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국민 학력평가 신뢰 떨어뜨려 죄질 불량"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시험 답안지를 유출해 쌍둥이 딸의 성적을 올린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에게 2심도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이관용)는 22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 현모(52) 씨의 항소심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단 원심 판결 징역 3년6개월을 파기하고 3년으로 낮췄다.

재판부는 "중상위권이던 쌍둥이 딸이 동시에 함께 같은 기간 성적이 급상승해 압도적으로 전체 1등을 차지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라며 "본인의 실력 외에 외부적 요인이 개입했다고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씨가 시험 답안지에 접근 가능했다는 1심의 판단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답안지를 보관한 교무실 금고의 비밀번호를 안 것으로 인정되고 시험 직전 객관적 자료로 드러나는 업무 없이 주말 근무, 야근을 한 것도 반증"이라며 "CCTV 증거나 목격자는 없지만 간접사실을 종합하면 논리·경험칙상 피고인이 답안을 입수해 전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신뢰에 부응해야 할 교사가 두 딸을 위해 제자들의 노력을 헛되게 해 죄질이 심히 불량하다"며 "우리나라 중등학력 평가에 대한 국민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려 피해가 막심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씨가 두 딸이 입학했을 때 교무부장 지위를 유지하는 게 적절한지 학교 쪽에 질의했으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들어 우발적으로 범행이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두 딸 역시 형사 재판 중이고 고령의 모친을 부양하는 사정도 감안해 1심의 양형을 6개월 줄였다.

현씨는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지난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차례 정기고사 답안을 쌍둥이 딸에게 전달해 학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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