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고려대생 규탄 집회...20대·의사 분노 최고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그동안 가진 사람으로서 많은 사회적 혜택을 누려왔다. 그 혜택을 이제 사회로 환원하고자 한다. 저의 진심을 믿어주고 지켜봐 달라. 계속 주위를 돌아보며 하심(下心)의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가족명의의 펀드를 공익법인에 기부하고, 집안에서 운영하는 웅동학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조 후보자는 23일 오후 서울 적선동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딸의 입시부정 등 자신과 가족들을 둘러싼 의혹이 연일 제기되자 악화되는 여론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는 입장 발표 후 '입장 발표를 사과로 봐도 되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출근길에도 "어떤 형식의 검증도 마다하지 않겠다"면서도 구체적인 의혹에 대해선 "청문회에서 답변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제기된 의혹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아닌 국면 전환용 약속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조 후보자에 대한 반감 여론의 파장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앞서 조 후보자는 지난 20일 돌연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면 추진할 정책' 등을 앞으로 발표하겠며 악화된 여론의 반전을 꽤했으나 실패했다. 오히려 '선전용'이라는 비난과 함께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부터 법무부 장관이 된 것 처럼 행동한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이날 조 후보자는 "최근 저와 가족을 둘러싼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받고 송구한 마음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말로 입장문 발표를 시작했다. 하지만 유독 딸 관련 의혹에 대해선 '가짜뉴스'라고 선을 그으며 해명자료를 잇따라 내고 있다.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23일 오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대학전산시스템 박사학위 기재' 보도와 관련해 "단국대의 2015년 새로운 종합정보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연구자의 '학위'가 공란으로 된 부분이 모두 '박사'로 변경돼 표기됐다"며 "이는 전산 오류에서 발생된 결과라는 공문을 교육부로부터 받았다"고 해명했다.
조 후보자는 앞서 21일 출근길에는 딸의 장학금 및 논문 저자 관련 의혹에 대해 "절차적 불법은 없었다"고 의혹을 반박했다.
23일 오후 6시 기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조국'을 검색하면 '부정', '조국 고려대', '조국딸', '조국 딸 포르쉐', '조국 아들', '조○', '조국 청문회', 조국 부인', '나경원' 등의 연관된 검색어가 따랐다. '다음'에서는 이외에도 '조국 교수 이혼', '정경심', '임종석', '조국 고등학교', '조국 뜻', '조국 사법고시', '윤석열' 등이 관련 검색어로 나왔다.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트렌드'(8월 9일~8월 22일)에 따르면 18일부터는 조 후보자 본인보다 '조국딸'이라는 검색어가 급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1일에는 조회기간 내 최다 검색량인 100을 기록했다. 이 그래프는 네이버에서 해당 검색어가 검색된 횟수를 일별, 주별, 월별 각각 합산해 조회기간 내 최다 검색량을 100으로 설정한 상대적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19일에는 조 후보자의 딸이 의학전문대학원에서 2차례 유급을 당했지만 6학기 동안 장학금을 받았다는 보도가, 20일에는 조 후보자의 딸이 고교시절, 교수·박사과정 대학원생이 참여한 논문의 제 1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확인됐다.
조 후보자는 20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이 국민들께 드리는 다짐'의 첫 번째로 국민 안전과 관련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딸이나 가족들과 관계된 각종 논란과 파문들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으나 이번에도 조 후보자나 조 후보자 정책이 아닌 '조국 딸'이 20일과 21일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실검 순위에 올랐다. 양일 각종 포털 '많이 본 뉴스' 상위권도 마찬가지였다 .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지난 9일 이후 조 후보자 관련한 검색어가 포털 등에 실시간 순위에 오르지 않은 날은 하루도 없었다.
조 후보자 딸의 대학입시 논란이 전해지자 대학생들을 중심으로한 20대의 분노는 생각보다 거셌다.
서울대와 고려대 학생들은 23일 캠퍼스에서 각각 촛불집회를 열었다. 조 후보자의 모교인 서울대 학생들은 관악캠퍼스에 모여 조 후보자의 후보직과 교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매일 드러나고 있는 의혹들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의 자격 뿐 아니라 , 학생들은 가르치는 교수로서의 자격조차 의문으로 만든다"며 "서울대 학생으로서 조국 교수님이 부끄럽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의 딸이 졸업한 고려대 학생들도 이날 고려대 서울캠퍼스에서 조 씨 입학과정에 대한 진상규명 촉구 및 집회를 진행했다.
조 후보자 딸에 대한 의혹에 연루된 부산대 학생들도 상실감과 분노를 호소했다. 부산대 학생들은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 매지 마라’는 제목의 온라인 공동대자보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대자보 서명 운통을 통해 이번 의혹에 연루된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두 명의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의사들의 분노도 만만찮다. 예비의사들인 대한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22일 성명을 내고 조 후보자의 딸 조 모씨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와 대학 입학, 장학금 관련 논란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대한평의사회도 성명을 통해 "공정사회를 믿고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온 13만 의하 회원들은 이번 의료계 일탈 소식으로 분노와 실망을 느낀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특히 조 씨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에 대해선 "담당 교수의 개인적 친분으로 대학 편법 진학목적의 논문으로 이용된 것은 비윤리적인 일을 넘어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교수는 "해당 논문은 16년간 공부한 저도 이해 못하는 수준"이라며 "고 2가 2주 만에 (논문을) 썼다면 너무 허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2때 병리학 논문 1저자였다면 의전원 병리학 과목에서 F를 받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서울대 법대 1년 선배인 신평(사법연수원 13기) 변호사도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신 변호사는 1993년 사법부의 부정부패를 폭로한 뒤 사법부 역사상 최초로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그는 앞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국 씨, 내려와야 합니다'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고 "조 후보자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며 조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어 21일에는 '내가 조국 씨에 관한 글을 쓴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나는 온 힘을 다해 촛불시민혁명이 결실 맺도록 전력했고 대선 때는 중앙선대위에서 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니 이 정부에 아주 작은 지분 정도는 갖고 있다"고 밝히며 "그(조 후보자)가 한국 정치사에서 그 누구 못지 않게 뛰어난 자질을 가졌음을 솔직히 인정한다. 다만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닌 것 같다는 확신을 가진다. 조금 긴 자성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며 거듭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특히 "조국 씨는 아이가 부정입학했다는 것은 가짜뉴스라고 한다. 그런데 그 아이는 시험 한 번 치르지 않고 대학교, 의전원에 합격했다. ‘합리적 추정’에 의하면, 그 아이가 고등학생 때 말도 안 되는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대학, 의전원 합격에 기여했다. 조국 씨는 이를 문제 삼는 측에서 입증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소극적 사실의 입증은 불가능하다. 시퍼런 권력 앞에서 대게 침묵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합리적 추정'이 번복되는 것이 아니고, 또 이런 추정이 작용하는 경우 그 추정을 번복하려는 측에서 입증해야 하는 것"이라며 조 후보자 딸의 대학입시와 관련된 의혹이 '합리적 추정'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조 후보자가 적어도 딸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 박지원 의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 후보자는 딸 문제에 대해선 책임을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법무부 장관을 못할 정도의 확실한 증거가 나와야 하는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법무부 장관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이번 사태를 국민의 분노와 허탈함은 법적 잣대 이전의 문제로 진단했다.
이번 논란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의 부정평가가 앞서 이들이 조 후보자에 대한 실망감을 가장 크게 느낀 것으로 확인됐다.
여론조사 업체 한국갤럽이 8월 20일~22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2주 전보다 2%p 떨어진 45%로 집계됐다. 반면 부정 평가는 6%p 오른 49%를 기록하며, 취임 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20대의 부정평가는 46%로 긍정보다 4%p 높았다. 직전 조사 때 긍정평가가 44%로 부정평가보다 5%p 높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조 후보자 딸의 입시 특혜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20일)된 뒤 22일을 기점으로 긍·부정률이 엇갈린 점으로 미뤄 20대가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입시 문제 때문인 것으로 한국갤럽은 분석했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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