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수사에 거짓진술" vs "사법판단 끝난 일"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유죄가 확정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핵심 증인인 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비망록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작지않다. 검찰의 강압수사 정황이 담긴 이 비망록을 놓고 정치권은 물론 검찰에서도 민감한 반응이 나온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일련의 사건(한 전 총리 사건, 검언유착 의혹)에서 검찰개혁 필요성을 뼈져리게 느낀다"며 "수사관행 문제에 구체적 단서가 있다면 시간이 지난 사건도 과거사 조사 등으로 정밀히 들여다본 바 있다"고 말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찰 강압수사 의혹이 제기된 한 전 총리 사건을 놓고 "일부의 잘못된 일탈행위인지 검찰 수사관행에 잘못이 있었는지 명백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뒤 나온 답변이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같은 자리에서 "의혹 제기 만으로 과거 재판이 잘못됐다고 비춰질까 염려된다"며 "억울한 재판을 받았더라도 누구라도 법 위에 있지않다. 재심에 따라서만 잘못된 판결인지 밝혀지도록 법에 규정됐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재심을 떠나) 검찰이 한 전 대표를 73회 소환해 피의자 신문조서는 5번만 작성하는 등 수사 절차가 굉장히 비정상적"이라며 "법무부가 확인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2015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최종 확정됐다.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줬다는 한만호 전 대표의 검찰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한 전 대표는 재판에서 진술을 번복해 1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과 상고심에서는 유죄가 인정됐다.
'뉴스타파'가 지난 14일 단독 공개한 한 전 대표의 옥중 비망록에는 검찰 진술은 추가 기소 위협에 따른 거짓말이었으며 당시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줬다는 진술은 무시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의혹이 증폭되자 한 전 총리 사건 수사팀은 적극 반박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한만호 전 사장의 비망록은 한명숙 전 총리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제출돼 엄격한 사법적 판단을 받았다"며 "당시 재판부와 변호인은 노트 내용을 모두 검토했으므로 새로울 것도 없고 아무런 의혹도 없다"고 일축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한 전 대표의 비망록은 검찰 진술을 번복하고 법정에서 악용하기 위해 허위 사실을 적어놓은 것"이라며 당시 재판부도 이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친박계 의원을 지목한 진술을 덮었다는 주장에는 "한 전 사장은 수사 과정에서 한 전 총리 외 다른 정치인에게 금품을 줬다는 진술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구치소 수감 중에 자신의 노트에 6억 원을 다른 정치인에게 줬다는 취지로 기재한 사실은 있으나 허위"라고 했다.
애초 이 사건은 2009년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인사를 청탁하며 5만 달러를 줬다는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이 시작됐다. 곽영욱 전 사장이 진술을 뒤집어 무죄 판결 가능성이 높았던 1심 선고 하루 전 검찰이 한신건영을 전격 압수수색한 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회사 부도에 따른 사기 혐의로 수감 중이던 한만호 전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제공했다고 진술했으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서는 "한 전 총리가 나 때문에 누명을 썼다"고 말을 바꿨다.
한 전 대표는 2016년 한 전 총리 재판에서 허위 증언을 했다는 혐의(위증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한 직후 57세로 사망했다. 한 전 총리는 이 사건을 놓고 재심을 청구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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