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록 통해 본 조국의 생각 "검찰은 괴물, 하이에나"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그의 과거 거침없는 발언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 후보자는 1992년 3월부터 교수 생활을 시작해 그동안 80건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최근까지 페이스북을 통해 정국 현안에 대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적극적이었다. 야당을 비롯한 일부 언론은 조 후보자의 논문 내용과 SNS에 올린 글에서 과거와 입장이 달라진 부분을 찾아 지적했다.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말하겠다"며 최대한 입장 밝히기를 자제한다. 청문회를 앞두고 야당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그는 9일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뒤 줄곧 이같은 '자제 모드'를 유지했으나 14일 본 모습을 찾았다. 조 후보자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동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며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되고 나니 과거 독재정권에 맞서고 경제민주화를 추구했던 저의 1991년 활동이 2019년에 소환됐다. 28년 전 활동을 숨긴 적 없다. 자랑스럽지도 않고 부끄럽지도 않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과거 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 사건과 연루돼 자신이 법무부 장관에 부적격하다는 언론 보도가 잇달아 약간이라도 설명하는 것이 도리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9일 이후 닷새 만인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을 담은 게시글을 올렸다.
◆ '서해맹산' 검찰개혁 "공수처 있었으면 최순실 벌써 날아갔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논문과 SNS, 공개석상 등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분야는 역시 검찰 개혁이다.
조국 후보자는 2017년 5월 11일 청와대 2차 인사 발표에서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직후 검찰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검찰은 기소권·수사권을 독점하고 있고, 헌법을 통해서 영장 청구권까지 갖고 있다.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제대로, 엄정하게 사용해 왔는가에 대해서는 국민적 의문이 있다고 본다.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를 만드는 것이 검찰을 죽이는 것이 아닌 진정 살리는 일이라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9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서해맹산(誓海盟山)’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개혁, 법무부 혁신 등 소명을 완수하겠다"며 검찰 개혁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2010년 출간된 대담집 '진보집권플랜'에서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6~2007년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검사 출신 김성호 전 장관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수사에 개입하는 것은 금지돼야 하지만 제도적으로 검찰을 바꾸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고, 또 했었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검찰이 반발하더라도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조 후보자는 과거 검찰의 기본 속성을 '하이에나식'이라고 정의하며,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또 검사장 직선제와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을 제안하며, 공수처를 통한 국회의 통제를 강조했다.
2016년 11월 23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 주최로 열린 시국토론회에서는 "검찰의 기본 속성은 죽은 권력과는 싸우고 산 권력에는 복종하는 '하이에나식'이다. 이번(박근혜 정부)에도 정권 초기에는 산 권력을 위해 칼을 닦고 권력이 죽어간다 싶으면 바로 찌르는 모습이 이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에서 공수처가 만들어졌다면 박근혜 정권 초기에 최순실이 벌써 날아갔을 것"이라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로 검찰이 박수를 받는 것 같지만 지금 검찰 개혁을 이루지 못하면 다음 정권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고 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2010년 출간한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에서는 검찰을 '괴물'로 빗대며 '살인검을 휘두른다'는 표현까지 썼다. 조 후보자는 "민주사회에서 통제받지 않는 괴물을 방치해둘 순 없다. 괴물의 권한을 분산시켜 힘을 줄여야 한다"며 비판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강성 검찰개혁론자이지만 때에 따라 입장이 모순된다는 지적도 받았다. 조 후보자는 2005년 자신의 논문에서 검사가 수사종결권을 갖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8년 두 장관이 합의한 수사권조정안에서는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조 후보자는 14일 출근길에 2005년과 2018년에 내놓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 입장이 다르다는 지적에 "시대적 상황이 바뀌었다"고 답했다.
그는 "2005년과 2018년의 차이가 있다, 합의문은 두 장관(박상기 법무부 장관 및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합의문이고, 2005년은 개인적으로 쓴 논문으로 2005년 당시에는 검찰 개혁이라는 문제가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번 권력 기관 개혁에서는 검찰 개혁을 동시에 진행해 1차적 수사 종결권 문제가 필요하다고 합의됐다"고 설명했다.
◆말하면 현실로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 돼야한다"
조 후보자는 2011년 12월 검찰개혁을 주제로 열린 북콘서트 '더(The) 위대한 검찰!'에서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을 하면 검찰이 장관의 뒤를 팔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낙마시킬 수도 있는 것이 검찰 조직"이라며 검찰 개혁을 위해선 "정권 초반에 집단으로 법무부에 들어가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단 항명(검찰이 개혁에 반발할 경우)으로 검사들이 사표를 제출한다면 다 받고, 로스쿨 출신 중 검사보를 대거 채용해 새로운 검찰을 만들면 된다"고 밝혔다.
또 2016년 1월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서는 윤석열 검사(당시 대전고검 검사) 를 '멋쟁이'라고 칭하며, 미국처럼 검사장 직선제가 도입될 경우 "윤석열 검사 같은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과거 조 후보자의 예언 아닌 예언에 놀라움을 나타낸다. 실제로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현재 검찰총장이 됐다. 지난달 윤 총장 취임 후 단행된 첫 인사 전후로 70여명의 검사가 대거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 검증 논란 반박? "지방대 40대 여성판사 아니었다면"
조 후보자는 야당과 언론의 쏟아지는 공격에 "맞으면서 간다"는 말도 자주 쓴다. 하지만 맞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 대한 공격에 반박 발언도 아끼지 않는다.
조 후보자는 장관 후보 지명 이후 SNS 활동을 자제해 왔다. 다만 법무부 장관 지명을 사흘 앞둔 6일 내부 정보를 활용해 불공정 주식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은 이미선 헌법재판관 부부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혐의없음'으로 결론 냈다는 내용의 기사를 링크했다. 이와 함께 "많은 인재가 청문회가 두려워 공직 맡기를 회피하고 있다. 도덕성 검증과 정책 검증을 구분하는 개정이 필요한 때"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이 재판관이 지방대 출신, 40대 여성 판사로 법조계 '비주류'가 아니었더라도 그랬을까?"라며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국회의 통제방식이다. 그런데 후보자의 철학이나 업무능력 보다는 먼지털기식 흠집 내기로 가기 일쑤다.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것은 국회와 언론의 권한이다. 그렇지만 후보자에 대한 윽박지르기와 모욕주기로 일관하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경우는 야당이 청문회 포인트로 벼르는 민정수석 시절 공직자 인사검증 실패 지적을 우회적으로 반박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 "자리 욕심은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뿐"이라더니
예지력을 보이는 듯한 발언과 대조적으로 결과적으로 자신의 말을 뒤집는 일도 적지않았다.
조 후보자는 2011년 12월 당시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재임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주제로 열린 북콘서트에서 자신에게 "법무부 장관을 맡아 달라"고 밝히자 "저는 자리 욕심 딱 하나 있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라며 상황을 넘겼다. 하지만 2019년 8월 9일 실제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또 2010년 1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국보법 위반 전력도 있고 청문회 통과를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9년 만인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답하겠다"고 과거와 달라진 입장을 내놓았다.
13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후보자는 모든 문제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앞에서 답을 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조 후보자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대 청년 조국은 부족하고 미흡했지만 뜨거운 심장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 아픔과 같이하고자 했다. 앞으로도 비가 오면 빗길을 걷고 눈이 오면 눈길을 걷겠다"며 11개 문장이 적힌 게시글을 관련 기사와 함께 올렸다.
조 후보자는 2015년 '정치권력자 대상 풍자·조롱행위의 과잉범죄화 비판’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표현의 자유를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기 위해 필수적인 공기 같은 원칙"이라고 규정하며, "정치권력자에 대한 신랄하고 통렬한 풍자와 조롱은 국민의 권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을 부정, 왜곡하는 사람은 친일파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듯한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2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과 이념이 다른 사람을 포용하지 않는 조 후보자에게 협치 행정을 기대할 수 있을까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며 "그가 법무장관이 되면 국민을 갈라쳐서 선거에 이길 궁리만 할 것을 국민은 두려워한다. 국민 통합을 위해 조 수석의 법무부 장관 지명을 철회해주길 바란다"고 청와대에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국회 검증을 거쳐야 하는 8.9개각 명단에 오른 장관 및 장관급 후보자 7명의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9월 2일까지 인사청문회를 마무리해야 한다. 절차대로 진행된다면 추석 연휴가 본격 시작되기 전인 다음달 10일께 장관 임명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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