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이혼부터 펀드·장학금 의혹까지…조 후보 "빨리 청문회 열어달라"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놓고 의혹 공방이 뜨겁다. 지난 주말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위장이혼, 사모펀드, 웅동학원 소송 등 각종 의혹이 포함된 '융단폭격'이 가해졌다. 19일에는 조 후보자와 관련 기업·기관, 조 후보자 동생 전 처의 해명이 이어졌다. 지켜보던 더불어민주당도 지원사격에 들어갈 태세다. 애초 주요 쟁점으로 예상됐던 조 후보자의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은 되레 관심에서 밀려난 모양새다.
여야는 아직 청문회 날짜를 정하지 못 해 당분간 갑론을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혹 제기와 반박이 거듭되면서 사안이 더욱 복잡하고 세밀해지는 양상이다.
◆동생 전 처에 채권 양도와 무변론 승소
조국 후보자의 동생은 고려시티개발을 운영하며 웅동학원 관련 공사를 하던 고려종합개발의 하도급을 해왔다. 조 후보자의 선친(2013년 작고)이 이사장을 지낸 웅동학원은 전교생 200여명 규모의 경남 창원 웅동중학교를 소유한 사학재단이며, 고려종합개발은 선친이 운영했던 건설회사다. 그러나 고려종합개발은 1997년 IMF외환위기 때 부도가 난다. 고려종합개발은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은행대출을 받은 상황이었다. 결국 기보가 대출을 대신 갚고 구상권을 청구했다. 2013년 부친인 조씨가 사망하자 조 후보자의 동생과 모친이 구상권 채무를 갚을 책임을 지게 된다.
애초 이 채무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씨 부부가 위장이혼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시점 상 채무 상속을 피하기 위해 위장이혼을 했다는 가정은 다소 무리라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 동생 부부는 2009년 이혼했으며 부친은 2013년 사망했다. 그렇다면 4년 후 부친의 사망과 연대보증 채무를 예상하고 미리 이혼을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 조 후보자의 동생은 상속재산 만큼만 부채를 부담하는 '한정승인'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 후보자의 동생은 하도급 공사비 51억7000만원(이자 포함)을 받지 못해 2006년 말 웅동학원을 상대로 소송을 건다. 이에 웅동학원은 변론을 포기해 4개월 만에 패소한다. 이 무변론 문제가 논란의 핵심이다. 자유한국당은 ‘짜고 친 고스톱’ ‘소송사기’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사비 채권에 다툴 여지가 없다면 채무자가 소송에 무변론으로 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한다. 어차피 줘야 할 돈이라면 소송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다. 당시 웅동학원은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 동생이 전 처에게 채권 10억원 상당을 양도한 것도 논란이 된다. 전 처의 주장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동생은 사업자금으로 부인의 돈을 가져다 썼으며 생활비도 의지했다. 이에 "미안했는지" 웅동학원에서 받을 채권 중 10억원을 양도해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 재산은 채무 변제를 위해 임의로 처분이 불가능해 채권을 소유해도 기약이 없다. 조 후보자 전 처는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 결국 2009년 이혼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전 시모·시누이·며느리 간 부동산 위장매매?
조국 후보자의 동생 전 처인 조모씨는 2014년 12월 해운대 모 빌라를 매입한다. 이듬해 1월 이후 조 후보자의 모친과 동생이 이 집으로 전입 신고했다. 모친은 지금도 이 집에 거주한다. 차명소유 및 위장매매, 위장이혼 의혹을 받는 이유다.
조씨는 조 후보자 모친이 빌라 구입 대금을 줘 자기 이름으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옛 시어머니가 조씨가 결혼생활 중에도 가정경제를 책임졌으며 이혼 후 위자료, 양육비를 받지 못 한 사정을 딱히 여겼고 손자를 배려하는 뜻이었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 모친은 이후 직장에 나가는 조씨 대신 손자를 돌봐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구입 자금을 받고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아 세금 탈루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조 후보자 측도 "세금 납부 의무가 있다면 향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조씨는 2017년 11월 조 후보자의 부인이 소유했던 부산 해운대 모 아파트를 매입한 것도 의심을 받는다. 조씨 설명에 따르면 같은 해 3월 이 아파트 전세 계약을 맺었다. 7월에는 조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취임해 다주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 아파트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조씨는 넉 달 만에 다시 이사를 가기보다 아파트 매입을 선택했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이같은 해명에 여전히 "자금 출처가 의심된다"며 "조씨의 호소문도 대필 의혹이 있다"고 공세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혼한 동생 부부의 실제 생활
이혼한 조 후보자의 동생 부부가 실제 부부생활을 이어왔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처 명의의 빌라에 전 남편이 전입 신고하고, 아파트 일부 주민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실제 부부생활을 했다는 증언을 했기 때문이다. 전 처가 전 남편 회사에 사내 이사로 이름을 올린 사실도 드러났다.
조 후보자의 동생 부부는 2009년 4월 이혼했다. 남편 조씨는 2005년 결혼 당시부터 신용불량자였으며 계속되는 사업 부진으로 가정 불화가 심해져 이혼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조씨는 아이와 직장에 이혼 사실을 알리지 않아 주변에 실제 가족처럼 보이도록 애썼다고 설명했다. 주말에 전 남편이 집에 찾아와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는 했으나 같이 산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전 남편 회사에 임원으로 기재된 것은 "전 남편이 자리를 잡아야 아이도 안정적인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이름을 빌려달라고 하면 해줬다"고 했다.
◆74억 약정 펀드회사 실소유주는?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씨가 2017년 9월 코링크PE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블루코어 밸류업1호'에 10억5000만원을 출자하고 74억5500만원을 약정했다는 의혹이다. 약정액이 조 후보자가 신고한 총재산 56억4244만원보다 많아 자금조달 방법에 의문이 제기됐다. 출자가 이뤄진 시점이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에 취임한 지 2달 뒤라는 점도 시빗거리가 됐다.
그러나 코링크PE는 정씨가 "출자금 이상 투자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다"고 사전에 통지했으며, 약정액은 신용카드 한도액 개념으로 추가 투자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출자 시기가 민정수석 취임 시점과 겹치는 이유는 고위공직자의 주식 보유를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주식을 처분하고 다른 용도를 찾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현재 이 펀드는 손실 상태로 청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에 쟁점은 다른 방향으로 옮겨졌다. 이 사모펀드가 한 가로등 점멸기 업체에 투자해 관급 공사를 수주했으며 코링크PE의 실소유주가 조 후보자의 5촌 조카라는 제보가 있다는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의 주장이다. 그러자 이 업체는 "(블라인드펀드라는 특성상) 조 후보자 같은 명망가가 우리같은 소기업에 투자했으리라고 상상도 못 했다. 영업활동 중 조 후보자를 전혀 거론한 바 없다"고 펄쩍 뛰었다. 조 후보자 측은 5촌 조카가 정씨에게 이 펀드를 추천했고 코링크PE의 대표와 아는 사이지만 실소유주는 아니며 펀드 운용에 관여한 바도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5촌 조카인 조씨가 코링크PE의 총괄대표 명함을 뿌리고 다니는 등 실소유주라는 다양한 물증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부산의료원장은 딸 장학금 대가인가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기한 의혹이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조 후보자의 딸이 두 차례 낙제했는데도 지도교수인 노환중 교수에게 2016~2018년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또 노환중 교수는 지난해 부산의료원장에 임명됐다며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으로서 인사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 후보자와 부산대 측은 학교가 주는 정규 장학금이 아닌 지도교수가 개인적으로 조성해 지급하는 장학금이라고 해명했다. 이 장학금은 성적 우수자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지원이 아닌 학업에 대한 독려와 격려를 목적으로 한 ‘면학장학금’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노환중 원장은 "조 후보자의 딸이 2015년 1학기 후 유급에 학업 포기까지 고민하자 끝까지 학업에 정진하라는 뜻에서 면학 장학금을 지급했다"며 "이후에도 약속대로 3년간 낙제 없이 끝까지 학업을 포기하지 않아 계속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조 후보자 딸이 2018년 2학기에 두 번째 유급한 뒤로는 다른 학생이 면학 장학금을 받았다. 장학금을 만든 2015년부터 지금까지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조 후보자 딸 포함 12명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장학금 총액 4400만원 중 조 후보자 딸의 비중이 가장 크다.
조 후보자는 장학금 선정기준이나 절차를 전혀 몰랐으며 관여한 바도 없다고 주장했다. 인사 개입 문제에는 서울대 교수 재직 중이던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딸이 장학금을 받았다는 점을 들어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부산의료원장 인사권을 가진 부산시는 조 후보자가 원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주장에 "노 교수는 양산부산대병원 진료처장, 병원장과 대한이비인후과 학회 이사장을 지내는 등 실력이 인정돼 3명의 후보자 중 가장 뛰어나 임용했다"고 반박했다.
◆부산→서울→부산 위장전입 주장
조국 후보자는 부산 해운대 A아파트에서 1999년 10월7일 서울 송파구 B아파트로 주소를 옮긴다. 이후 11월20일 다시 해운대 A아파트로 주소를 옮긴다. 당시 취학연령이었던 딸의 서울 학교 배정을 위한 위장전입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조 후보자 측은 당시 주소지 이전 과정에 딸이 서울에 있는 학교에 진학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주소지를 옮긴 납득 가능한 사유가 있으며 청문회에서 밝히겠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발표한 ‘고위공직후보자 7대 인사검증 기준’ 중 위장전입 관련 규정에 따르면 2005년 이후 부동산투기, 학교 배정 목적으로 2회 이상 위장 전입했을 때 결격 사유가 된다.
◆조 후보자와 관련성 여부가 관건
핵심은 이 같이 본인이 아닌 가족 중심의 의혹들이 조 후보자와 어떤 관련성이 있느냐다. 아직 직접적 관련성은 추론일 뿐 뚜렷한 증거는 제시된 게 없다.
'짜고 치기 소송' 의혹의 핵심인 조 후보자 동생과 웅동학원 사이 소송이 진행됐던 2006년 말~2007년 초 조 후보자는 웅동학원 이사는 아니었다. 조 후보자는 2005~2006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연구활동을 했으며 웅동학원 이사로는 2007년 7월 취임해 2012년까지 머물렀다. 조 후보자 동생 전 처와의 부동산 거래, 사모펀드 투자는 부인 정씨의 자산으로 이뤄졌다.
조 후보자는 "내일이라도 청문회를 열어 준다면 출석해 모든 의혹을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열릴 인사청문회에서는 이러한 의혹과 조 후보자의 연결고리의 근거 유무와 추가 의혹 제기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당과 보수단체의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 고소·고발도 이어져 청문회 이후에도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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