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 사건' 13명 기소로 1차 마무리…선거 전 확전 피할 듯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검찰이 울산시장 하명수사·선거개입 사건으로 13명을 무더기 기소하자 여권 인사들의 반발이 격하다. 하지만 정부·검찰 어느 쪽이든 당분간 더 이상의 확전은 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법원의 시간' 너머 '총선의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30일 이번에 일괄 기소된 여권 인사들은 오랜 침묵을 깨고 일제히 불만을 터뜨렸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포토라인에 자청해 서면서 작심한듯 검찰을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은 "이번 사건은 작년 11월 검찰총장 지시로 울산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할 때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됐다고 확신한다"며 "제 울산지방선거 개입을 입증 못 하면 그땐 반성하고 사과도 하고 책임도 지는 것인가"라고 윤석열 총장을 직접 겨냥했다.
"눈이 펑펑 내릴 때는 쓸어봐야 소용없다"며 말을 아끼던 송철호 울산시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반박에 나섰다. 송 시장은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에게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위 수사를 청탁했고 산재 모병원 건립 사업의 예비타당성 발표를 연기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검찰의 혐의는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지방선거 불출마 대가로 해외 영사직을 제안했다는 혐의를 받은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처음 입장문을 내 "저와 임동호 전 위원은 아주 오래된 친구사이"라며 "영사직은 제가 임 전 위원에게 제안한 것이 아니다. 제가 정무비서관이던 시절부터 정무수석으로 일하던 때까지 그가 수차례에 걸쳐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기소된 황운하 전 대전경찰청장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고발된 지 1년 8개월 넘게 연락 한 번 없던 검찰이 총선 출마선언 이후 바쁜 일정이 시작되니 출석요구를 하면서 언론을 상대로 출석불응 운운한다"며 "뭐가 그리 급해서 쫒기듯 묻지마 기소를 강행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당사자 개인은 격렬히 반발했지만 법무부는 침묵을 지켰다. "총장이 제 명을 거역했다"는 등 취임 후 윤석열 총장에게 단호한 태도로 일관하던 추미애 장관도 이번 13명 기소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 전격 기소 당시 검찰 수사에 날선 반응을 보였던 것과 달리 이번 기소 뒤에는 "수사 중 사안에 언급은 적절하지 않다"며 상대적으로 담담한 모습이다.
21대 총선이 두 달 반 앞으로 다가오면서 검찰과 확전을 피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검찰총장 6년 임기 공약 등 야당이 선거에 검찰 이슈를 들고나오는 마당에 판을 키우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셈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어쨌든 검찰의 정권을 겨냥한 수사가 1차 마무리되는 국면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월3일에는 법무부가 단행한 대규모 인사 결과 교체된 검찰 고위·중간간부들이 본격 부임한다.
검찰도 선거를 앞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쓰기'는 부담스럽다. 총선 너머 장기전을 준비하는 태세다. 잇달아 조사를 마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임종석 전 실장, 그밖의 청와대 전현직 관계자 등은 선거 이후 사법처리를 결정할 방침이다. 울산시장 사건 공소유지에 투입할 인력도 재정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월부터 시작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판도 역량을 집중시켜야 할 대목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등 엄중한 국가적 현안을 앞에 두고 정부와 검찰이 다투는 모양새를 보일 여력도 없어 보인다. 30일 법무부와 대검은 '신종 코로나' 가짜뉴스를 엄단하겠다고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냈다.
다만 대검이 인사 발령을 앞두고 추미애 장관의 아들 군휴가 미복귀 의혹 고발 건을 서울동부지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해 주목된다. 공직선거법을 적용한 울산 사건이 이번 총선의 잣대가 된다면 선거 후 '피바람'이 불 수도 있다. 4월 이후 울산시장 선거 사건 기소가 재가동되고 선거사범 수사가 맞물리면 '정권수사'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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