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권 ·공무담임권과 직접 관련 없어"…합헌 결정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공직선거에서 정당이나 의석수에 따라 투표용지에 후보자의 기호를 순차적으로 배정하도록 한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재가 판단했다. 무소속 후보자 등의 당선 기회를 봉쇄하는 것이 아닌 후보자 게재순위 결정 방법일 뿐이라는 기존 헌재 판시를 유지했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바른미래당 소속 부산지역 지방선거 후보 A씨와 B씨 등 2명이 "공직선거법 제150조 제3항이 평등권과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낸 헌법소원의 심판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또 같은당 지역위원장 C씨가 동일한 취지로 낸 심판청구 사건에 대해서는 각하 판단했다. 헌법소원은 기본권을 직접 침해받는 본인만 제기할 수 있는데, C씨는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 없는 이해관계자여서 심판청구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이유에서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 판단을 하지 않고 심리를 종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헌재는 통상 헌법소원 심판 등을 심리할 때 심판청구의 적법요건을 먼저 심사한 뒤 부적법하다고 판단되면 각하 결정을 내리고, 심판청구가 적법할 때에야 본안에 관해 심리해 기각 또는 인용 결정한다. 기각은 소송 요건은 인정되나 심리를 진행할 이유가 없을 경우 내리는 판단이다.
A씨와 B씨는 지난 2018년 6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를 4개월여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소속 정당인 바른미래당이 제3당 지위를 가지고 있어 "공직선거법 제150조 제3항에 의해 기호 3번이 되는 불이익을 받아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이 침해된다"며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들은 "국회 원내 의석수를 기준으로 한 공직 선거 후보 기호배정은 국민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이른바 '순서효과'가 발생돼 소수의석 정당 후보자나 무소속 후보자는 불리한 출발선에서 선거를 시작하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가선거 및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의 후보자 게재순위는 국회 정당 의석수에 따라 후보자 기호를 "1,2,3" 등으로 부여하고, 무소속 후보자는 정당추천 후보자보다 후순위의 기호를 배정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정당과 의석수를 기준으로 한 기호 배정은 정당제도의 존재 의의 등에 비춰볼 때 목적이 정당하고 합리적 기준을 따르고 있어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기호 배정이 후보자 선택을 제한하거나 무소속 후보자 등의 당선 기회를 봉쇄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투표용지에서 후보자의 게재순위를 결정하는 방법을 규정하는 것에 불과해 공무담임권과도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이미 1996년 이후 수 차례에 걸쳐 해당 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선례를 언급했다. 재판부는 "1995년 12월 30일부터 2013년 11월 28일 헌재 결정 등을 통해 공직선거 후보자의 정당·의석수를 기준으로 한 투표용지 게재순위 등이 소수의석을 가진 정당 등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는 판시를 그대로 유지해 왔다"며 "이 사건에도 이와 같은 판시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다.
헌재는 C씨에 대해선 심판대상 조항에 대한 기본권 침해의 자기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심판청구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선거에 출마할 예정없는 정당의 지역위원장인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자기 기본권을 직접 침해받는 것으로 볼 수 없고 이해관계 역시 직접적이거나 법적이 아닌 간접적·사실적 이해관계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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