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반출·말맞추기 등 '증거인멸 우려' 쟁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법원이 지난 16일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인물인 조 장관 5촌 조카 조모(36) 씨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어 검찰이 조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의 소환조사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이목이 쏠린다. 특히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가 이른바 '조국 대란'의 일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여 더욱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일단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는 이견이 별로 없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지는 '증거인멸 우려'를 어떻게 판단하는가에 달렸다. 정 교수가 압수수색에 앞서 자신의 사무실 컴퓨터를 제3자와 옮긴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과 시기는?
정 교수의 구속영장을 좌우할 쟁점은 정 교수의 사무실에 있던 컴퓨터다. 정 교수는 지난 3일 동양대 압수수색 직전 자신의 사무실 컴퓨터를 평소 알고 지내던 투자증권사 직원의 차량 트렁크에 실어 반출했다. 조 장관은 후보자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학교에서 업무를 볼 수 없어 PC를 반출했는데 몸이 아파 증권사 직원이 갖고 있었다. 검찰 연락을 받고 그대로 (PC를) 임의제출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조 장관의 해명에도 주요한 구속요건인 '증거인멸 우려'를 피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는 "공소사실에 있어 제3자인 증권사 직원과 압수수색 대상물을 옮긴 건 주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며 "사실 법 전문가 시각으로 보기에 배우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무거운 데스크톱을 옮겼다는 건 상식선에서 이해되지 않는게 사실이다. 검찰도 소환조사가 끝난 후 이 점을 무겁게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리적 문제와 별개로 검찰의 수사 양상을 볼 때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A 변호사는 "구속영장 청구 자체는 검찰이 논리를 만들기 나름이다. 문제의 PC도 임의제출해 확보한 상황인데 실제 구속 여부와 관계없이 압박 목적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B 변호사 역시 "검찰 수사가 매우 압축적이고 신속하게 흘러가는 걸 볼 때 소환조사가 끝난 후 2~3일 이내 반드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근 윤석열 총장도 "수사를 신속히 마무리하라"는 언질을 한 것으로 알려져 정 교수 소환 조사 후 영장 청구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증거인멸 우려' 판단이 영장 발부 쟁점
이에 앞서 검찰은 조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이하 '코링크PE') 대표 이모 씨와 투자사 웰스씨앤티 대표 최모 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당했다. 당시 법원은 △사실관계 대체로 인정 △이미 증거 수집 △범행에서의 관여 정도 및 역할을 들어 이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반면 코링크PE의 실질적 대표라는 의혹을 받는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씨는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됐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역시 사무실 컴퓨터 반출과 떼놓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A 변호사는 "통상 혐의가 중하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을 때 구속영장을 발부하는데 정 교수는 결과적으로 컴퓨터를 임의제출해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볼 수 없다"며 "정 교수가 받는 혐의 역시 아직 일개 의혹에 불과한 점도 많아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지 예단하기 힘들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PC를 옮긴 것 자체를 증거인멸 의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하드디스크 내 증거를 없애려면 포맷이나 파일 삭제 정도로는 부족하고 아예 파손시켜 복구 불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증거 인멸보다는 압수수색과 재판에 대비해 복사본을 만들어 놓으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미 하드디스크 원본을 확보해 증거를 인멸하려고 한 흔적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검찰이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걸 보면 증거인멸 시도가 없었다는 반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양윤숙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대변인(변호사)는 "압수수색을 앞두고 증권사 직원과 PC를 옮기는 정황 등이 발견돼 구속영장 발부 요건은 충분히 충족한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구속된 인사가 5촌 조카 조씨밖에 없고, 앞서 정 교수가 컴퓨터를 반출한 직원과 최성해 동양대 총장 등과 연락한 정황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양윤숙 변호사는 "정 교수는 논란에 연루된 인사와 자신의 공소사실에 관해 전화 통화를 했던 일도 있었고 사건 관련자들 대부분이 구속되지 않았다"며 "불구속 시 이른바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 행위를 할 우려가 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예측했다.
◆장관 자택 압수수색은 왜 들어갔나
검찰은 23일 조 장관의 서울 방배동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도 주목된다. 현직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은 검찰 수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정 교수의 대학 연수실은 물론 수십 곳에 고강도 압수수색이 진행됐는데 자택까지 들어간 것을 두고 해석이 갈린다.
A 변호사는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두고 "자택에서 뭐가 나오든 말든 '예정된 수순'대로 압박용 수사를 하고 있다"며 "이미 수사가 꽤 진행된 지금 (검찰은) 완성된 공소장을 내보여야 한다. 공소장에 쓸 내용이 없으니 자택까지 들어가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B 변호사 역시 "이미 조 장관 집 PC 하드디스크를 확보한 상태에서 자택에서는 크게 나올 것이 없어 보인다"며 "현직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이라는 상징성에 의미를 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이 수사권 남용 논란을 무릅쓰고 압수수색에 나선 데는 남다른 자신감이 있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김한규 변호사는 "만약 혐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검찰로서는 매우 난처한 입장이 될게 불을 보듯 뻔하다"라며 "이런 리스크를 안고도 (조 장관의) 자택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은 그만큼 혐의 입증에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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