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개학은 5주 연기…수능은 왜 2주만?"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상 초유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로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에 빠졌다.
교육부는 31일 개학 연기로 미뤄진 대학 입시 일정을 발표했다. 올해 11월 19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수능은 12월 3일로 2주 연기됐다. '모의 수능'인 6월 모의평가 역시 6월 4일에서 2주 연기된 6월 18일에 치러진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을 연기한 것이 수험생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놓고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렸다"며 "하지만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수능 연기 가능성이 최근 언론 등을 통해 나온 터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걱정은 크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박모(49) 씨는 "학사일정 자체가 전부 미뤄졌기 때문에 수능 연기는 당연한 것 같다"면서도 "아이 입장에서는 학교를 다니며 빡빡한 일정으로 상대적으로 재수생에 비해 불리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성남에 사는 김모(48) 씨 역시 "교육부에서도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내린 판단이겠지만, 미뤄진 개학만큼 수능도 연기하는게 더 나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고3 딸을 둔 학부모 이모(52) 씨는 "어차피 다 똑같은 조건인데 2주를 연기하든 한 달을 연기하든 그건 중요치 않다"며 "괜스레 흔들릴 수 있는 이런 상황에서 부모라도 중심을 잡아야 애도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학부모들의 절반 가까이는 수능을 4주 이상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이 발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3864명의 학부모 가운데 수능을 4주 이상 연기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41%(1583명)로 가장 많았다. 2∼4주 연기해야 한다는 학부모는 26.8%(1036명), 1∼2주 연기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9.8%(377명)였다. 수능을 연기하지 않고 예정대로 실시해야 한다는 학부모는 8.2%(315명)에 불과했다.
고3 수험생들은 변경된 대입 일정이 다소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판교에 사는 고3 수험생 선창훈(19) 군은 "학교 공부를 하면서 수능까지 대비하는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개학은 5주 이상 연기됐는데 수능은 왜 2주밖에 연기 안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산의 모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A 교사는 "고3 수험생에게 2주라는 기간은 재수생들과 비교하면 거의 두 달의 수험 기간이라고 보면 된다"며 "뉴스를 본 아이들이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카톡(카카오톡)을 보내와서 '걱정말라'고는 했는데 솔직히 걱정된다"고 했다.
반면 재수생들은 무덤덤한 입장이다.
집에서 인강을 보다가 수능 연기 발표를 들었다는 재수생 윤모(19) 양은 "수능이 미뤄졌다고해서 수험생들이 딱히 유리할 것도 또 불리할 것도 없지 않느냐"면서도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봐야 하는 고3들이 조금 힘들 것 같긴하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모 재수기숙학원 원장 B 씨는 "수험생에게 있어서 변화는 무조건 나쁜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재수생들이 조금 유리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 시험을 잘 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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