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이명희 항소심 시작…"세상 돌아가는 걸 몰랐다"

조현아 상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지난 5월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첫 공판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 이새롬 기자

"가정부 고용 위법성 뒤늦게 알아"…내달 24일 결심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내 이명희(70)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2심 재판 절차가 시작됐다. 이 전 이사장 측은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서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과정에 위법성이 있는 줄 몰랐다며 양형 부당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전 이사장에게 불법고용 사실을 알려준 이모 씨를 증인으로 채택하고 내달 24일을 결심공판기일로 잡았다.

서울중앙지법 제9형사부(이일염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2시30분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 등을 선고받은 이 전 이사장에 대한 2심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 전 이사장의 재판이 열린 법정은 오후 2시10분부터 오후 재판일정을 속개했다. 이 전 이사장에 앞서 3명의 피고인이 재판을 받았는데, 이 전 이사장은 본인의 재판 시간 약 10분 전부터 도착해 변호인단과 방청석에서 대기했다. 자신의 순서가 되자 재판부에 고개숙여 인사하고 피고인석에 앉았다.

이 전 이사장 측 변호인단은 "1심의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재판부가 2~3가지 정도 재고했으면 하는 사실이 있다. 또 1심 양형도 한 번 더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이 사실관계를 밝혀달라는 내용은 이 전 이사장이 가사도우미를 구하며 구체적인 지침을 내리는 등 불법고용에 깊이 관여했다는 점이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세상 돌아가는 걸 잘 몰라서 많은 사람에게 부탁한게 와전됐다"며 "24시간 함께 지낼 사람이니 건강상 문제가 없었으면 한다는 부탁 정도만 했다"고 해명했다.

또 가사도우미가 보수인상을 요구하자 거절하고 본국에 돌려보낸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회사 사람에게 불법고용 사실을 알게 돼 너무 놀라 그만두게 했다. 불법을 안 이상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긍정적인 태도"라며 "필리핀으로 돌아간 가사도우미가 1~2년 후 다시 일하고 싶다는 취지로 말하기까지 했다. 보수인상을 거절했다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자금으로 가사도우미 월급을 충당한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이 전 이사장에게 불법고용 사실을 알려준 전 대한항공 본부장 이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씨를 증인으로 채택하고 추후 기일을 다음달 24일 오후 5시로 잡았다. 해당 기일에는 검찰 구형 역시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이 전 이사장은 재판 시작 때와 마찬가지로 재판부에 고개숙여 인사하고 변호인단과 빠르게 퇴장했다.

이에 앞서 1심은 지난 7월 이 전 이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이는 검찰이 1심 결심공판에서 벌금 3000만원을 구형한 것보다 높은 형량이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이 전 이사장에게 구형한 벌금 3000만원은 비난 가능성에 상응하는 형벌이라 보기 어렵다"며 "이 전 이사장은 한진그룹 총수의 배우자라는 지위로 대한항공이 자기 가족 소유 기업인 것처럼 비서실을 통해 구체적 지침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일부 가사도우미를 대한항공에 종사하는 근무자로 가장해 체류기간을 연장시켰다는 혐의에는 출입국관리법 개정 이전에 행한 사실이라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 전 이사장은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 6명을 대한항공 소속 직원인 것처럼 초청해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전 이사장의 딸 조현아(44) 전 대한항공 부사장 역시 필리핀인 5명을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받았다. 조 전 부사장과 검찰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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