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인사도 잘 했던 조용한 가족" 안타까운 반응
[더팩트ㅣ인천=윤용민 기자] "말해 뭐 해요. 근데 우리도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어. 경우도 바르고 밝았던 사람인데..."
인천시 계양구 동양동 한 임대아파트 앞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최모(52·여) 씨는 순대를 썰며 이렇게 말했다.
이 임대아파트에서 살며 정부로부터 주거급여를 받던 40대 여성 등 4명이 지난 19일 숨진 채 발견됐다.
집 안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건강이 좋지 않아 힘들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그들은 단지 이런 이유만으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더팩트>는 21일 이들이 함께 살던 임대 아파트를 수소문해 찾아가 봤다.
이모(49·여) 씨 가족 등 4명이 살았던 아파트 복도는 출입을 통제하는 폴리스라인과 겹겹이 쌓인 택배상자 등으로 을씨년스러웠다.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검은색 비닐봉지와 여행용 가방, 우산 등도 눈에 띄었다.
때마침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이웃주민 이모 씨는 미개봉된 택배상자 하나를 가리키며 "저건 아기나 강아지를 키울때 사용하는 일종의 울타리"라며 "아마 저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려고 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에 말이 많지는 않아도 인사도 잘하고 그랬는데,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라며 혀를 찼다.
다른 이웃들 역시 이들에게 특별한 징후가 없었다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파트 입구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윤모(55·여) 씨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엄마는 늘 혼자 다녔지만 주민들과 인사도 잘했던 걸로 기억한다. 딸은 요즘 친구하고 계속 같이 다녔다"고 전했다.
이어 "사람이 저런 모진 결심을 했을 땐 이유가 한 두가지는 아니겠지만, 겉으로 특별한 낌새는 없었다"며 "마음이 왠지 무겁고, 따뜻한 말 한마디 못 건내줘 미안하다"고 했다.
사건 당시 근무를 했던 경비원은 "너무 조용한 가족이어서 특별한 기억이 없다"며 "2008년부터 이 아파트에 살았다던데, 그 가족을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생활고가 원인이라고 뉴스가 나오던데 그 집에서 공과금을 단 한번도 밀린 적이 없다"며 "내밀한 사정까지는 잘 모르겠다. 나이도 아직 젊은데 설마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그랬겠느냐"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의 사망 원인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고, 이날 가스 질식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 필적도 다 다르고, 외부침입 흔적도 없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유서 내용이나 자세한 내용은 개인적인 부분이라 밝힐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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