니와 고 곽예남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4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할머니들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참석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현재 다른 나라의 재판권이 자국에 법적 책임을 미칠 수 없다는 '국가면제론'으로 소장을 반송하는 등 재판을 거부한다. 일본 측은 이날 재판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원고 측 대리인단은 유엔국가면제협약 제12조를 근거로 "피고 일본국이 주장하는 국가면제는 부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조는 자국의 책임으로 타국에서 사망 혹은 신체 상해가 생겼다면 타국 법원의 재판권에서 면제를 주장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대리인단은 "일본 역시 자국법에서 이 내용을 인용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일본에서 전쟁 성폭력 피해자가 제기한 소송이 11건이고, 그중 한국인이 4건이지만 구제된 피해자가 단 한 명도 없다"며 "일본 사법체계에선 구제 가능성이 없다. 이 상황 속에서 과연 국가면제가 옳은가"라며 국가면제론을 거듭 비판했다.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의 헌법 27조를 언급하며 "유엔 워킹그룹이 상설중재재판소를 통해 해결을 권고했지만 일본이 거부했다. 사실상 이 사건의 소송이 마지막 소송이다. 국제기구를 통한 구제 가능성도 현재 소진된 상태"라 설명했다.

대리인단은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의 회복과 이들의 절박성을 고려해 판결을 내려달라고 언급했다. /이선화 기자

또 다른 대리인은 "위안부는 인간의 자율성과 이동의 자유 그리고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 사실상 위안부는 노예 상태였다"라고 주장하며 일본은 유엔이 채택한 노예협약 등 여러 국제협약을 위반했다고도 주장했다. 1948년 유엔 총회에서 제정한 '세계인권선언'을 언급하며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의 회복과 이들의 절박성을 고려해 판결을 내려달라"고 주문했다.

대리인단은 '국가면제' 주장이 합당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국제법 전문가인 백범석 경희대학교 교수를 증인으로 요청했다. 백 교수는 다음 재판에 나와 증인신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고인 피해자 할머니들의 진술을 구술한 교수 1인도 추가로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신문 필요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대리인단은 "(증인으로 신청한 교수는) 당시 피해자의 고통과, 한국에 돌아와서 트라우마, 이분이 직접 본 것이 있어 진술할 시간이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며 다시 요청했다.

고 곽예남 할머니를 포함한 위안부 할머니와 상속인 20명은 지난 2016년 12월 일본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일본 정부가 우리 법원이 보낸 소장을 여러 차례 반송하는 등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소장과 번역본을 공시송달했고, 5월부터 송달 효력이 생겨 약 3년 만에 재판이 열리게됐다.

5차 변론기일은 7월 22일 오후 4시에 열린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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