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상태의 일본을 파헤친 방송 특파원의 생생한 르포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일본은 왜 이런가?’라는 의문에 대한 탁월한 통찰을 보여준 심층 해부서이자 방송사 일본 특파원으로 3년간 머물며 뇌사 상태의 일본을 파헤친 생생한 르포 '나쁜 나라가 아니라 아픈 나라였다'가 최근 출간됐다.
저자인 이승철 KBS 보도국 사회부 팀장은 지난 2016년부터 3년간 도쿄 특파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일본 곳곳을 누비며 수백 명의 취재원을 만나 이해할 수 없는 괴이한 행태의 일본에 대한 근원적 의문을 풀고자 노력했으며 이 과정에서 체득한 가장 근본적이고 균형 잡힌 관점을 '나쁜 나라가 아니라 아픈 나라였다'에 9가지 키워드로 자세히 담았다.
저자는 현장 취재와 다양한 현지 언론 보도, 각종 통계 자료 등을 토대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일본 사회의 본질과 비밀스런 심층을 드러내 보여주며 특히 일본이 깊게 병들게 된 근원으로 ‘자기 속박주의’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시해 눈길을 끈다. 현대 일본을 규정하는 이 개념을 구성하는 9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책을 구성, 일본에 대해 깊이 이해할 기회는 물론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한일 관계와 우리의 미래까지도 내다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사회의 비합리적이고 부조리한 면에 대해서도 이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고, 나온다 해도 진지하게 논의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빤히 보이는 문제점을 아예 모르거나, 안다고 해도 서로 쉬쉬하는 사회.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경제대국이자, 국민의 의식면에서도 타인을 배려하고 장인정신이 투철한 선진국으로 불리는 일본 사회의 실상이다.
한 국가에 대한 기존의 평가가 어느 때보다 흔들리고 있는 이 시점에, 이 책은 ‘병’이 ‘악’으로, ‘아픔’이 ‘나쁨’으로 변질되어가는 과정을 추적하면서 21세기 일본의 비밀스러운 심층을 낱낱이 파헤친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본을 분석한 책은 많지만 이 책은 특히 일본을 ‘나쁜 나라’로 만드는, 현대 일본이 앓고 있는 고질적인 ‘병’에 주목하고 있다.
이 책의 각 장에서 다루는 9가지 키워드(배제 사회, 집단 사회, 억압 사회, 자기 속박 사회, 함몰 사회, 호족 사회, 종교 사회, 관례 사회, 자멸 사회)는 ‘자기 속박주의’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귀결된다. ‘자기 속박주의’는 저자가 오랜 취재와 탐구를 통해 도출해낸 개념이다. 과거 일본이 ‘축소 지향 사회’, ‘안전 사회’ 등으로 규정된 적은 있지만, 이러한 접근은 이 책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창적인 현대 일본 분석론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대표적인 한일 관계 전문가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와 이영채 일본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이 책을 ‘탁월한 통찰이 담긴 일본 사회학’, ‘21세기 일본을 포착한 현장 르포의 역작’이라고 극찬했다.
이승철 저자는 KBS에서 법조부와 정치부를 두루 거친 20년 경력의 기자로, 현재 KBS 보도국 사회부 팀장으로서 법조팀을 이끌고 있다. 2016년부터 3년간 도쿄 특파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일본 곳곳을 누비며 수백 명의 취재원을 만났다. 최근 10년 동안 발생한 일본의 주요 지진,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를 중심으로 한일 관계를 심층 취재한 일본 현장통이다. 도쿄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한 이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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