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오후 10시 이후 동해상으로 빠져나갈 것…긴장 늦추지 말아야"
[더팩트｜문혜현 기자] 22일 17호 태풍 '타파'가 부산 남쪽 인근 해상을 지나가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부산 지역엔 노후 주택이 무너져 1명이 숨졌다. 최대 순간풍속 30m가 넘는 강풍으로 곳곳에서 시설물과 가로등이 넘어지는 등 사고도 발생했다.
부산 북항 관측소 경우 초속 30.7m(시속 110.5km)의 순간최대풍속을 기록했다. 해운대 인근 고층빌딩과 고층빌딩 사이 주변에서는 바람이 초속 50m(시속 180km)로 매우 강하게 부는 곳도 있었다.
이날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오전 9시께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서 오토바이 운전자 B(69) 씨가 강풍에 넘어진 가로등에 부딪혀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오전 9시 55분께는 부산 수영구 한 아파트 자전거 보관소 지붕이 바람에 날려 행인 C(44) 씨가 머리를 다쳤다.
전날인 21일 오후 9시 51분께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한 목욕탕에서 가로 2m, 세로 1.5m 대형 유리창이 강풍에 깨져 인도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행인과 차량이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같은 날(21일) 오후 10시 25분경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한 2층 단독주택을 떠받치는 기둥이 붕괴해 주택 일부가 무너졌다. 이 사고로 주택 1층에 거주하는 D(72) 씨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주택 잔해에 깔려 9시간여만인 22일 오전 7시 45분께 숨진 채 발견됐다. 좁은 진입로 때문에 중장비를 투입할 수 없었던 경찰과 소방대원은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밖에도 곳곳에서 가로등이나 가로수가 쓰러지는 사고가 다수 발생했다. 22일 오후 2시 30분 기준 부산소방재난본부에 접수된 태풍 관련 피해 신고는 243건에 육박했다.
'타파'의 영향으로 하늘길·바닷길 또한 모두 통제됐다. 김해공항은 22일 국제선 80편, 국내선 104편 등 총 192편의 항공기가 결항했다.
22일 오전 6시 25분 도착 예정이었던 필리핀 클라크 발 진에어 LJ032편이 김해공항 주변 강풍 때문에 내리지 못하고 착륙지를 인천공항으로 변경하는 등 이착륙 예정 항공기 대부분이 결항했다.
김해공항엔 22일 오전 7시 50분부터 윈드시어 경보, 8시부터 강풍 경보가 발효됐다가 오후 3시 모두 해제된 뒤에 현재는 태풍 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부산항도 이틀째 선박 입·출항이 전면 중단됐다. 항만에 정박해 있던 선박 110여 척은 경남 진해 고현항이나 태풍 진로를 벗어난 항로로 피항했다.
'타파'는 22일 오후 8시 현재 부산 남쪽 약 140km 부근 해상에서 북동진 중이다. 기상청은 "'타파'의 영향으로 경상동해안 중심으로 내일(23일) 새벽까지 시간당 20~30mm 내외의 많은 비가 예상된다"며 "그 외 지역에도 매우 강한 바람과 많은 비 피해가 우려되니 유의 바란다"고 밝혔다.
'타파'는 22일 오후 10시 부산 동남쪽 50km 부근까지 접근한 뒤 동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태풍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부산 근접시간이 더 당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상청은 부산 지역에 21일부터 22일까지 74.6mm 비가 내렸고 23일까지 100~350mm, 일부 지역에선 500mm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