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은 소명…사모펀드 의혹·2030 분노는 여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약 11시간에 걸친 '무제한 기자간담회'를 마친 지 하루가 지났다. 법조계에서는 조 후보자의 '깜짝' 기자간담회를 두고 일부 의혹이 해소돼 의미있는 자리였다는 반응과 법적 권위가 없는 간담회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부정적 시각으로 갈렸다. 또 신분상 현직 교수인 조 후보자가 국회에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적절치 못한 선택이었다는 비판도 있다.
◆'민주당 주최·국회 본청' 바른 선택이었나
조 후보자가 개최한 국회 기자간담회는 장소와 형식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는 인사청문회라는 국회법상 절차를 깨고 사실상 '자발적 청문회'를 연 특이한 케이스"라며 "게다가 특정 정당이 주최하고 출입기자에 제한을 뒀다. 국회법상 프로세스인 청문회가 정치적으로 변질될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 역시 "국회는 말 그대로 국회의원과 정당 관계자가 모이는 곳인데 민주당에서 (간담회를) 주최한 것은 오해 소지가 다분하다"고 염려했다. 양윤숙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간담회는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나 언론 인터뷰 형식으로 할 수 있는데 굳이 국회에서 장시간의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것은 정치적 이벤트"라고 했다.
조 후보자 역시 2일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유사한 지적을 받았다. 사실상 ‘여당 청문회’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민주당과) 사전교감은 전혀 없었다. 오늘(2일) 아침 출근길에 오후에라도 청문회가 열리면 참석하겠다고 했는데 무산됐다"며 "더 이상 해명 기회가 없을 거라는 생각에 민주당에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정식 청문회는 아니지만 국회가 제 진정성을 드러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조 후보자는 의혹을 소명할 인사청문회 일정을 잡아달라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이런 측면에서 조 후보자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A 변호사는 "자유한국당에서 정쟁을 무리하게 연장시켜 인사청문회가 기한내 성사되지 못했다. 청문회를 정치적으로 다룬 건 야당이 먼저였다"며 "조 후보자로서는 수십만 건씩 쏟아지는 언론보도 속에서 해명 기회를 전혀 얻지 못하던 중 기자간담회라는 형식을 빌려 겨우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봤다. 서초동의 B 변호사 역시 "인사청문회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것 자체는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본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된 후 약 3주에 걸쳐 의혹만 무성해 후보자 본인은 물론 국민도 답답한 상황이었다"며 "비록 정식 청문회는 아니지만 후보 본인이 의혹에 대해 직접 입을 열 기회라 장소를 불문하고 국민들 입장에서도 유의미한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11시간 마라톤 해명…'위장전입은 웃고 사모펀드는 울었다'
조 후보자가 받는 의혹 중 큰 축인 사모펀드 논란에 대해서는 조 후보자의 마라톤 해명도 역부족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 후보자는 "저는 물론 제 처도 사모펀드 구성과 운영 과정을 알 수 없었고 관여하지 않았다"고 사모펀드 관련 의혹을 일체 부인했다. 그러나 조 후보자의 처남이 코링크PE에 3억원을 투자한 배경은 명쾌하게 해소되지 못했다. 코링크PE는 2017년 5월 조 후보자의 부인 정모 씨가 5촌 시조카에게 추천받은 회사다. 처남이 투자한 3억원은 누나 정씨가 빌려준 돈으로, 정씨가 5촌 시조카에게 추천받았다는 시기보다 두 달 앞선 2017년 2월에 코링크PE로 들어갔다. 5촌 시조카는 사모펀드 운용사의 실소유주라는 의혹도 받는다.
양홍석 변호사는 "조 후보자 말대로 (투자에 관해) 잘 모를 수는 있다. 그러나 듣는 사람 입장에서 주요한 의혹 중 하나가 명확히 이해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게다가 직계가족 뿐 아니라 처남과 5촌 조카 등 말 그대로 일가를 둘러싼 논란에서 '잘 모른다', '추천받아서 투자했다'는 많이 부족한 해명"이라고 꼬집었다. 양윤숙 변호사는 "의혹을 해소할 객관적 자료 제시가 부족했다. 의혹에 대한 합리적 소명보다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위장전입 의혹은 해소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후보자는 1998~1999년 각각 부산과 서울 소재 아파트에 위장전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1998년 3월 17일 부산 해운대구 전입) 조 후보자는 외국생활 후 부모님이 사시던 부산 A아파트에서 아들과 함께 거주 ▲(1998년 6월 24일 서울 풍납동 전입) 조 후보자 가족은 서울로 이사갔고 당시 초등학생이던 장녀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재학 등의 내용을 표명했다. 그러나 조 후보자 경력에 따르면 1998년 2월 1일~7월 31일 영국 리즈대에서, 같은 해 4월 25일~6월 29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유학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조 후보자는 "유학 가 있는 동안에는 주민등록을 타국으로 옮기지 않는다. 그걸 위장전입이라고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A 변호사는 "애초 보도자료와 다른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의혹 자체는 풀렸다. 영국과 미국을 오가는 사이에 부모님 댁 등에 이름을 올려둔 것 뿐"이라며 "자녀의 학교 입학, 부동산 투기 등 목적을 가지고 위장전입을 했는가가 핵심이다. 보도자료와 다른 점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트집잡기"라고 했다. B 변호사 역시 "조 후보자의 해명을 볼 때 위장전입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닌 걸로 보인다. 조 후보자가 위장전입이라면 유학 가는 학생, 군입대한 장병이 주소지를 일일이 옮기거나 주민등록상 등록된 주소지를 아예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 정당한가
아세안 3개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3일 국회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10일 이내로 주어지는 재송부 기간까지 어길 경우 대통령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법에 제6조에 명시된 조치인 만큼 문제삼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양홍석 변호사는 "여야 모두의 책임으로 청문회가 정해진 시간 내에 열리지 못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정쟁에 청문회를 이용하려다 선을 넘어버렸다"며 "재송부 요청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다. 이를 두고 가타부타 해석할 여지는 없다"고 설명했다.
조 후보자가 넘어야 할 높은 벽은 또 있다. 바로 딸 조모(28) 씨를 둘러싼 입시 논란으로 등을 돌린 20~30대 여론이다. A 변호사는 "자녀 입시 문제는 법리적 문제보다 윤리나 도덕관념의 문제다. 공정성에 예민한 2030 세대가 가질 수 있는 이유 있는 불만"이라며 "사법절차와 별개로 조 후보자가 해명한다고 등돌린 여론을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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