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돌도 안 된 아기 방치해 숨지게 한 부부 감형 왜?

생후 7개월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어린 부부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이들이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인천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오는 모습. /뉴시스

피고인만 항소해 예견된 감형…검찰 "상고 적극 검토"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생후 7개월 난 딸을 집에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은 어린 부부가 항소심 재판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범행수법 등 양형 사유에 대한 판단이 다소 달라져 형량이 절반 가량 감경됐다. 앞서 뚜렷한 이유없이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아 '실수' 논란을 빚었던 검찰은 따로 자료를 내 해명하고 "상고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필적 고의와 잔혹한 범행수법은 모순"

26일 서울고법 제13형사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살인 등의 혐의로 1심에서 법정구속된 아이 아빠 A(22)씨와 엄마 B(19)씨 부부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A씨에게 1심보다 10년 줄어든 징역 10년형을, B씨에게는 단기형이었던 징역7년을 각각 선고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아빠 A씨에 대해 징역 20년, 소년범이었던 엄마 B씨에게는 징역 장기 15년~단기 7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이 아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그대로 방치하고, 아이가 홀로 고통 속에 죽어가던 중에도 해수욕장에 놀러가거나 음란 사이트에 접속하는 등 범행 수법이 잔혹하다는 이유다. 또 죽은 아이를 발견했음에도 시신을 거두지 않고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아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미필적 고의는 인정하면서도 범행 수법이 잔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잔혹한 범행 수법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 1심 양형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적 행위가 없음이 전제되는 미필적 고의와 범행방식의 잔혹함은 상호모순이라는 취지다.

또 사건 경위와 피고인들의 불안한 성장환경 등도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됐다. 아빠 A씨에 대해서는 "B씨 양형과도 비교해 봐야 한다"고도 봤다. 두 사람이 함께 저지른 범행이고, 재판 도중 B씨가 성인이 돼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판단이다.

◆1·2심 모두 인정한 미필적 고의…"아이 살릴 기회는 많았다"

당초 이들은 아동학대치사죄로 구속·송치됐으나 검찰은 이들의 죄명을 살인으로 바꾸고 사체유기죄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를 더해 재판에 넘겼다.

직접적으로 살인 행위를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행동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것을 예견했다는 '미필적 고의'가 재판의 쟁점이 됐다. 부부는 아이를 방치한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죽을 줄 몰랐고, 서로 돌봐줄 줄 알았다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선고 형량은 다르지만 원심과 항소심 재판부 모두 이들의 행위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임을 인정했다. 사건진행 과정을 보면 부부는 방치된 아이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는 걸 두 눈으로 봤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황이 나타난다.

사건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만 21세, 만 18세였던 어린 부부는 딸과 인천 모처에 둥지를 틀었다. 남편의 외도와 잦은 외박으로 부부 사이는 점점 벌어졌고 같은 해 5월25일, 부부는 아기와 반려견 2마리를 집에 두고 나갔다.

다음날 집에 들어온 엄마 B씨는 개가 할퀸 상처로 가득한 딸을 봤다. B씨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딸을 어떻게 할거냐", "내 알 바 아니다" 등의 대화를 나눴다. 아빠 B씨 역시 그 다음날 중고 거래로 냉장고를 팔기 위해 집에 들어왔다. 3일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보살핌도 받지 못한 조 양은 울고 있었으나 B씨는 냉장고 사진만 찍고 나갔다.

5월31일 방치 6일째. 집에 돌아온 부부는 사망한 딸을 봤다. 아빠는 딸의 시신을 종이로 만들어진 라면 박스에 넣은 뒤 집을 떠났고 엄마도 짐을 챙겨 나왔다. 조 양의 시신은 이틀 뒤 외조부모가 발견했다. 부검을 마친 아이의 장례는 부모의 배웅없이 치러졌다. 조 양의 사인은 고도의 탈수 및 기아였다.

이 사건 피고인들은 1심 선고 하루만에 항소했지만, 검찰은 그러지 않았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남용희 기자

◆항소 안 한 검찰, 실수인가 판단인가

이들의 감형은 예상된 일이었다. 현행법상 검사가 항소하지 않으면 항소심은 원심 선고 형량 이상의 형을 선고할 수 없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 대해 윈심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형사소송법 제368조) 이를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이라 한다.

올해 성인이 된 엄마 B씨는 1심에서 장기15년~단기 7년을 선고받았다. 만 18세 이하 소년범에게만 적용되는 형벌로 수형 생활 태도 등을 고려해 최대 7년까지 감형될 수도, 15년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항소심 재판부가 B씨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무거운 형은 7년형이 됐다.

모든 형사사건에 대해 검찰이 항소해야하는 건 아니다. 과거사사건의 경우 검사가 항소하지 않는 걸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논란의 시발점은 아이를 방치해 죽게 한 흉악범죄사건 피고인이 1심 선고 하루만에 항소장을 제출했는데, 검찰은 항소 기한이 6일 가량 남았음에도 뚜렷한 이유없이 항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순 실수' 의혹이 불거진 건 이때부터다. 엄마 B씨에 대해서는 2심 재판 시작 전부터 감형이 예고되며 논란은 더 커졌다.

2심 재판부는 지난 5일 공판에서 "검찰이 항소하지 않은 건 실수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 검찰은 지난 17일 뒤늦게 항소심 재판부에 선고기일연기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6일 이들 부부의 항소심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기자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검찰 실수를 지적한 이유는 소년범이었던 피고인이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성인이 됐기 때문이다. 장·단기가 아닌 하나의 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설명하는 과정이었다"며 "언론에는 마치 다른 취지인 것처럼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1심 양형에 대해 항소하지 않은 건 맞다. 하지만 항소했어도 동일한 형을 선고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도 참고자료를 내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이유는 구형량과 같은 형량이 선고됐기 때문"이라며 "판결문을 검토해 대법원 상고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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