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고의와 중대한 과실' 입증 어려워..."강제수사로 가능하다"는 의견도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산의 단초를 제공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여론을 발판 삼아 정부는 구상권 청구 등의 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
구상권이란 채무를 대신 변제해 준 사람이 채권자를 대신해 채무당사자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이 사안의 경우 채무자는 신천지고, 채무를 대신 변제해 준 이는 정부가 된다.
많은 국민들은 "이만희를 처벌해야 한다" "신천지의 재산을 모두 몰수해야 한다"며 분노하지만, 실제로 구상권을 행사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신천지 측의 불법행위가 입증되지 않았을 뿐더러 추후 입증될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더팩트>가 6일 법률전문가 5명에게 문의한 결과 '구상권 행사가 가능하다'와 '가능하지 않다'가 4대1로 나뉘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김강립 차관의 말대로 구상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고의'나 '중과실'이 있어야 한다"면서 "종교기관의 특성상 수사도 어려울 뿐더러 설사 표적수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고의를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고의나 중대한 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구상권 청구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는 "아무리 지금 그들(신천지 교인)이 밉더라도 그들에게도 인권은 있다"며 "구상권의 입법취지는 누군가를 제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출신 한 변호사는 "정부도 이미 신천지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김 차관이 '구상권이 성립하기 위한 명백한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신천지에 있다는 게 밝혀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김강립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오전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신천지측에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가정을 전제로 어떤 조치가 진행될지를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실무적으로 구상권 청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는 다들 의견이 일치했다.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는 "코로나19 사태와 신천지의 인과관계를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구상권 청구의 첫 관건인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게다가 구상권을 청구하면 국가가 원고가 될텐데 그 경우 피고를 특정하는 것 역시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에 하나 민법 750조에 따라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하더라도 이만희 총회장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며 "누가 사용자이고 누가 피용자인지를 구별하는 것부터 상당히 애매하다"고 했다.
피고 부적격으로 소송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 민법 제756조 1항은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는 예외다.
지방 모 경찰서 형사과장은 "세간에선 계속 세월호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이 사건을 연결시켜 구상권 청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선박을 들여와서 그걸 개조한 다음 불법적으로 영업을 한 사람과 실체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교단의 교주를 법적으로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익명을 전제로 "국민 정서가 있기 때문에 검찰이 의지를 가지고 강제 수사를 한다면 충분히 인과관계가 입증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높게봤다. 그는 "수사가 진행되면 이만희 총회장의 책임 관계도 명확해질 것"이라며 "신천지로 발생한 피해는 정부가 투입한 재정만으로 산정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효과적"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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