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타인 인격권 침해까지 보호받을 수 없어"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대법원이 음악장르 중 하나인 '힙합'에서 상대를 공격하는 이른바 '디스' 행위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타인의 인격권 침해 정도가 심할 경우 예술 표현의 자유도 무한정 보호받을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은 12일 자작곡 가사와 무대 공연에서 다른 여자 가수를 성적으로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래퍼 블랙넛(본명 김대웅)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6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함께 확정됐다.
블랙넛은 2017년 자작곡 '투 리얼'의 가사에 여성 래퍼 키디비(본명 김보미)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내용을 담았다. 키디비가 법적 대응을 예고하자 같은해 5월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키디비를 모욕하는 사진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16~2017년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열린 4차례의 공연에서 키디비를 성적 대상으로 삼은 곡을 부르거나 퍼포먼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블랙넛이 먼저 가요계에 데뷔해 인기를 끌던 키디비를 이용해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려 한 것으로 봤다. 이에 대해 블랙넛은 "(이런 가사는) 힙합 장르 내에서는 용인될 수 있고, 키디비의 명예를 훼손하려거나 모욕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블랙넛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예술의 자유가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경우까지 무제한으로 보호될 수는 없다. 가사에 피해자의 예명을 명시적으로 적시했고 성적 비하의 의미를 내포하는 단어로 구성돼 있는데, 피고는 이를 반성하거나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역시 "다른 문화예술 행위와 다르게 힙합이라는 장르에서만 특별히 그런 표현을 정당행위라고 볼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김 씨가 한 모욕적 표현들은 힙합의 형식을 빌렸을 뿐 아무런 정당한 원인도 맥락도 없는 성적 희롱 내지 비하에 불과하다"며 1심을 유지했다.
대법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happ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