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 시도설 속 깁스 착용...시민 항의 이어져
[더팩트ㅣ종로경찰서=윤용민 기자] '박사방 사건'의 핵심 인물 조주빈(24)의 맨 얼굴이 신상 공개 결정 후 처음으로 공개됐다.
조주빈은 25일 오전 8시께 입감 중인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중앙지검으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 앞에 섰다. 형사들에 의해 양 팔을 잡힌 채 얼굴을 드러낸 조주빈은 모자를 쓰지 않고 마스크도 벗은 모습이었다. 자해 시도가 있었던 듯 목에 깁스를 착용했으며, 머리에는 밴드를 붙인 상태였다.
조주빈은 '피해자들한테 할 말이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손석희 JTBC 사장을 비롯한 이 세명의 이름이 뜬금없이 나오자 현장에서는 다들 의아하다는 분위기였다.
손 사장과 김웅 전 기자는 '취업청탁 공갈사건'으로 인해 현재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은 영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여성에게 속아 공천 대가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 최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인물이다.
조주빈이 세 명의 이름을 거론한 이유는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윤 전 시장과 김 전 기자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사실이 있다는 점에 근거하면 이 세 명의 인물이 조주빈에게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조주빈은 박사방을 운영하기 전 텔레그램에서 여러가지 방식으로 사람들을 속여 돈을 가로채는 등 다수의 사기 행각을 벌인 전력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추후 조사가 더 필요하다"며 "이분들(이름이 언급된 세 명)은 n번방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조주빈은 이어 별다른 설명없이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리 준비한 듯한 이 짤막한 답변 외에 '혐의를 인정하느냐' '갓갓을 아느냐'는 등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전반적으로 다소 체념한 표정이었지만 추후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언급은 최대한 자제하려는 듯 보였다.
경찰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 있던 시민들은 조주빈이 호송차에 올라타려고 하자 "죽어라 XXX", "너도 똑같이 당해라 XXXX"라고 소리를 지르며 분노를 표현했다. 일부 시민들은 미리 준비한 피켓을 흔들며 "법정 최고형 구형하라",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전날 오후 외부전문가 4명과 경찰 내부 위원 3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신상 공개 범위는 얼굴과 이름, 나이 등 세 가지다. 경찰 관계자는 "조주빈은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예로 지칭하며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등 범행 수법이 악질적·반복적"이라며 공개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조주빈에게 적용된 혐의는 현재까지 아동청소년성보호법(아청법)상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배포 등이다. 경찰에 따르면 조주빈은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여성들을 유인해 신상을 알아낸 뒤 성적인 동영상을 찍도록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찍은 영상을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모인 사람들에게 팔아 경제적인 이익을 본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운영자 뿐만 아니라 특정이 가능한 단순 시청자들도 수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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