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준 머니백 대표변호사 인터뷰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사람 사이 접촉 없이 업무와 소비생활을 하는 '언택트'(비대면) 시대가 막을 열었다.
국내 법조계도 예외는 아니다. 변호사 사회에서 '비대면 법률서비스' 확대를 주도하는 박의준 법률플랫폼 '머니백' 대표 변호사는 대법원 숙원 사업인 차세대 전자소송시스템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가 도입되면 엔지니어가 강점인 한국의 특성을 살린 세계 최고 수준의 '리걸 테크' 구축도 멀지 않았다고 본다.
박 변호사는 지난 21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한 비대면 지급명령과 민사소송 서비스에 이어 비대면 가압류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떼인 돈을 받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크게 세가지다. 상대방 주소와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인적사항을 아는 경우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해,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지급 판결이 확정된다. 머니백이 지난해 1월 비대면 서비스를 개시하며 가장 먼저 발들인 제도다. 채무자들이 독촉할 때는 아랑곳하지 않던 채권자들이 법원에서 날아온 명령장 한 장에 돈을 갚는 일이 많아, 지급명령을 신청한 의뢰인 대부분이 만족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방법은 민사소송을 제기해 돈을 받는 방법이다. 이달 1월부터 개시된 민사소송 서비스는 채무자 인적사항을 몰라 지급명령을 신청할 수 없었던 의뢰인들을 위해 개발됐다. 소장 작성, 사실조회, 공시송달, 변론기일안내, 판결문 제공까지 재판 관련 절차를 자동화해 소송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문제는 재산을 빼돌렸거나, 파산 등의 이유로 채무자들의 수중에 돈이 없는 경우다. 이런 경우 법원의 지급 판결에도 채권자들은 돈을 돌려 받을 수가 없다. 현행법은 이를 대비해 상대방의 재산을 묶어 두는 가압류 절차를 두고 있다. 이때 채권자들은 가압류 청구 경위와 상대방 재산을 보전할 이유를 법원에 소명해야 한다. 법원이 재산을 묶어둘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면 가압류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5월부터 시행할 비대면 가압류 서비스는 '알파고'에 사용된 딥러닝 기술을 도입해 법원 결정을 예측할 수 있게 했다. 박 변호사는 "많은 데이터들을 모으기도 했지만, 딥러닝 특성상 사람의 뇌구조와 비슷해 학습한 데이터들을 스스로 응용하기도 해서 기하급수적 수치의 데이터가 축적된 상태로 적중률이 높다"며 "노련한 법관이 소장을 받아 들면 결과가 뻔히 보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이 2024년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구축에 돌입한 차세대 전자소송시스템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가 도입된다면 이같은 비대면 법률 서비스는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2500억 가량의 예산을 투자한 이 시스템은 사법정보 공개체계 혁신과 디지컬 법원 실현을 골자로 삼는다. 법원과 연동되는 정보가 늘어날수록 머니백과 같은 서버 개발이 활발해져 의뢰인들은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받고, 한국 법률 시장은 수천억 가치의 리걸 테크를 생산·수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 변호사는 "API만 도입된다면 재판 관련 사무는 사실상 100% 자동화가 가능하다"며 "사실 어떤 서버를 개발한다는 건 결국 예산 문제인데, 정보 연동의 길만 열려도 더 편리하고 안정화된 서버 개발에 몰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박 변호사는 "비대면 서비스 중 한 번도 기본 적 없는 지역의 의뢰인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법원이 자동화될수록 법률 서비스를 받기 힘든 지역민들까지 양질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나아가 엔지니어가 강점인 한국의 특성을 살려 미국 로펌 시장 부럽지 않은 한국 법조계만의 '리걸 테크'를 개발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ilrao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