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인사 후 거취 관심…"수사 포기하지 않을 것"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26년 검사 생활 동안 두 번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한 번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 나머지는 재벌 총수 구속영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였다.
평생 검사라고 자처하던 그가 처음 사표를 낸 건 2002년. 법무법인 태평양에 취직했다. 딱 1년 만에 변호사 생활을 그만 두고 검찰청으로 돌아갔다. 평소 가장 존경해온 이명재 검찰총장의 부름을 받고서였다. 당시 상황을 아는 주변 인물들은 "변호사 생활이 적성에 안 맞았다"고 입을 모은다.
2006년 현대기아자동차 비자금 사건 수사 때가 두번째다. 정몽구 회장 구속을 주저하는 정상명 검찰총장에게 수사보고서와 사표를 함께 제출했다. '소윤'이라고 불리는 분신 윤대진 검사와 함께였다. 결국 정상명 총장은 영장 청구를 결단했고 정 회장은 구속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로 미운털이 박혀 '좌천성 영전' 당해 지방 고검을 떠돌 때도 여러 차례 사표를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3년 만에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맡은 박영수특검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후 기수를 뛰어넘어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대규모 검찰 인사로 윤석열 총장의 최측근들이 한꺼번에 좌천됐다. 대검 지휘부 중 검사가 아닌 사무국장과 감찰부장을 빼고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등 주요 간부 8명이 모두 바뀌었다. 동기인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도 고검장으로 승진했지만 비수사 보직(법무연수원장)을 맡았다. 후임자 중 특수통은 1명도 없다.
윤 총장은 이날 법무부 인사 내용을 보고받고 별말없이 퇴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년사에서 "검찰 구성원의 정당한 소신을 지켜주겠다"던 그였다.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번 물갈이 인사를 예상한 검찰 내에서는 미리 윤 총장에게 '어떤 상황이 와도 사표를 내선 안 된다'는 건의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일부 검사 사이에서는 "윤 총장이 나가면 정부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검사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도 아직 감지되지 않는다. 애초 거론되던 비검사 법조인의 요직 기용 등 '마지노선'은 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2월까지 이어질 후속 인사도 변수다. 현재 진행 중인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의혹,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수사팀 중간간부인 차장·부장검사급은 반드시 지키려고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국 전 장관 가족 수사 등 주요수사는 사실상 윤 총장이 직접 챙겨왔다. 지난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 때도 "제가 결단해서 수사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신이 밀어붙인 수사가 외부 상황 때문에 난항을 겪으면 더 강수를 뒀던 윤 총장이다. 채동욱 검찰총장까지 '날아간' 뒤인 2013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를 방해했다고 폭로했던 것도 한 예다. 법조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 역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총장 자신도 인사 때문에 원망을 들은 적이 있다. 지난해 취임 후 단행한 인사에서 윤 총장의 정예부대인 '특수통'이 요직을 독차지했다. 무려 60여명의 검사가 줄사표를 냈다. 그는 "여러분이 맡은 보직이 기대했던 보직일 수 있고, 기대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지만 어떤 보직을 맡느냐가 아니라 내 자리에서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를 잘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조직을 추슬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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