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이수역 폭행 사건' 끝까지 간다…칼자루는 법원에

이수역 폭행사건 당사자들이 재판에 넘겨져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심리로 첫 재판이 진행됐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이수역 폭행사건 관련 남성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글과 남성들로부터 일방적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올린 사진. /청와대 게시판,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약식기소 불복해 정식 재판 열려…'미필적 고의' 판단에 주목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지난해 11월 20대 남녀 5명이 술집에서 시비가 붙어 폭행 사건으로 번진 이른바 '이수역 폭행사건'이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게 됐다. 앞서 검찰은 폭행 가담 정도가 적고 상호간 합의한 3명을 제외한 남성 A씨와 여성 B씨에 대해 약식기소 처분을 청구했다.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A씨와 B씨에게 각각 100만 원와 200만 원의 벌금을 물리는 약식명령을 발부했으나 두 사람 모두 불복해 3일 첫 공판이 열렸다. A씨는 혐의 중 공동폭행과 모욕은 인정했지만 상해 혐의는 부인했다. 건강 악화로 불출석한 B씨는 검찰 조사 당시 상해는 물론 공동폭행과 모욕 혐의도 일부 부인한 것으로 알려져 1년 전 술집에서 발생한 사건 전반에 대한 심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년 전 그날 밤 계단에서는 무슨 일이

공소사실을 종합하면 지난해 11월 26일 새벽 B씨는 일행 여성과 술을 마시던 중 같은 술집에 있던 연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이를 본 A씨와 일행 남성 2명이 해당 발언을 문제 삼으며 싸움으로 번졌다. 계단에서 싸우던 중 여성이 아래로 굴러 떨어져 전치 2주 수준의 후두부 손상을 입었다. 남성 일행 역시 같은 장소에서 2주간의 손목 부상을 당했다. 애초 여성 일행은 상대편 남성이 밀쳐 머리를 다쳤다고 주장한 반면 남성 일행은 술집을 나서던 중 여성 일행이 허리춤을 붙잡아 뿌리쳤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3일 공판에서 A씨 측이 상해 혐의를 부인하며 상해가 발생한 1년 전 술집 계단에서의 일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 출신 이승혜 변호사(변호사이승혜법률사무소)는 "상해 혐의를 부인한다는 건 곧 상해의 원인이 된 폭행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상해 발생 원인의 사실관계, 즉 계단에서 손을 뿌리쳤다는 남성 측 주장이 사실로 입증될지, 이 행동을 폭행으로 볼 수 있을지가 쟁점으로 보인다"며 "계단이라는 공간 특성상 손을 뿌리침으로써 상대가 크게 다칠 수 있음을 알았다는 예견 가능성 역시 주요하게 다툴 것"이라고 전망했다.

계단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으로 상해 혐의를 벗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서혜원 변호사(서혜원 법률사무소)는 "계단에서 손을 뿌리치면 크게 다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고 싸움 장소가 주점이라 상대방이 주취 상태에서 몸을 가누기 힘든 사실도 인식할 수 있다"며 "상해나 폭행치상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통상 전치3주 이상, 흉터가 남거나 신체의 생리적 기능이 훼손될 수준일 때 상해 혐의를 적용하는 경향이 있어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이수역 폭행사건이 사건발생 1년여 만에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15일 해당사건을 보도한 언론매체에 의해 공개된 사건 당시 영상. /YTN 유튜브 채널 캡처

◆'공동폭행'도 심판대에…"무죄 확률은 낮아"

A씨가 상해죄를 제외한 혐의를 모두 인정한 반면 첫 재판에서 건강상 문제로 불출석한 B씨는 검찰 조사에서 공동폭행 혐의도 일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수사내용을 볼 때 양측 간에 신체 공격이 오갔던 정황이 입증돼 폭행 행위가 없었다는 주장은 신빙성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정당방위에 따른 공격이었다는 점이 입증되면 폭행 혐의를 벗을 가능성이 있지만 정당방위를 바라보는 법원의 시각이 매우 엄격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

형법 제21조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로 정당방위를 규정하고 처벌할 수 없다고 본다. 명시된 '상당한 이유'에서 정당방위 여부가 갈리는데 이수역 사건과 같이 시비가 싸움으로 번진 경우 그 범위를 더욱 좁게 보는 경향이 있다. 2000년대까지 인용된 대법원 판례(83도3020)는 "상호시비가 벌어져 싸움을 하는 경우 투쟁 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로 구성돼 피고인의 행위만을 방어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다. 물리적 저항없이 긴급피난이 가능한지 여부(긴급성) 역시 중요한 기준인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수역 사건이 이에 부합할지 미지수다. 이충윤 법무법인 해율 변호사는 "양측이 자리를 피하거나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상황을 모면할 다른 방법이 많았고, 반드시 물리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있었던 상황이라 정당방위는 성립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B씨의 모욕적인 언사를 시작으로 쌍방폭행이 유발된 점은 A씨에게는 감경요소로 양형에 반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판에 넘겨진 이수역 폭행사건의 2차 공판은 1월 16일 오후 3시15분으로 열린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남용희 기자

이미 법원이 약식명령을 발부하고 종결한 사건인 만큼 기존에 인정한 혐의를 뒤집기 쉽지 않을 거라는 예측도 있다. 장윤미 변호사는 "검찰이 시민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꽤 장기간 수사한 끝에 청구한 벌금형 약식기소 처분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법원 판결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벌금 액수는 약식기소 당시 처분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재판에서 형이 뒤집힐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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