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마스크 쓴 임종헌, 구속 1년4개월 갈림길

구속된지 1년4개월이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보석심문기일에서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보석 석방을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해 5월13일 구속연장이 결정된 다음날 열린 공판에 출석하는 임 전 차장의 모습. /뉴시스

재판 재개와 함께 보석 심문…'증거인멸 우려' 놓고 공방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사법농단' 사태 핵심인물 임종헌(61·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청구한 보석 심문기일에서 석방 제외 사유인 '증거인멸 우려'를 놓고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제36형사부(윤종섭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2시 임 전 차장이 "불구속 재판을 해달라"며 청구한 보석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기일은 9일 임 전 차장 측의 재판부 기피 신청으로 9개월간 중단됐던 재판이 재개된지 하루만에 열렸다. 지난해 6월 임 전 차장 측은 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50·26기)를 특정해 편파적인 재판 진행을 한다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법원은 한 달 뒤 이를 기각했지만, 임 전 차장 측이 항고·재항고를 거듭하며 9개월간 재판이 중단됐다. 지난 1월 대법원이 최종 기각하며 3월 같은 재판부 심리로 재판이 재개됐다. 재판부 기피에 따른 재판 중단 기간은 구속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재판이 중단된 동안 관련 사건 피고인들은 잇따라 무죄 선고를 받았다. 유해용(54·19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시작으로 신광렬(55·사법연수원 19기)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 성창호(48·25기)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조의연(54·24기)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임성근(56·27기)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공소사실은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한다. 지시자인 임 전 차장의 재판과도 관련성이 깊다. 임 전 차장 측은 이같은 사실과 함께 긴 수감생활 중 얻은 질병을 언급하며 불구속 재판을 호소했다.

반면 검찰은 "추가 구속영장 발부 20일만에 이를 결정한 재판장을 향해 기피 신청을 내고 대법원에 재항고까지 하면서 280일간 재판이 진행되지 못했다"며 "구속기간 연장 당시와 바뀐 상황이 아무것도 없어 당시 발부 사유인 증거인멸 우려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재판이 장기화되며 예정된 증인의 기억력이 흐려지는 등 증거능력 상실도 초래했다고 봤다.

또 임 전 차장은 수감생활 중 5명의 변호사들을 접견했는데, 이들이 관련 사건 피고인을 변호하는 법무법인 소속인 점도 증거인멸 우려 사유로 지적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피고인은 함께 조사대상에 올랐던 판사와 200차례 이상 통화하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차량 압수수색 당시 양 전 원장 측 변호인과 통화한 일도 있었다"며 "피고인이 대법원 주요 보직을 거친 고위 법관 출신이라 석방 뒤 법관이 대부분인 핵심 증인들에게 압력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주장에 임 전 차장은 "검사가 거론한 판사와 200여 차례 통화한 일은 있지만, 이 중 5회를 제외하면 해당 판사가 조사대상이 되기 전"이라며 "(조사대상이 된) 2018년 2월 이후로는 그 판사가 저와 접촉하는 걸 부담스러워 했다"고 직접 반박했다. 또한 변호인단은 수감생활 중 만난 5명의 변호사들이 "개인적 친분으로 임 전 차장을 찾은 것"이라고 진술한 서면을 제출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수사기관이나 관련 재판에서 대부분 진술을 거부한 사실도 구속 사유로 들었다.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 가능성이란 원래 명시적일 수 없고 공소사실 인정 여부와 피고인의 태도에 기인할 수밖에 없다"며 "피고인은 사법농단 사태 핵심인물임에도 구속 이후 검찰 조사과정에서 진술을 거부하고, 재판과정에서도 상급자들과 공모한 내용은 함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임 전 차장은 "구속 뒤 첫 검찰 조사 당시 수의를 입고 출석한다는 사실을 검찰이 언론에 흘려 제 모습이 그대로 노출됐다. 구속된 피고인에게 망신을 줘 심리를 위축시켰다는 사유로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강하게 맞섰다. 변호인단 역시 "(검찰은)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진술거부권 행사만 문제삼을 뿐, 증거인멸 가능성은 전혀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변론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가운데)이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보석 심문기일에서 증거인멸 우려를 주장하는 검찰에 직접 반박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 2018년 10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는 임 전 차장. /더팩트DB

지난해 5월8일 검찰의 추가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심문기일에서 임 전 차장은 방청석에 앉은 배우자를 언급하며 "석방되면 근신, 또 근신하겠다"고 눈물을 보인 바 있다. 약 1년이 지난 이날 심문기일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를 쓴 채 비교적 담담한 태도로 재판에 임했다. 검찰 주장을 반박할 때는 "최 검사님"이라고 직접 지목하며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임 전 차장은 심문 말미에 9개월간 기피했던 재판부에게 "오늘이나 내일 아침에 결과나 나올 것으로 안다. 균형잡힌 시각에서 여러가지 시사점에 대해 고려해달라"고 전했다.

임 전 차장의 보석 석방 여부는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의 속행 공판기일은 16일 오후 2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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