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심사 미국행 저지 노려…검찰 기소 가능성 낮아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세계 최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25) 씨가 아버지에게 고발당했다. 중형이 예상되는 아들의 미국 송환을 막기 위한 전략이 실제 통할 가능성이 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손 씨의 아버지는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에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아들 손씨를 고발했다. 아들이 자신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로 가상화폐 계좌를 개설해 범죄수익금을 은닉했고, 할머니의 병원비를 범죄수익으로 지급해 할머니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이다.
아직 한국 법원에서 판단하지 않은 '자금세탁' 혐의를 국내에서 처벌받도록 해 아들의 미국 송환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범죄인 인도법 제7조의 '인도 범죄에 관해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이 계속 중이거나 재판이 확정된 경우'라는 단서를 노렸다. 재판 중인 혐의는 범죄인을 인도할 수 없다.
국내에서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유죄를 받으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미국의 경우 연방 형법 1956조항에 따라 최장 20년의 형과 50만 달러 또는 관련 금액의 2배 가운데 큰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해 비트코인으로 4억 원이 넘는 수익을 챙긴 손 씨가 미국으로 송환된다면 국내보다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앞서 손 씨의 아버지는 "미국으로 다시 재판을 받으러 간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자금세탁과 음란물 소지죄만 해도 (징역) 50년, 한국 재판은 별개라고 해도 100년 이상인데 어떻게 사지의 나라(미국)로 보낼 수 있겠느냐"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제출했다. 직접 아들을 고발해서라도 처벌 수위가 낮은 국내에서 형사처벌을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고발이 손씨 측의 생각과 달리 실제 범죄인 인도 심사에 영향을 끼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범죄인 인도 심사는 청구된 지 2개월 안에 매듭을 져야 한다. 법원은 늦어도 6월까지는 손씨 인도를 허가하거나 거절해야 하는 것이다. 손씨 아버지의 고발 건이 영향을 주려면 검찰이 6월 이전에 기소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검찰은 고발된 사건을 3개월 이내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강제력은 없다.
실제 검찰이 기소를 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손씨 측은 검찰이 이 혐의 기소를 회피했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이미 국내에서 기소가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범죄수익은닉은 친고죄가 아니라 고소와 고발이 없더라도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손 씨 아버지의 고발이 새로운 변곡점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승재현 위원은 "아직 우리나라는 비트코인에 관한 법률조항이 없다. 아버지 개인정보로 비트코인 계좌를 연 것은 개인정보법 위반은 될 수 있지만, 범죄수익은닉이 되는지는 살펴봐야 한다"라며 "기소를 하려면 유죄판결을 받기 위한 공소 유지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 덧붙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 역시 "아버지의 '눈물겨운' 부정(父情)이지만 검찰이 기소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없다"고 말했다.
손 씨는 2015년 7월부터 약 2년 8개월간 IP 추적이 불가능한 '다크웹'에서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하며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20만여 건을 배포했다. 음란물 유포로 4억 원의 이상의 수익을 올린 손 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친 상태다.
그러나 미국 워싱턴 DC 연방 대배심원이 손 씨를 아동 성 착취물 배포와 광고, 국제자금세탁 등 9개의 혐의로 기소했고,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송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서울고검은 지난달 27일 만기 출소를 앞둔 손 씨를 재구속한 뒤 법원에 범죄인 인도 심사를 청구했다.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정문경·이재찬 부장판사)는 오는 19일 손 씨의 미국 송환을 놓고 인도심사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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