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 주최…서울대 법전원도 '공식입장' 고려 중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모교인 서울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800여 명이 두 번째 촛불을 들었다. 지난 23일 집회와 달리 각 단과대학 학생회의 만장일치로 의결된 입장을 바탕으로 총학생회가 직접 주최했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연구부정 및 부정입학 의혹을 받는 조 후보자의 딸 조모(28) 씨에 대한 진상규명과 조 후보자의 사퇴를 강력히 촉구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28일 오후 7시 30분 서울대 관악캠퍼스 내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제2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집회'를 열었다.
특정 정치 세력이 개입했다는 시선을 의식한 듯 총학생회는 참여자를 대상으로 학생증과 졸업증명서 등을 확인했다.
아크로폴리스 광장과 행정관 사이에 늘어진 긴 계단을 가득 채운 800여 명의 서울대 재학생·졸업생은 촛불을 들고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도정근 총학생회장의 기조연설과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의 발언 등이 끝날 때마다 "법무장관 자격없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집회가 무르익자 딸 조씨를 두고 "납득불가 장학생"이라는 구호를 연호했다.
집회 시작에 앞서 총학생회는 이번 집회는 어떤 정치색도 띠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총학생회는 입장선언문을 통해 "조씨의 논문이 대입에 부정하게 이용됐다는 의혹, 비정상적으로 많은 장학금을 받았다는 점에 대해 우리 서울대생을 비롯한 청년의 분노가 커져 조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서울대생의 우경화가 아닌 밤낮없이 논문 작성에 매진하는 학생의 분노에 기인한 집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후보자가 (딸 관련 의혹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을 수 있다"며 "그러나 학생들과 국민이 납득할 해명없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는 조 후보자는 장관 자격이 없다"고 선언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17학번 학생이라 밝힌 강모 씨는 집회에서"저는 법 전공자가 아니라 조 후보자가 어떤 위법을 저질렀는지 모른다"며 "다만 조 후보자가 7년 전 했던 발언을 토대로 조 후보자를 비판하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강씨는 조 후보자가 과거 장학금 지급 기준을 성적이 아닌 경제적 상황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을 지적했다. 또 조선시대 때 탄핵 당한 관리는 탐관오리라는 의혹이 벗겨지기 전까지 사임해야 했다는 것을 들며 "어째서 조 후보자는 조 교수를 비판하냐. 조 후보자의 적은 조 교수의 적이다"라고 말했다. 강씨의 언성이 높아지자 집회 참석자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서울대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임모 씨는 조씨를 둘러싼 논란에 누구보다 상처입었을 학생들의 분노를 거듭 강조했다. 임씨는 "왜 대학교 자습실이 밤새도록 불이 안 꺼지겠나. 공부만큼은 열심히 노력한만큼 보답받는다는 믿음에서다"라며 "학부생도 실험실에 들어가면 안전수칙부터 배우는데, 2주 인턴과정을 거친 고교생이 논문 제1저자라는 건 공정한 경쟁의 결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집회는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조 후보자가 근무하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법전원') 재학생들은 29일 전학 대회를 열고 공식 입장문을 발표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서울대 1차 촛불집회와 같은 날(23일)에 집회를 열었던 고려대학교에서도 조 후보자 관련 집회가 또 열릴 예정이다. 고려대 역시 2차 집회는 총학생회가 주최한다.
검찰은 27일 조 후보자의 자택을 제외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등 3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또 조 후보자의 동생, 처남 등 가족들을 출국금지 조치하는 등 고강도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 후보자는 28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청문회 전에 검찰 수사가 시작돼 당황스럽지만 저희 가족은 수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는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9월 2~3일 이틀에 걸쳐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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