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통제수단 없어 자제 권고만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수도권 지역 일부 교회를 매개로 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이어져 방역 당국의 고민이 깊다. 예배 등 종교집회에 대한 강제금지 조치를 시행하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 19 확진자 가운데 약 80%가 집단 감염과 연관됐다.
전국적으로 보면 최근 확진자 증가폭이 다소 꺾이기는 했지만, 수도권에선 콜센터와 교회 등 소규모 다중 시설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 사태가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 지역 최대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콜센터에서는 현재까지 최소 129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 콜센터 직원인 확진자가 다녀간 경기도 부천시 생명수교회에서는 2차 감염이 일어나 14명이 양성판정을 받고 치료 중이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은혜의강 교회에선 최소 47여명의 확진자가 나와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확진자의 거주지가 성남을 비롯해 서울, 인천 등 수도권 각지에 걸쳐있어 또 다른 '슈퍼전파' 우려까지 나온다.
동안교회-세븐PC방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이날 0시 기준 18명까지 늘어나는 등 집단 감염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교회 등 종교시설 제어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 때문이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1일 종교집회를 전면금지하는 긴급명령 카드를 꺼내려다 개신교 계열 교회의 반발에 부딪혀 협조를 구하는 데 그쳤다.
한 지역 개척교회 목사는 "큰 교회와 작은 소규모 교회는 다르다"며 "현장예배를 하지 않으면 헌금이 들어오지 않아 교회가 너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런 모든 사정을 고려해 최대한 종교집회를 하지 않도록 권고 메시지만을 내보내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종교행사 등 닫힌 공간 내에서 밀접한 접촉이 발생하는 집단행사는 감염병의 대량확산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며 "최대한 개최하지 않거나 참석하지 않을 것을 거듭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는 집단발병 사례들은 종교행사 등의 경우와 같이 닫힌 공간에서 참석자 간에 밀접한 접촉이 발생하여 확진자 발생 규모가 큰 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 19 누적 확진자 수는 8236명으로 전날보다 74명 늘었다. 일일 확진자 수 증가폭은 감소 추세다. 14일과 15일에는 각각 107명, 76명이었다. 하지만 은혜의 강 교회 등 소규모 시설에서 산발적인 집단 감염이 끊이지 않고 있어 감소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수는 75명이며, 완치자는 113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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