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서 여직원 허벅지 쓰다듬은 50대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회식 장소인 노래방에서 직원의 허벅지를 쓰다듬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대표에게 유죄 취지의 판단이 내려졌다.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원심 결론을 뒤집어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즉각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강제추행에 동의했다고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6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2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미용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2016년 경상남도 밀양시의 한 노래방에서 직원들과 회식을 하던 중 "일하는 것 어렵지 않냐. 힘든게 있으면 말하라"며 당시 27살이던 직원 B씨의 오른쪽 허벅지를 쓰다듬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갑자기 B씨의 볼에 입을 맞춘 혐의도 받는다.
1심은 A씨의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500만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했다"면서도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형을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2심은 1심 재판부 판단을 뒤집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강제추행죄 성립을 위해서는 폭행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유형력(신체적 고통을 주는 물리력)의 행사가 있어야 하는데, 사건 당시 회식의 분위기와 피고인이 한 행동의 유형 및 반복성, 피해자의 반응(허벅지를 만질 때 가만히 있었다는 것) 등을 고려할 때 폭행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유형력 행사라고 볼 수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단지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모두 기습추행으로 보게 되면 형벌법규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훼손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직장회식 자리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벅지를 손으로 쓰다듬은 행위는 기습추행으로 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며 유죄 취지로 판단했다.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가 있었다면 그 힘의 대소강약까지 따질 필요 없다는 것이다. 대법은 그동안 피해자 옷 위로 엉덩이나 가슴을 쓰다듬는 행위, 교사가 여중생의 귀를 쓸어 만지는 행위 등을 기습추행으로 판단해 왔다.
대법원은 "여성인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부위인 허벅지를 쓰다듬은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인 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B씨가 즉시 거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에 무죄를 선고한 2심 재판부 판단에 대해선 "성범죄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강제추행죄 성립에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A씨의 신체접촉에 대해 피해자인 B씨가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볼 근거 역시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회식 후 노래방에서 여흥을 즐기던 분위기였기에 피해자가 즉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서 피고인의 행위에 동의했다거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법 관계자는 "기습추행이 강제추행죄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및 강제추행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즉각 거부의사를 밝혀야 하는지 여부 등에 관한 종전의 법리를 재차 확인하고 이를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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