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코로나도 못 막는 찬송가...소형교회 예배 강행 왜?

코로나19 사태에도 일부 소형교회는 현장 예배를 강행하고 있다. 18일 오후 수원 장안구 한 상가건물 4층의 A 교회에 불이 켜진 모습. /윤용민 기자

"우리도 생존 위협" 호소...전문가 "혐오보다 '심리적 거리두기' 필요"

[더팩트ㅣ수원=윤용민 기자] "어두운 밤에 캄캄한 밤에 새벽을 찾아 떠난다. 종이 울리고 닭이 울어도 내 눈에는 오직 밤이었소. 우리가~."

18일 오후 7시 수원 장안구 한 상가건물 4층의 A 교회 출입문 앞. 수요예배를 드리러 나온 교인들의 찬송가 소리가 흘러 나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려 하자 교회 관계자가 "기존 교인이 아니면 들어올 수 없다"고 막아섰다. 내부에는 10여명 남짓한 신도가 마스크를 쓴 채 예배를 보고 있었다. 참석한 신도는 많지 않았지만 공간이 워낙 협소해 '2m 이격거리 유지 권고'를 지키기는 어려워 보였다.

다른 곳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A 교회에서 약 50m 떨어진 곳에 자리한 미자립 교회인 B 교회 역시 이날 현장 예배를 강행했다. 심지어 이 교회에는 발열 체크를 위한 열감지기도 없었다. 그 이유를 묻자 이 교회 목사는 "마스크보다 열감지기 구하기가 더 어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더팩트>가 취재한 경기도청 인근 수원시 팔달구 지역 소규모 개척교회 7곳 중 3곳이 현장 예배를 진행했다.

경기 성남의 '은혜의 강' 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대거 나오며 종교집회에 대한 비판이 크지만 소형교회 상당수는 여전히 현장예배를 고수하는 것이다.

18일 오후 수원 장안구 한 상가건물에 있는 한 교회 출입문 앞. /윤용민 기자

◆ 예배 중단 못하는 이유는 '헌금 그리고 결속력 유지'

현장에서 만난 소형교회 목사들은 재정적인 문제와 결속력 약화 우려로 현장 예배를 중단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A 교회 목사는 "교회는 중앙에서 통제하며 일정 정도의 지원을 해주는 성당이나 사찰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이번 달 임대료는 커녕 생활비도 부족해 지난 주부터 택배 하역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그는 "물론 지금 온 국민이 어렵겠지만 작은 교회의 목회자들은 정말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나와 주시는 성도(교인)님들은 평소보다 많은 도움을 주시는데 그것마저 없다면 정말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계좌로 온라인 헌금을 하는 사람들은 아주 최소한만 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무리 목회자라고 하더라도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고 귀띔했다.

B 교회 목사는 재정적인 문제보다 결속력 약화를 걱정했다. "우리 같은 작은 교회는 교인들의 결속력이 가장 중요하다. 성도 한분 한분이 어찌보면 유일한 자산인데 정부가 권고하는대로 집회를 중단하면 금방 공동체 결속력이 약해져 해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큰 교회들처럼 유튜브 방송을 할까도 생각해봤는데 사실 의미가 없을 것 같다"며 "설교만 들으려면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님처럼 아주 잘 하시는 분들의 방송을 들으면 되지 왜 내 방송을 듣겠냐"고 반문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교회에 신도들이 들어서고 있는 모습. /김세정 기자

◆ "기도는 교회에서 해야" VS "지금은 안 나가야"

일부 소형교회 교인은 자신들에게 쏠리는 따가운 시선에 부담감을 보이면서도 '마녀사냥'이라고 우려한다.

19일 새벽 5시 30분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의 한 교회 앞. 마스크를 착용한 10여명이 무리 지어 문을 나오고 있었다. 20m가량 그들을 따라가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5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그 분이 지켜주실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 옆에 있던 남편은 "코로나 종식을 위해 새벽 기도를 드렸다"며 "교인들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겠지만, 그런다고 우리 기독교를 마녀사냥하면 안 된다"고 거들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온라인 예배를 보는 개신교인이 늘어난 반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교회에 나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소형교회 교인들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동탄에 사는 30대 프리랜서 여성 여모 씨는 "친구들끼리 여행을 가더라도 주일이 있으면 꼭 그 지역 교회를 다녀온다"며 "기도는 교회에 가서 하는게 원칙적으로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큰 교회를 나가는 많은 사람들은 사실 어떤 브랜드를 선택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지금 다니고 있는 교회의 교인이 50명도 채 되지 않지만 우리는 목사님을 중심으로 한 단단한 공동체"라고 덧붙였다.

물론 오프라인 종교집회를 자제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서울 모 법인에서 근무하는 회계사 최모(33) 씨는 "예전 수험생 시절 매주마다 교회를 가는 것이 여의치 않아 온라인으로 한 1년간 예배를 드린 적이 있다"며 "우리는 기독교인이기에 앞서 시민이고 국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비율은 알 수 없지만 70~80%가량의 교인들은 오프라인 예배에 나가지 않고 있다"며 "온라인 예배가 교리에 어긋나는건 절대 아니다. 지금은 안 나가는게 오히려 맞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일부 소형교회들이 예배를 강행하자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실제 수도권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 대부분이 교회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주민 불안감이 기독교 일반 반감으로 확산

20일 오후 6시 수원 영화동 한 교회 앞. 인근 주민 4명과 이 교회 목사가 옥신각신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주민들은 현장 예배 중단을 요구했고, 목사는 난처한 듯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주민 가운데 한 명이 격앙된 채 예배를 할 때마다 소독약을 뿌리겠다고 하니 목사가 이를 만류했다. 결국 다음주까지 교회 내에서 오프라인 모임은 아예 갖지 않는 걸로 서로 합의했다.

10개월 된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이 상황을 지켜보던 주부 김모(30) 씨는 "나라에서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하면 되지. 아무튼 교회 사람들은 이래서 안돼"라며 혀를 찼다.

이같은 주민들의 불안감은 기독교 전반에 대한 혐오감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사이버 공간은 물론이고 실제로도 기독교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성적 문제의식을 넘어 종교 자체를 혐오하는 단계로 발전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싶어하는 건 인간의 기본습성이지만 최근 코로나 사태에서 그런 속성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심리가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기독교를 희생양 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곽 교수는 "이런 위기상황에서 누군가를 비난하기보다는 오히려 조금 무심해지는 '심리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며 "SNS에서 접한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를 바로 퍼 나르는 대신 조금 느리게 반응하면서 오히려 평소보다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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