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윤석열 군단' 사령부는 23기 동기...PK 강세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오른팔' 서울지검 1.2.3차장 대검 핵심으로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윤석열(사법연수원 23기) 신임 검찰총장 취임과 함께 고위 간부 인사가 단행됐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서울중앙지검장에 배성범 광주지검장이 임명됐고,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이성윤 대검 반부패 강력부장, 대검 차장검사에는 강남일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 검찰 핵심 요직을 차지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윤 총장 연수원 23기 동기들의 전성시대가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법무부는 26일 검찰인사위원회를 열어 대검 검사급 검사 39명에 대한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를 31일자로 단행했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18기)보다 다섯 기수 아래인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파격 인선됨에 따라 윤 총장 체제의 첫 인사는 안정을 택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시절 함께 호흡을 맞춘 후배들이 검사장으로 승진되고 대검찰청으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보은 인사가 이뤄졌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배성범(왼쪽) 광주지검장, 대검찰청 차장에 임명된 강남일 법무부 기획조정실장(가운데), 법무부 검찰국장에 임명된 이성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오른쪽)/뉴시스

◆ 23기 동기들 주요 보직 차지 · PK강세

무엇보다 이번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는 윤 총장의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생들이 요직에 인선된 것이 돋보인다. 총장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강남일(23기)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 승진 부임했다. 만 22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강 기조실장은 윤 총장보다 9살이 어리지만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검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 검사로 알려졌다. 경남 사천 출신(PK)으로 진주 대아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하는 배성범(23기) 광주지검장은 윤 총장과 연수원 동기이자 서울대 법대 1년 후배이다. 경남 마산 출신으로 이날 새로 임명된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 차기 법무부 장관 임명이 유력한 조국 전 민정수석까지 사정라인 3명 모두가 PK(부산.경남) 인사들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정치·사회·경제 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하거나 반칙적인 범죄에 눈감지 않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검찰의 재정과 인사 등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을 맡게 된 이성윤(23기) 대검 반부패. 강력부장 역시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PK가 아닌 전북 고창 출신이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경희대 법대를 졸업했다. 또 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내던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 사정비서관실 특별 감찰반장을 역임했다.

최근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정치권의 고소.고발 건으로 여야 국회의원 100여명의 명운을 쥐게 되면서 인사 중요도가 높아진 서울남부지검장에는 송삼현(23기) 제주지검장이 임명됐다. 송 지검장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한양대 법대를 졸업했다.

서울 북부, 서부지검장도 모두 연수원 23기가 차지했다. 북부지검장은 오인서 대검 공안부장, 서부는 조상철 대전지검장이 부임한다. 서울중앙지검장 하마평에도 오른 조남관(24기) 대검 과학수사부장은 서울동부지검장에 임명됐다.

한동훈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3차장검사/뉴시스

◆ 26~27기 서울지검 1.2.3차장 모두 대검에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함께 근무했던 후배들의 약진도 이번 인사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서울중앙지검 1~3차장 모두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찰청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이두봉(25기) 1차장은 대검 과학수사부장으로, 박찬호(26기) 2차장은 대검 공안부장, 한동훈(27기) 3차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각각 임명됐다.

신임 검사장급에 승진한 인원 14명 중 24기가 1명, 25기 6명, 26기 5명, 27가 2명으로, 막내기수인 27기에서는 한 차장검사와 이원석(27기) 해외불법재산환수 정부합동조사단장이 동기들 중 가장 먼저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단장은 2001년 평검사 시절 윤 총장과 부산지검에서 함께 근무하며 처음 인연을 맺었으며,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장으로 있을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수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장은 이번 인사에서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석열 총장의 인사청문회 당시 친형 뇌물 사건이 집중 거론됐던 '소윤' 윤대진(25기) 법무부 검찰국장은 수원지검으로 발령났다. 사실상 서울중앙지검장 다음으로 선호도가 높은 곳은 부산지검이지만 서울과 거리가 가까워 실제 비중이 큰 수원으로 윤 지검장을 보냈다. 인사권자가 최대한 배려했다는 분석이 많다.

◆경찰대, 부산대, 이화여대 출신 등 다양화

이날 인사에서 여성 검사장 승진 규모에도 관심이 쏠렸지만, 노정연 서울서부지검 차장(25기) 한 자리에 그쳤다. 노 검사장은 승진과 함께 대검 공판송무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인사로 윤 총장 이하 검찰 고위 간부가 처음으로 모두 연수원 20기대 기수로 구성됐고, 검사장급 연령도 40대 중후반부터 50대 후반까지 폭이 넓어졌다. 신규 보임된 검사장급 14명의 출신 대학도 경찰대와 부산대, 전남대, 한양대, 이화여대 등을 포함하며 인적 구성도 다양화 됐다. 노정환 대전고검 차장검사는 경찰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조재연 제주지검 검사장은 부산대에서 무기재료공학을 전공했다.

◆6석 공석 유지...연수원 선배들도 남아

윤 총장이 검찰총장 후보자에 지명된 직후부터 25일까지 사법연수원 선배 기수 22명 중 14명이 사퇴함에 따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큰 폭의 물갈이가 있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대전, 광주, 대구 등 고등검사장 3석과 부산과 수원고등검찰청 차장검사 2석,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6석을 공석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전면 인사가 시행될 경우 급격한 보직변동으로 일선 업무 공백 및 인수인계 비효율 등 부작용이 초래될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가운데 윤 총장의 선배 기수는 8명이 남아 있다. 이 가운데 김영대(22기) 서울북부지검장은 서울고검장으로, 양부남(22기) 의정부지검장은 부산고검장으로 임명되며 고등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2017년 5월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근하며 노승권 1차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더팩트 DB

또 박균택(21기) 광주고검장은 법무연수원장으로, 또 다른 사법연수원 21기 노승권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각각 전보됐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승승장구하며 '우병우 사단'으로 불린 노 연구위원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서울대 법대 대학 동기다. 2016년 11월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지휘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임명되자 그 휘하 1차장으로 두 달여간 윤 지검장을 보필했다.

김오수(20기) 법무부 차관은 유임됐으며, 황철규(19기) 부산고검장은 9월부터 국제검사협회장직 수행을 위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종래 신임 검찰 총장 취임 시 사법연수원 윗 기수와 동기 검사장들이 모두 용퇴하던 관행하던 벗어나,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고검장금 및 검사장급에 사법연수원 윗 기수와 동기 다수 보임했다"며 "검찰 조직 운영도 시대적 변화와 흐름에 따라 기수와 서열 위주가 아닌, 업무와 전문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자평했다.

한편 이원석 대검 기조부장은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조사한 검사로, 2017년 5월 공판에서는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이 검찰의 기소가 허황되다고 주장하자 "이 곳은 정치법정이 아니다"라고 반박한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문홍성 대검 인권부장은 2017년 진경준 전 검사장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특임검사팀으로 파견돼 헌정 사상 첫 현직검사장 구속기소라는 성과를 올렸다. 심우정 서울고검 차장검사는 심대평 전 충남지사의 아들로 어버이연합 의혹사건 및 진경준 검사장, 우병우 전 수석 관련 수사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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