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끝' 보이는 조국 조카 재판…"익성이 코링크 지배"

사모펀드 키맨 조모 씨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 심리로 열린 자신의 공판에서 공소사실 대부분 익성이 코링크를 지배할 때 일어난 일이다. 제 죄가 될 줄 몰랐다고 밝혔다. 사진은 익성 회장 이모 씨가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조사를 받아 휴식을 취하기 위해 청사 밖에 나온 모습. /김세정 기자

"정경심에 준 10억도 익성 의견…억울해서 이 악물고 귀국"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변론종결을 앞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가 "공소사실 대부분 익성이 코링크를 지배할 때 일어난 일이다. 제 죄가 될 줄 몰랐다"고 밝혔다. 당숙모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와 얽힌 죄명이자 핵심 혐의인 '10억 횡령'도 익성의 의견을 참고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는 1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모 씨의 15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11일에 이어 조씨에 대한 피고인신문이 진행됐다. 검찰은 직전 공판에서 피고인신문을 마쳤다.

이날 이어진 변호인 측 피고인신문에서 조씨는 공소장에 기재된 범행 대부분 자동차 부품회사 '익성'이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를 지배하던 때의 일로, 자신의 죄가 될 줄 몰랐다고 밝혔다. 자신의 범죄라는 걸 몰랐기 때문에 증거인멸 고의도 없었다는 취지다.

조씨는 지난해 8월 5촌 당숙인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뒤 사모펀드 의혹이 불거지자 코링크PE 임직원에게 정 교수 관련 자료를 은닉·폐기하게 한 혐의(증거인멸 및 증거인멸교사)를 받는다.

이에 대해 조씨는 "(정 교수와) 코링크PE가 연관된 점들에 대해 답변을 준비한 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변호인이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관련 대응을 준비한 건가"라고 묻자 "네. 사실 그 때만 해도 죄가 될 줄 몰라서 (압수수색을) 대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공소사실 대부분 익성이 코링크를 지배하던 시절 일이라 제 죄가 아니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이 후보자로 내정된 뒤, 법무부는 코링크PE에 정 교수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코링크PE는 정 교수 동의를 받아 출자증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는데, 이후 언론에서 조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에 조씨가 코링크PE 임직원들을 시켜 정 교수에게 불리한 자료를 은닉·폐기했다고 본다. 조씨는 임직원들에게 이같은 지시를 한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정 교수와 그의 동생 정모 씨) 이름이 들어간 파일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했다.

당초 예정된 날짜보다 앞당겨 출국하는 등 해외 도피를 하려 했다는 의혹에도 "원래 제 아내와 계획하고 같이 떠난 가족여행이었다. 도피하려 했다면 목적지를 바꿨을 것"이라며 "저도 억울하고 해명하고 싶은 점이 많아 악물고 들어왔다. 그때 돈도 있었고 얼마든지 (한국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수사과정에서 가족과 지인에게 책임을 묻고 싶지 않고, 장시간 조사로 심신이 지쳐 검사의 질문에 무조건 "맞다"고 대답한 부분이 있다며 공범들의 가담 정도를 밝혀 달라고 호소했다. 조씨는 "처음 수사받을 때, 구속 초기에는 많이 억울했다. 저로서는 피해 회복을 하려 했는데…"라며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니 제 잘못은 인정하게 됐고 반성하고 있다. 지금은 억울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일으킨 죄에 대해서는 벌을 달게 받겠지만, 제 죄가 아닌 부분은 처벌받고 싶지 않다. 공범 등 시비를 가려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코링크PE가 인수한 WFM 자금 10억원 상당을 정 교수에게 수익으로 제공한 형태로 횡령을 저질렀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정 교수에게 빌린 돈을 갚은 것 뿐"이라고 거듭 밝혔다. 공소장에 따르면 정 교수에게 투자금 상환을 독촉당한 조씨는 음극재 특허권을 담보로 WFM에 13억원을 대여한 것처럼 송금받아 이 중 10억을 정 교수에게 줬다.

조씨는 정 교수에게 흘러들어간 10억원이 수익이 아닌 이자라면서도 'WFM 자금을 빌려 돈을 갚은게 옳은건가'라는 질문에는 "제 잘못이긴 하다"라고 답했다. 다만 "당시 코링크PE 자산을 생각했을 때 빨리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갚아야할 돈이니 부채를 빨리 상환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익성 측 의견을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외에도 허위 공시를 통해 주가부양을 시도했다는 혐의(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해서는 변호사 컨설팅을 거쳤다며 기존 변호인단 변론과 주장을 같이 했다. 회사 자금으로 고급 외제차 2대를 저가에 매입해 개인 용도로 쓴 혐의(배임·횡령)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대고 있는 유지비를 충당하려고 구입했다"며 "제 출퇴근은 물론 직원들이 차를 몰기도 하고, 회식 장소로 함께 이동할 때 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구입했다는 검찰 주장과 달리, 업무용으로 탄 일도 빈번했다는 취지다.

지난해 코링크PE 임직원들에게 자료 은닉·폐기를 지시한 행위, WFM 회사 자금 13억원을 대여인 것처럼 유용한 행위 등 사실관계와 범행을 인정한 일부 혐의들에 대해서는 "죄가 될 줄 몰랐다. 잘못했다. 깊이 반성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저 때문에 피해를 입은 분들과 회사에 (죗값을) 갚겠다. 최선을 다해 보상하겠다"고 강조했다.

사모펀드 키맨 조모 씨는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 심리로 열린 자신의 공판에서 핵심 혐의인 10억 횡령을 놓고도 익성 의견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검찰이 충북 음성군 익성 본사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들어선 모습. /뉴시스

검찰은 코링크PE 대표이사와 익성 회장·부회장 등 관련자들의 진술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를 제시하며, 조씨가 코링크PE를 실소유한 채 범행을 저질렀다고 분명히 했다. 정 교수 역시 '투자'(금전거래)한 자금의 사용처를 인지하고 있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코링크PE 경리 직원 고모 씨 컴퓨터에서 확보한 파일에 따르면 최종 결재라인은 조씨"라며 "코링크PE 대표이사 이모 씨는 피고인이 코링크PE 실소유주라 진술했고, 또 다른 이사 역시 조씨가 사내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실제 오너라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WFM 재무이사 배모 씨의 2019년 업무수첩에서 조씨가 '조 대표님'이라 표현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정 교수의 범행 가담을 입증할 근거로는 경리 직원 고씨의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한글 문서를 제시했다. 2016년 9월23일자로 작성된 '증자 제안 및 수락(계약) 여회장.hwp' 문서 파일에서 '여회장'은 정 교수로, 사내에서 회장으로 불릴 정도로 정 교수의 영향력이 컸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이날 검찰은 "코링크PE 대표이사 역시 '여회장'은 정 교수고, 회사 자금을 대주고 있다고 증언했다"고 역설했다.

재판부는 당초 5월중 변론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변호인의 구치소 접견이 어려워지며 다음달 2일 결심 공판을 열기로 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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