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산불, 비상사태 ···"떠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떠나라"

호주 남부 베언즈데일의 산에서 불길이 솟구치고 있다. CNN은 2일(현지시간) 큰 불이 강풍을 타고 16㎞까지 솟구쳐 오르며 이동하는 화염 토네이도로 호주 산불 사태가 더욱 위협적으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베언즈데일(호주)=AP.뉴시스

[더팩트ㅣ이효균 기자] 호주 남부에서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계속되는 가운데 고온과 강풍이 더해지며 '화염 토네이도(firenados·불과 토네이도의 합성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또 강한 바람과 고온의 영향으로 호주 화재가 확산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AP통신은 보도했다.

40도 이상으로 치솟은 기온과 강한 돌풍이 수백개의 산불을 부채질하고 있으며, 새로운 산불이 속속 일어 나고 기존 산불도 봉쇄선을 뚫고 퍼지며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시드니는 서부 교외인 펜리스에서 사상 최고인 섭씨 48.1도를 기록했고, 호주 수도인 캔버라도 역대 최고인 42.9도를 기록했다고 호주 기상청(BOM) 대변인이 밝혔다.

가뭄을 이어지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올드바에 들불이 번져 11월 9일(현지시간) 한 소방관이 화재 진압을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올드바(호주)=AP.뉴시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날 TV로 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주말 내내 격렬한 산불이 예상된다"며 "예비군 3000명을 동원해 의용 소방대 수천 명을 돕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총리는 "예비군을 피해 지역에 배치하는 등 가능한 모든 능력을 동원하겠다"고 말했고 "이번 재앙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확대되는 것을 목격했다"며 주민들의 피신을 당부했다.

린다 레이놀즈 호주 국방장관은 "이렇게 많은 예비군이 소집된 것은 내 기억으로는 처음이다"며 "우리 역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남부 빅토리아 주(州) 주민 4000여명이 해군과 함께 대피하는 사진과 영상이 게시되고 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현재 소방관은 빅토리아주 전역에서 약 53건의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이날 바람이 남풍으로 바뀌며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뭄이 이어지는 호주 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며칠째 계속되면서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정부는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인근 시드니 지역 주민을 상대로 재난 단계의 화재 경보를 발령했다. /타리(호주)=신화.뉴시스

'비상사태'를 선포한 빅토리아 주정부는 14만 명 주민을 비롯한 피서객에 대피령을 내리며 "떠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떠나라"고 강조했다. 소방당국은 "수백만 개의 불꽃이 화재 확산 방지선을 넘어왔다"며 "방심할 수 없다. 우리가 경고한 지역에 머물고 있다면 당장 피하라"고 당부했다.

현재 호주 인구 밀집지역인 동남부에는 많은 지역에 비상사태가 선포됐으며 3개 주에서 1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긴급 대피령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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