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M 미공개 정보 맞나…나머지 혐의는 '사실관계 다툼'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학교 교수가 11일 14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자녀의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관련 혐의 등을 추가해 이날 정 교수를 구속 기소했다. 지난 8월27일 조 전 장관 일가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강제수사에 착수한지 76일 만이다. 앞서 검찰은 조 전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던 9월 6일 늦은 오후 정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제대로 된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채 공소시효를 앞두고 '졸속 기소'를 했다는 비판에 휩싸인 탓인지 공소장은 방대했다. 표지와 목록을 포함해 81쪽 분량인 공소장으로 진행될 정 교수 재판의 주요 쟁점은 무엇일까.
◆WFM 미공개 정보 논란…언론 보도되면 '실질적 공시'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 모 씨로부터 2차 전지 업체 WFM에 관한 미공개 정보를 제공받고 2018년 1~11월까지 총 7억1300만원 상당의 WFM 주식을 장내외에서 매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정 교수에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4조에 규정된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를 위반했다고 본다. 투자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미공개 중요 정보를 사전에 알고 이익을 취득했다는 내용이다. 판례에 따르면 업체가 공시하지 않아도 신뢰성 있는 언론보도를 통해 정보가 공개됐다면 미공개 정보로 보지 않는다.
익명을 요청한 경제범죄 전문 변호사는 "한국 법원은 상장 업체에서 공시하지 않은 정보도 언론에 보도되면 공시의 범주에 넣기도 한다. 다만 해당 보도는 공신력 있는 중앙 일간지 수준이어야 하고, 보도한지 최소 24시간 지난 후 정보를 이용해야 실질적으로 공시된 정보라고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미공개 정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들쑥날쑥한 건 사실이지만 나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단순히 투자 시장에서 누구나 알고 있는 정보였다는 점만으로 혐의를 피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WFM이 수십억 규모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해 2차 전지 음극소재 양산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내용은 2017년 12월 무렵부터 경제 전문지는 물론 일간지 등에 보도됐다. 이에 따라 검찰과 정 교수 측은 보도 내용이 업체 공식 발표만큼 공신력이 있는지를 따질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관리법 위반에 덧댄 사기죄 쟁점은 '기망 행위'
검찰은 11일 기존 11개 혐의에서 허위 보조금 수령 혐의에 사기죄를, 차명 주식거래 혐의에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등 죄명을 3개 늘려 추가기소했다. 이중 정 교수가 딸 조민(28) 씨를 자신이 교수로 근무하는 동양대 연구보조원으로 등록해 보조금 320만원을 수령한 것을 두고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혐의 가짓수를 늘리기 위한 무리한 기소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신장식 변호사는 12일 tbs '김어준의뉴스공장'에 출연해 "보조금관리법 위반과 사기죄 적용은 상상적 경합이다. 행위 하나로 두 개의 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라며 "같은 행위에 두 가지 죄가 적용되면 처벌이 더 무거운 죄로 가게 돼 있다. 사기죄 처벌이 더 무겁고, 두 혐의를 적용해 '또 저질렀군'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형법상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 및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는 죄"다. 전문가들은 해당 조항에서 명시한 기망 행위의 범주를 넓게 판단하는 한국 사법부 특성을 감안한 기소라고 분석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간)는 "특정한 언행으로 상대방을 속여 금전을 취한 행위가 아니더라도, 금전을 취득할 자격이 없는데 자격이 있는 양 위장해 이익을 취득하면 기망 행위를 했다고 보고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자격미달인 사람이 기초수급대상자인 것처럼 속여 국가보조금을 탄 경우도 사기죄로 기소한 사례도 있다. 기망 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입시비리' 혐의만 4개…'위조'가 실마리
정 교수가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해 받는 혐의는 △위조사문서행사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업무방해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로 총 4개 혐의다. 위조 사문서인 동양대 표창장과 허위작성 공문서인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증명서 등을 서울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각각 제출해 대학 입시를 방해했다는 내용이다. 사립인 동양대와 달리 서울대와 부산대는 국립이라 각각 다른 혐의가 적용돼 4개로 불어났지만, 사건의 인과관계를 따져보면 문서를 위조해 입시에 이용한 사안으로 축약된다. 정 교수 측이 동양대 표창장과 서울대 인턴십 증명서를 위조하지 않았다는 객관적 물증을 제출할 경우 나머지 혐의도 벗게 된다.
자녀 입시비리 의혹은 조 전 장관 일가를 둘러싼 논란의 한 축이다. 검찰과 정 교수 측 모두 기본적 사실관계부터 정반대 입장을 팽팽히 고수 중이다. 이에 따라 입시비리 관련 혐의에 있어서는 검찰과 정 교수 모두 얼마나 신빙성 있는 진술과 물증을 확보할지에 달렸다는 의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입시비리 관련 혐의는 정 교수가 문서를 고의로 위조했다는 전제사실을 깔아야 적용 가능한 혐의"라며 "입학에 쓰인 서류가 위조되지 않았다는 점만 입증된다면 다른 혐의는 모두 무혐의가 된다"고 봤다. 역시 익명을 요청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검찰 측이 주장하는 공소사실이 전부 사실로 입증된다면 법리적으로는 모두 적용 가능한 혐의"라며 "이에 따라 검찰과 변호인 모두 사실관계를 밝힐 객관적 물증 확보가 재판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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