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책임 큰데 반성없어"…변호인 "방어권 침해에 무리한 조사"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검찰이 국고 손실 혐의 등으로 기소된 원세훈(68)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른바 '민간인 댓글부대' 사건 재수사로 재판에 넘겨진 뒤 약 2년간 진행된 원 전 원장의 재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는 2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국고 등 손실)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의 결심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원 전 원장에게 징역 15년, 자격정지 10년, 추징금 약 198억3000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유로는 "피고인 원세훈은 국정원장으로서 국가 안보를 지킬 책임이 있었으나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반대세력을 탄압하는 과정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며 "고위 공직자로서 뇌물을 공여하고 국정원 예산을 사적으로 운용하는 등 사리사욕을 꾀했다. 이 과정에서 엄격한 상명하복 지위를 이용해 부하들을 범죄자로 만들어 실형을 살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거운 책임이 있는 반면 반성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함께 기소된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에게는 징역 7년, 자격정지 7년, 추징금 약 67억2000만 원의 중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김재철 전 MBC 사장에게는 징역 4년에 자격정지 3년, 이재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는 징역 3년에 추징금 1억7700만원,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에게는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구형했다. 나머지 피고인에게도 징역 2~4년의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 측은 최후진술에서 검찰의 공소제기와 재판 진행에 이의를 제기하며 공소기각 내지 무죄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의 국정원 댓글사건 파기환송심부터 변호인으로 함께 해왔다. 1심과 2심 판결 내용에 차이가 많고 대법원에서 사건을 돌려보내기도 하는 등 법적 쟁점이 매우 많은 사건이었다"며 "검찰은 피고인 방어권을 위해서라도 모든 혐의를 묶어서 기소할 수 있었을 텐데 각각 기소해 8건의 형사재판을 받게 됐다. 피고인은 재판에서 방어권을 침해받았을 뿐 만 아니라 검사실에 수없이 불려가 기억나지도 않는 사건을 질문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재임할 당시 북한 도발 등으로 국내 상황이 어지러워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이 업무를 위법하다고 판단하는 건 잘못됐다. 피고인이 공소사실에 나타난 모든 국정원 업무를 지시하고 직접 처리한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원 전 원장은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정원적폐청산TF 지휘로 '민간인 댓글 부대'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듬해에는 △MBC 인사 불법 관여 △안보교육 명분 정치 관여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특수활동비 2억 원 및 현금 10만 달러 전달 △야권 정치인 제압 문건 작성 등 정치공작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 사업 △호화 사저 마련 위한 횡령으로 기소됐다.
지난해 12월말 국내 양대 노총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와해할 목적으로 제3노총 설립에 국정원 자금을 사용한 혐의로 추가기소돼 총 8건의 형사재판을 받아 왔다.
통상 결심 공판 후 선고까지 약 1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2년간 법정 공방을 벌여온 원 전 원장 사건은 2020년 연초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원 전 원장은 지난 2013년 수사를 받은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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