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모 대학병원 의사·방사선사 유죄 확정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조영제(영상검사 전 투약하는 약) 부작용 과거력을 가볍게 여기고 환자를 숨지게 한 의사와 방사선사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과거 환자가 조영제를 사용한 검사를 받은 직후 의식을 잃어 응급처치를 받았던 만큼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사 및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조모씨와 방사선사 이모씨의 상고심에서 조씨와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조씨에게 벌금 2000만원, 이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A씨는 지난 2011년 2월 한 대학병원 의사 조씨로부터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같은해 11월 정기검진을 위해 조영제를 투입하는 CT검사를 받은 직후 '아나필락시스'로 인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진료를 받은 과거력이 있다. 조영제는 영상진단 검사 또는 시술 시 특정 조직이나 혈관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인체에 투여하는 약물을 의미한다. 아나필락시스는 알레르기 원인물질이나 특정자극에 노출된 후 호흡곤란 등 갑자기 발생하는 과민반응이다. 심한 쇼크 증상처럼 나타나며, 발생시 신속히 조치하지 않으면 생명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다.
A씨는 의사 조씨의 권유에 따라 2014년 11월 8일 조영제 투여가 필요한 CT검사를 받기로 했다. 이씨는 A씨에게 조영제 부작용이 있음을 알고도 영상의학과 의사 등에 보고하지 않은 채 A씨에게 조영제를 투여하고 CT검사를 강행했다. 이로 인해 A씨는 조영제에 따른 부작용으로 결국 다음날 숨졌다.
이 병원은 환자의 과거 병력 등 의료정보를 의료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통합 진료정보시스템에 등록하고, 환자의 이름을 검색하면 과거력을 경고하는 팝업창이 뜨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두 사람 모두 검사 전 해당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앞서 1심은 조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이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업무상 과실 및 의료법 위반 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병원 진료정보시스템에 피해자의 의료정보가 등록돼 있어 조영제에 대한 부작용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씨에 대해선 의료법위반 혐의도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방사선사가 환자의 신체에 조영제를 투입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며 "병원 등의 관행이라 할지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A씨 유족을 위해 1억원을 공탁한 점을 고려해 형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반면 2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의료법상 의료행위는 의료인만 할 수 있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정량의 조영제를 정확한 시간과 압력 등으로 주입하는 자동식 '조영제 주입기'를 사용함에 따라 단순 버튼 조작으로 볼 수 있어 무면허 의료행위로까지 판단하긴 어렵다는 취지다.
2심 법원은 "조씨가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범행의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춰 그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1심 선고 이후 A씨 유족과 원만히 합의해 유족들이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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