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농림 종사자라도 건설현장 일했으면 수당 줘야"

대법원은 A씨 등 일용직 근로자 9명이 지역 산림조합을 상대로 낸 임금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더팩트 DB.

"건설 근로자와 차이 없어" 파기환송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근로기준법상 농림 사업 종사자에게는 휴가 규정을 적용하고 있지 않아 휴일근로수당 등이 지급되지 않지만 근로자가 주로 일한 곳이 영림 사업장이 아닌 건설현장 등으로 인정된다면 연장근로수당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A씨 등 일용직 근로자 9명이 B 지역산림조합을 상대로 낸 임금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를 비롯한 일용직 근로자 9명은 B조합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각각 1년에서 8년간 건설현장에서 등산로 정비와 재해예방 등의 근로를 하다 퇴직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B조합에서 했던 근로는 '영림' 업무가 아닌 '건설현장' 업무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연장근로수당 및 휴일근로수당 등을 지급받아야 한다며 B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2심은 B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B 조합은 일반 영리 목적의 건설사업과 차이가 있어 A씨 등에 대해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A씨 등이 제공한 건설근로는 외형적으로는 일반 건설현장에서의 근로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산림 피해지 복구공사 등은 모두 산림의 복구 및 정비 등을 통해 산림의 기능을 유지·발전 또는 회복시키기 위한 것임을 감안하면 실질적 사업 성격은 영림업이나 영림 관련 서비스 산업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며 일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건설업과 차이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또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원고 패소로 판단했다.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차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그 비교대상자로 지목하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B조합 상근 직원들은 채용공고와 서류, 필기, 면접시험 등을 거쳐 채용돼 산림조합중앙회가 정한 복무규정을 적용받는 반면, 일용직 근로자들은 각 현장대리인 필요에 따라 특별한 자격요건 없이 직접 채용해 본사 근로자들과는 별도로 마련된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은 A씨 등이 일반직 건설 근로자와 크게 차이가 없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은 "원심은 근로기준법 제63조 1호에서 규정한 '그밖의 농림사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단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제63조 1호는 토지의 경작·개간, 식물의 재식·재배·채취 사업, 그밖의 농림 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4,5장에 정한 근로시간 및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취지는 업무의 특수성 등으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시간이나 휴일 등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불합리한 경우에 대비하는 것으로, 만약 사용자가 농업·임업을 주된 사업으로 영위하면서 이와 구별되는 다른 사업도 병행할 경우에는 종합적 판단이 고려되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은 "이 경우에는 그 사업장소가 주된 사업장소와 분리되어 있는지, 근로자에 대한 지휘·감독이 주된 사업과 분리돼 이루어지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은 B조합의 주된 사업장인 영림 사업장이 아닌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면서 근로를 제공했고, 그 건설현장은 영림 사업장과 장소적으로 분리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B조합은 건설현장에 연중 상시적으로 A씨 등과 같은 일용직 근로자를 투입한 반면 영림 사업장에는 기후의 영향을 고려해 특정 기간에만 근로자를 투입했고, 건설현장과 영림 사업장에 투입된 인력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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