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원인·수사외압·구조실패…수사단장에 '특수통' 임관혁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로 대검찰청이 6일 세월호참사 관련 수사의뢰 사건을 수사할 특별수사단 출범을 발표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회적참사 특조위'),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 등에서 진상조사를 벌여 왔지만 한계가 뚜렷했다. 검찰은 사회적참사 특조위에서 살펴본 내용을 넘겨받아 재조사에 착수한다. 수사권을 가진 검찰에서 특별수사단을 꾸리며 침몰 원인과 부실대응 등 세월호참사를 둘러싼 핵심의혹이 풀릴지 관심이 모인다.
◆참사 5주기에도 오리무중인 '침몰 원인'
2014년 4월 16일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는 전라남도 진도군 해상에서 침몰했다. 같은 해 10월 검찰은 조타수의 조타미숙으로 무리하게 대각도 방향으로 변침(항로 변경)하며 배가 기울어 참사로 이어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조타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항로를 변경한 이유와 과정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침몰의 직접적 원인으로 보기 모호했다. 업무상과실에의한선박매몰 혐의로 기소된 항해사와 조타수 역시 같은 해 11월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침몰 원인은 미궁에 빠졌다.
세월호 선체 자체의 결함과 외부 충격이 원인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2017~2018년 1년 여간 조사를 진행한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이하 '선조위')는 선체 내 화물 고박 상태가 부실하고 해양수산부에서 제시한 9가지 조건 중 대다수를 어긴 채 출항했다고 주장했다. 권영빈 제 1소위원장 등 조사위원들은 잠수함 등 외부 충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조류가 빠르기로 유명한 침몰지점에 진입한 후에도 과속 운행해 사고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부수적 원인일 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확한 침몰 원인은 참사 후 5년을 넘긴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대통령은 관저에, 법무장관은 수사외압
국가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청와대의 행적 역시 침몰 원인만큼 불분명했다. 사고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고를 알고 첫 지시를 내렸다고 알려진 오전 10시15분부터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에 도착한 오후 5시15분 사이 7시간의 행적이 불확실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마저도 검찰 수사 결과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자체적으로 골든타임으로 지정한 오전 10시보다 20분 늦은 10시 20분에야 사고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를 받은 후에도 청와대 관저 침실에 머무르고 국정농단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순실(63) 씨가 '잃어버린 7시간' 사이 방문한 사실이 추가로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청와대 보고와 수사 지시가 늦은 점을 감추기 위해 관계자들이 조작한 정황까지 밝혀졌다. 2018년 3월 검찰은 최초 보고시간 조작은 물론 국가위기관리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재난상황의 컨트롤타워"라고 쓰인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조항을 "안전행정부가 컨트롤타워"라고 수정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법무부 장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의 사건당일 기록을 밀봉하고 세월호참사 관련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도 있다. 국가 차원에서 재난에 미흡한 대응을 하고 이를 감추려 수사를 방해한 것에 대한 조사와 처벌 역시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 있다. 4․16 가족협의회에서 참사 5주기를 맞아 특별수사단 설치를 촉구하며 밝힌 3대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300명 희생자 낸 총체적 부실 구조 의혹
세월호참사로 수학여행을 떠난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과 교사를 포함해 300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구조된 승객은 172명으로 탑승객 476명 중 40%도 채 안되는 수치다. 위급상황 속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을 한 선원 대부분이 먼저 탈출해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퇴선 명령을 받지 못한 단원고 학생을 포함한 일반 승객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뒤늦게 기울어진 배를 빠져나와야 했다. 사건당일 침몰 신고 후 30여 분이 지난 오전 9시 30분께까지도 해경은 선체 안에 진입하지 않고 이미 빠져나온 선원과 승객만 구조했다는 생존자 증언이 이어지며 부실 구조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31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병원 이송이 시급한 단원고 학생 대신 김석균(54) 해경청장 등 고위 인사를 응급 헬기에 태웠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사고 직후 구조현황은 특별수사단의 주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의 지휘봉은 '특수통' 임관혁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장이 잡게 됐다. 임 청장은 1997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로 임관했다. 이후 춘천지방검찰청 속초지청, 부산지방검찰청, 대전지방검찰청,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 수원지방검찰청 등에서 일했다. 또 대전지방검찰청 공주지청장과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5부장, 인천지방검찰청 외사부장 등을 역임했다.
임 청장은 2014~2015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근무하며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한 신학용 전 의원을 기소하고 '정윤회 문건'을 수사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 외교 비리 등 대형 수사를 주로 맡았다. 현 여권과는 악연도 있다. 2013년 1심 무죄를 받은 한명숙 전 총리의 2심에서 유죄를 받아냈다. 한 전 총리는 결국 징역 2년이 확정돼 실형을 살았다.
이정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세월호TF 팀장(변호사)은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참사 관련 진상규명을 원치 않는 분위기였다. 이와 달리 세월호참사 속 감춰진 진실을 밝혀야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지금 검찰에서 특별수사단을 꾸린 건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며 "강력한 수사권을 지닌 검찰이 특별수사단을 통해 적극적으로 조사한다면 상당한 진실을 밝혀내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ilrao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