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카를로스 곤이 폭로한 일본 검찰…한국과 '평행이론'

카를로스 곤 전 닛산 자동차 회장이 지난 8일 레바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유죄율 높고 피의자 방어권 보장 부족"…권위주의적 형사사법 '쌍둥이'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일본의 형사사건 유죄율은 99.4%에 이르며, 검찰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전혀 보장하지 않는다."

'세기의 탈출극'을 벌인 카를로스 곤 전 닛산 자동차 회장이 지난 8일 레바논에서 한 말이다.

일본 정부는 이례적으로 새벽에 기자회견을 열어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 기소하는 방식으로 검찰권을 운영한다"며 곤 전 회장의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닛산의 영웅'으로 불리던 곤이 일본 열도를 탈출해 지구 반대편에서 '레바논판 알릴레오'를 찍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 언론은 연일 곤 전 회장의 부도덕성과 도주의 불법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서방세계는 탈출극 배경에 깔린 권위적인 검찰권에 더 주목한다.

카를로스 곤이 성토한 도쿄지검 특수부의 수사 행태를 보면 서울중앙지검과 판박이다.

일본에서 기소되면 유죄를 받을 확률이 99%가 넘고, 검찰은 자백을 강요하는 반인권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곤의 주장의 골자다.

불행히도 그의 말은 사실이다. 심지어 일본의 구속영장 발부율은 최근 많이 떨어져 97~98% 정도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99.9%라는 놀라운 수치를 유지했다.

일본 형사소송법에 능통한 한 변호사는 "공권력에 상당한 권위를 부여하는 문화와 외부에서 이식된 민주주의가 결합되면서 (일본에서는) 검찰에 엄청난 권한이 있다"며 "거의 모든 형사피의자들은 검찰에 체포되는 그 순간 자백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그래도 심급별로 구속기간 연장의 제한이라도 있지만 일본은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 가능하다"며 "자백하지 않으면 구속하고, 한번 구속되면 나오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죄율 높고 피의자 방어권 보장 부족…권위주의적 형사사법 쌍둥이[더팩트ㅣ임세준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과 강남일 차장,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이원석 기조부장(왼쪽부터)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본관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limsejun0423@tf.co.kr 사진영상기획부 photo@tf.co.kr

물론 우리나라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 기소되면 유죄를 받을 확률은 97%가량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형사사건을 가면 판사들이 '양형변론이 아니라 무죄변론 하시는 건가요'라는 짜증섞인 말을 심심찮게 한다"며 "판사 자체가 검찰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강한 유죄의 심증을 가지고 재판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서유럽이나 미국같은 이른바 법률 선진국에선 형사사건 무죄율이 10%를 넘는다"며 "내가 카를로스 곤의 변호사였더라도 일본이나 한국같은 '권위주의적'인 사법체계 구조에선 도망가라고 했을 것 같다"고 했다.

곤 전 회장은 정의를 원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탈출했다고 한다. 이 사건의 드라마적인 요소에 집중하기 보다는 검찰권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곤 전 회장은 2018년 11월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됐다. 5년간 1000억원 가까운 보수를 받고도 절반만 축소 신고한 혐의다. 이후 10억엔의 보석금을 내고 지난해 3월 석방됐지만, 일본 검찰은 곤 전 회장이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하자 특수배임 혐의를 추가해 재구속했다.

우여곡절 끝에 5억엔의 추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곤 전 회장은 이달 1일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레바논 베이루트로 탈출했다.

곤 전 회장은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셰린에서 견습생으로 시작해 르노자동차 부사장을 거쳐 2000년 경영위기에 직면한 닛산의 재건을 이뤄내며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회장직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기업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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