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 '분주'…학부모는 감염, 수험생은 수능 걱정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파장으로 등교를 앞둔 고3 학생들과 학부모, 교육당국의 고민이 깊다.
지역감염이 이어지는 만큼 등교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교육부는 입시 일정상 더이상 등교를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팩트>는 고3 학생들의 등교개학을 하루 앞둔 19일 교육 각계의 현장 목소리를 들어봤다.
일선 학교들은 등교수업 운영 방식과 나름의 방역 지침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전남지역 한 고등학교 교장은 "아이들이 등교할 때 어떻게 열감지를 할지부터 어떤 방식으로 1m 거리 유지해야 하는지 등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메뉴얼을 만들고 있다"며 "수업과 방역감독을 동시에 준비하느라 손이 모자라 교감까지도 직접 나서야 할 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솔직히 교육부가 제시한 학생 간 1m 거리 두기를 완벽하게 지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고2까지 나오기 시작하면 음악실이나 과학실 등 특별실을 활용해 분반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
세종시 소재 한 인문계열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A 교사는 "학교에서 계속 (방역 관련) 회의만 하고 있다"며 "우리는 교육 전문가지 방역 전문가가 아닌데 이걸 현장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면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에서 무슨 '미러링 수업'을 대책이라고 내놓은 걸 보긴 했는데, 이 곳은 입시학원이 아닌 학교다. 그렇게 하려면 왜 등교를 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차라리 수능연기를 염두에 둔 '9월 학기제'가 돈은 조금 더 들지 몰라도 모두에게 득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학생과 학부모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판교에 사는 고3 수험생 선모(19) 군은 "학교를 안 가니까 더 불안해 차라리 가는게 낫다. 오히려 이렇게까지 된 바에 수능을 조금 연기해줘야 우리들도 부담을 약간 덜 수 있을 것 같다"며 "부모님은 코로나를 걱정하지만 우리는 당장 닥친 수능이 더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박모(49) 씨는 "이태원 사태가 아직 진행 중인데 교육부에선 왜 이렇게 무리해서 개학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며 "딱히 뾰족한 (방역에 대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애들을 한 군데 몰아넣는건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학교는 밀집도가 어느 집단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데 등교를 강행하는 것은 집단면역실험을 시행하는 것과 같다"며 교육부를 비판했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생각보다 늦다고 하지만 광범위한 지역 사회 감염으로 번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이 심각성을 나타내주고 있다"며 "교육 당국이 격일제, 격주제 등을 통해 고3 등교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학교에서는 방역 지침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여러 우려에도 교육부는 등교와 대입 일정을 그대로 강행하기로 했다.
이태원 클럽에 따른 학교 교직원의 감염이 많지 않은데다 등교가 다시 한번 연기될 경우 대입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8일 오전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종식될지 모르며 가을 재유행까지 언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고3 학생들의 등교 등 일상을 계속 멈춘 채로 살아갈 수는 없다"며 교육부의 입장에 힘을 들어줬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교 3학년 등교수업 대비 학생 분산 방안' 브리핑에서 "등교수업을 무기한 연기하기보다 방역 조치를 철저히 하면서 개시해야 한다"며 "고3은 여러 일정 때문에도 그렇고 등교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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