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조국 딸 표창장 정말 '위조'됐나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조 후보자의 딸이 받은 것으로 추측되는 표창장을 보여주고 있다./뉴시스

PC로 은박 로고 위조 힘들어…"PSD파일 아니면 입증에 한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가 딸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압수한 정 교수 개인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아들이 받은 표창장 스캔본과 스캔본 중 일부를 편집한 그림파일, 문제가 된 딸의 표창장 완성본이 발견됐다. 검찰은 정 교수가 아들의 표창장 스캔본을 딸의 수상내용으로 바꾸고 총장 직인과 학교 로고 등을 임의로 붙여넣어 위조했다고 의심한다.

<더팩트>가 취재한 인쇄·디자인업계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나온 증거물만으로 위조를 뒷받침하기는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공소시효 만료를 고려해 서둘러 기소한 검찰은 추가 수사에서 밝혀지는 위조 정황을 파악해 공소장을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금박,은박이 있는 표창장은 전문 인쇄기계가 아니면 원본의 색감과 광택을 살린 복사나 스캔이 어렵다. 좌측부터 상장 용지 원본, 컬러 복사를 한 사본, 컬러 스캔본의 모습. /송주원 기자

◆금박 테두리·은박 로고…"PC로 위조 어렵다"

박지원 무소속 의원실에서 확보한 조 장관 부부의 딸 조모(28) 씨의 표창장을 촬영한 사진으로 볼 때 동양대 표창장에는 은박으로 된 대학교 로고가 좌측 하단에 새겨져 있다. 검찰은 아들의 표창장을 스캔한 파일을 바탕으로 딸의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판단했다.

업계에 따르면 금·은박 문양이 새겨진 표창장을 스캔하면 특유의 광택과 빛깔을 살리기 어렵다. 정 교수의 사무실 컴퓨터에서 발견된 스캔본만으로 대학원 입시에 이용할 만큼 공신력있는 표창장을 만들어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서울 소재 대학교 앞에서 상장이나 수료증 등을 출력하는 한 인쇄업자는 "상장 용지를 만드는 제작소에서 대량 구매한 용지 위에 표창 내용을 인쇄한다"며 "금박 테두리나 은박 로고를 스캔이나 복사하면 아무리 컬러 모드로 뽑아도 기계에서 내뿜는 빛에 반사돼 흑백처럼 나온다"고 말했다.

서울 사무실 밀집지역의 한 인쇄업자 역시 "주로 PDF나 JPG로 스캔하는데, 둘 다 컬러 모드로 스캔해도 거무스름하게 나온다"고 했다. 상장 용지를 자체 제작해 판매하는 지방의 한 업체 관계자는 "상장 용지는 상장용 종이에 디자인한 금박·은박을 열이나 압력으로 눌러서 일일이 인쇄한다"며 "이때 사용되는 인쇄기계는 전문 제작소에서 주로 쓰는 공압식 기계다.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쓰는 복합기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완성본만으로 위조 과정 증명 역부족"

정 교수가 전문 제작소의 특수 인쇄기로 은박 로고가 새겨진 상장 용지를 확보했더라도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단정하기는 부족하다. 검찰이 현재 발견한 또 다른 증거물인 완성본은 말 그대로 작업을 끝내고 저장한 최종본이다. 완성본의 정확한 확장자명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한글문서를 HWP 파일로 최종 저장하면 작업 과정을 알 길이 없다. 만약 정 교수가 포토샵으로 표창장을 위조했더라도 작업 단계별로 레이어가 보존되는 PSD 파일이 아니라면 위조 과정을 증명하기 힘들다.

익명을 요청한 한 웹디자이너는 "하필 위조에 쓰인 걸로 보이는 원본과 편집된 파일, 해당 파일이 붙여진 완성본이 한데 발견된 것에 (위조했다는) 심증이 가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미 저장된 완성본은 HWP 파일은 한글문서에서 지원하는 '되돌리기'가 불가능하고, JPG나 비트맵 등 이미지 파일을 포토샵으로 열어도 레이어가 파악되지 않아 지금 확보된 파일만으로 위조 과정을 입증하기는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검찰은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된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소환 시점을 저울질하며 고심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총장 직인 '인주' 공방…"검찰도 표창장 원본없다"

정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을 둘러싼 쟁점 중 하나는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직인이다. 최 총장이 표창장을 승인한 바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조씨의 표창장에 새겨진 직인의 출처가 모호해졌다. 이에 앞서 검찰은 공소장에 정 교수가 위조한 총장 직인에 인주를 묻혀 표창장에 직접 찍었다고 썼다. 그러나 정 교수의 컴퓨터에서 확보한 파일을 토대로 아들의 표창장 총장 직인을 편집해 통째로 출력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사람이 일일이 인주를 묻혀 찍으면 인주자국이 묻어나는 등 변수가 있지만, 조 장관 부부 자녀의 표창장에 새겨진 직인 위치와 각도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이유다.

한 매체는 17일 "동양대는 지난 해에서야 전자 직인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에 조 장관 자녀의 표창장이 발급된 2012~2013년에는 전자 직인 출력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표창장의 직인 위치와 각도가 일치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동양대 한 관계자는 18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해당 시기에도 전자 직인 출력이 가능했던 부서가 있을 수 있어 학교 차원에서 진상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확보한 표창장의 경우 흑백 사본인데다 박 의원 등이 공개한 표창장의 직인 역시 원본을 찍은 사진에 불과해 직인의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은 사실 역시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셈이다. 현행법상 1차 공판기일 후부터 공소장 변경이 가능해 검찰이 이른바 '선기소, 후변경' 전략을 짰을 거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서기호 변호사는 1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애초 피의자 신문도 못하고 공소시효 때문에 졸속으로 기소한 상황이라 공소장이 엉성할 수밖에 없다"며 "파일이 발견되기 전에는 손으로 날인한 것으로 공소장에 기재했지만, 컴퓨터로 위조한 것으로 보이는 파일이 발견됐으니 공소장을 변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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