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삼성에 있는데 63억 추징금 억울" 항변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국정농단' 사태 핵심 인물 최서원(64) 씨에게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징역18년을 선고했다. 원심 판단보다 2년 줄어든 형량이다. 최 씨는 판사의 선고 후 "하나만 이야기해도 되느냐"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씨와 안종범(61)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방대한 책임이 있는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이라며 "피고인 최서원의 행위로 국가 조직 체계에 큰 혼란이 왔고 탄핵 과정에서 빚어진 대립과 반복, 갈등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어 엄정한 책임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에서 상고 사유를 배척하거나 인정하지 않은 부분은 더 이상 다툴 수 없고 이와 대치되는 판단을 할 수 없다"며 "피고인들의 항소심 변론을 유지하되 대법원에서 돌려 보낸 여러 강요 혐의에 대한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최 씨에게 징역18년에 벌금 200억원, 약 63억원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안 전 수석에게도 징역4년·벌금 6000만원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안종범은 국정 사무 전반을 판단하는 공직자로서 대통령을 올바르게 보좌할 책임이 있었다. 하지만 피고인은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지위에 걸맞지 않은 판단을 함으로써 국정에 큰 피해를 끼쳐 형사 책임을 지는게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검은 정장 차림에 머리를 하나로 묶은 채 법정에 나온 최 씨는 재판부가 "선고를 마친다"고 선언한 뒤에도 "하나만 이야기해도 될까요?"라며 양해를 구했다. 마이크를 잡은 최 씨는 "국민적 공분을 산 것을 모두 받아 들이고 깊이 사죄드린다"면서도 "말들은 삼성에 다 가 있는데 제게 추징금을 물리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특별검사는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민간인이 국정을 농단해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는 등 사익을 추구했다"며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이용해 사익을 챙긴 사실은 가장 중요하게 감안돼야 할 양형 사유"라며 최 씨에게 징역25년에 벌금 300억원, 추징금 70억5천여만 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안 전 수석에게는 징역6년에 벌금 6000만원, 추징금 1990만원을 선고해야 한다고 봤다.
최 씨는 박근혜(68) 전 대통령, 안 전 수석과 공모해 △현대자동차 △포스코 △KT 등 대기업을 상대로 미르·케이 스포츠 재단 설립 출연금 774억원을 내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삼성그룹에게 딸 정유라(24) 씨의 승마훈련 지원 및 미르·케이 스포츠 재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명목으로 말 3필 등 298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있다.
지난 2018년 2월 1심 재판부는 최 씨에게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 추징금 72억여원을 선고했다. 안 전 수석에게는 징역6년에 벌금 1억원, 추징금 약 4000만 원을 선고했다.
같은 해 8월 항소심 재판부 역시 "각 범행이 중대하고 범행 수법, 취득한 이익의 규모 등을 봤을 때 죄가 매우 무겁다"며 최 씨에게 징역20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지난 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기업에 스포츠재단을 지원하게 한 행위는 강요죄로 볼 수 없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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