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명백한 법규 위반 없는 이상 군 당국 판단 존중해야"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혼인한 군종 장교의 현역 복무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강제전역 시킨 국방부 처분이 합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공군 군종장교 박 모씨가 국방부를 상대로 제기한 '현역복무 부적합 전역 처분 취소 청구'에 대한 상고심에서 국방부 손을 들어준 원심을 지난달(12월) 27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군 인사법상 현역복무 부적합 여부 판단에는 참모총장이나 전역심사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폭 넓은 재량이 주어져 있으므로 군의 특수성이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이 없는 이상 군 당국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지난 1999년 대한불교 조계종(이하 조계종) 승적을 취득한 뒤 2005년 7월 공군 군종 장교로 임관한 박 씨는 2011년 6월 결혼했다.
앞서 조계종은 2009년 3월 종헌을 개정해 군종 장교로 복무하는 승려의 결혼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삭제하고, 이들도 조계종 승려들과 같이 독신을 유지하도록 했다.
조계종은 뒤늦게 박 씨의 결혼을 인지하고 종헌을 위반해 혼인을 했다는 이유로 2015년 4월 28일 박 씨에 대한 승적을 제적시켰다. 박 씨는 승려의 혼인이 허용되는 태고종 승적을 취득한 뒤 조계종을 상대로 '제적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까지 갔으나 패소했다.
공군 역시 2017년 4월과 7월 각각 현역복무부적합 조사위원회 회의와 전역심사위원회 회의를 거쳐 박 씨가 현역으로 복무하기 부적합하다고 의결했다.
앞서 1.2심도 국방부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군종업무에 관한 훈령 제 7조에 따르면 군종장교는 참모 장교로서의 신분과 성직자로서의 신분을 함께 가진다"며 "영적 지도자로서 업무 수행을 위해선 스스로 소속 교단의 종헌을 준수해야 하지만 원고는 결혼으로 종헌을 위반했기 때문에 업무 수행에 장애가 생긴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군 당국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원고 상고를 기각했다.
법률사무소 금상 정병택 변호사는 "종단에서 파견한 군승이 종헌을 따르지 않아 승려의 자격을 잃었는데 군승 자격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면 오로지 군승 자격을 얻기 위해 군종장교에 지원하려는 승려를 배제하기 어렵게 된다"며 "이렇게 될 경우 종단은 소속 승려에 대한 관리감독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법원 특별 2부 역시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결혼 후에도 군종 장교로 현역복무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특별2부는 이날 해군 군종장교 김 모씨가 국방부를 상대로 낸 '현역 복무 부적합 전역 처분 취소 청구'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박 씨 사건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국방부 판단을 존중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는 해석이다.
1998년 조계종 승적을 취득해 2005년 7월 해군 군종장교로 임관한 김 씨는 2014년 12월 결혼했다. 김 씨 역시 군종장교로 복무하는 승려의 혼인을 금지하는 종헌을 어긴 것이다.
하지만 박 씨의 경우와 다르게 김 씨 사건을 심리한 1.2심 재판부는 "조계종 승적 박탈만으로 원고가 해당 계급에 해당하는 직무를 수행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 없고, 종헌 개정 전 허용된 혼인에는 법률혼 뿐 아니라 사실혼도 포함되므로 김 씨는 조계종 종헌 제9조 2항이 삭제되기 전인 2008년 12월 이미 사실혼 관계를 형성했으므로 종헌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의 파기환송 결정으로 김 씨의 항소심은 다시 심리되지만, 이미 '군 당국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여러 차례 나온 만큼 승소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법조계 전반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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