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 교수·코링크, 청문회 전 집중 통화…증거인멸 정황"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정경심(58) 동양대학교 교수의 주요 혐의 중 하나는 사모펀드 출자 약정금액을 금융위원회에 거짓 보고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이 사모펀드운용사 코링크PE의 실소유주로 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모 씨와 공범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투자자에게 금융당국 허위보고 법적 책임을 물은 판례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코링크PE의 금융위 신고업무 담당자가 익성 회장의 아들이었다는 점도 확인됐다. 정 교수 쪽은 익성이 코링크PE의 실소유주라고 주장한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정 교수가 조 전 장관과 통화한 직후 코링크PE 측과 수차례 연락한 통신 기록을 제시하며 증거인멸교사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서울중앙지법 제25형사부(송인권 부장판사)는 5일 오전 10시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거짓 변경보고) 등 혐의를 받는 정 교수의 3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정 교수 측은 사모펀드 의혹 관련 혐의를 중심으로 검찰 측 공소사실을 법리와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동생, 오촌 조카 조 모(37) 씨와 공모해 실제 출자 약정 금액은 약 14억 원인데도 100억 원 상당으로 금융위원회에 거짓 변경보고한 혐의(자본시장법상 거짓변경보고)를 적용했다.
변호인 주장을 종합하면, 우선 자본시장법상 금융당국 보고사항은 정 교수 가족과 같은 사모펀드 투자자(LP)가 아닌 자산 운영자(GP)가 최종 결정 권한을 갖는다. 이에 따라 출자 약정 금액 보고는 순전히 코링크PE의 관할 영역이다.
형사처벌의 책임이 코링크PE로 넘어가도 의문은 남는다. 변호인은 "돈을 넣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출자자는 자산 운영자가 변경보고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돈만 투입해야 하는 위치의 LP가 처벌받은 전례가 없다"며 "코링크PE 측 역시 회사 자문 변호사로부터 '변경보고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듣고 이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코링크PE에서 금융당국 보고 업무 담당자가 다름아닌 이 모 익성 회장의 아들 이 모 씨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변호인이 제시한 이 씨의 검찰 진술 조서를 보면 이 씨는 "코링크PE에서 담당한 업무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주 업무는 금융감독원에 변경보고나 설립보고를 하는 것이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14억 원 상당의 출자 약정 금액을 약 100억 원으로 변경보고한 경위는 "저는 100억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세부적 절차는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익성은 코링크PE를 실소유했다는 의혹을 받는 회사다.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모 씨가 코링크PE를 실 소유한 채 정 교수와 공모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검찰 측 주장과 달리, 조 씨는 익성의 '하수인' 격이었고 실직적 오너는 익성이라는게 조 씨 측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2차 전지 음극재 사업이 정부 역점 사업이라는 호재성 정보를 미리 빼내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는 혐의(자본시장법상 미공개정보이용) 역시 벽에 부딪혔다. 검찰은 정 교수가 2018년 1~11월 초순경 조 씨에게 "익성이 중국에 음극재를 공급한다"는 미공개 정보를 습득해 주식거래에 이용했다고 본다.
하지만 이날 변호인은 2017년 11월 경제지 '머니투데이'와 '이투데이'가 해당 사업을 위한 생산공장이 착공돼 주가 역시 상향 중이라는 내용을 보도한 기사를 제시했다. 또한 "이처럼 정보가 공개된 뒤 주가가 더 떨어져 호재성 정보로 이득을 취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차명계좌로 주식을 사고 팔았다는 혐의(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 위반)는 탈법할 목적이 없었다면 단순히 차명으로 주식거래를 했다는 것만으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을 맡은 뒤 주식 분야 전문가나, 관련 사건을 오래 다룬 법률가들에게도 자문을 많이 구하고 다녔다. 세금탈루 등 불법 목적이 없다면 '불법 차명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게 중론"이라며 "어떻게 비실명으로 거래를 하냐는 문제는 정치 토론장에서 나올 법한 주제지만, 법정에서 형사처벌을 논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지난해 8월 배우자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코링크PE 측과 수차례 통화와 문자 메시지를 한 사실을 공개했다. 정 교수 혐의 중 증거인멸교사·증거위조교사를 뒷받침함은 물론, 진실 은폐를 시도할 정도로 사모펀드 관련 혐의가 무겁다는 사실을 반증한다는 취지다.
검찰은 "지난해 8월 14∼15일 사모펀드 관련 의혹이 보도된 뒤 피고인은 조 전 장관과 오촌 조카 조 씨에게 전화를 하고, 조 씨는 또 코링크PE 관계자들과 통화하는 패턴이 자주 나타난다"며 "또한 코링크PE에서 보낸 해명자료 초안을 본 정 교수가 적극적으로 수정을 지시한 정황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 전 장관이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던 2015년 작성한 트위터 게시글을 제시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당시 트위터에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아내가 숨긴 경선 자금 1억2000만 원을 이번에 알게 됐다. 훌륭한 부인을 둬 부러워 해야 하나. 이건 공금횡령 아닌가?"라고 쓰여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은 공직자의 재산과 처의 위법적 행위에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던 걸로 보인다. 자신의 기준으로 보기에도 형사처벌 가능성이 높으니 결국 증거를 은폐하는 범행까지 나아간 정황 증거"라고 했다.
정 교수의 4차 공판은 12일 오후 2시에 속행될 예정이다. 12일 오전에는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첫 재판도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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