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세무조사 받죠?"… MB 측, 이학수에 '뒤끝 작렬'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학수 "이명박 정부 자금 요청 받았다" 송곳 증언

[더팩트ㅣ서울고법=송주원 인턴기자] "그런데 증인, 지금 세무조사 받고 있죠?"(MB 측 변호인) "지금 대답해야 합니까?"(이학수)

이명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법정에서 '뒤끝'을 보였다. 법리적 공방만 오가야 할 법정에서 증인의 사적인 약점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학수(73)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3월 같은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시인해 욕설을 듣기도 했다. 그 뒤 이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총액은 100억 원을 넘어섰다.

이 전 부회장은 이날 재판에서도 불리한 증언을 이어갔다. 반대신문을 진행하던 변호인은 결국 참지 못했다. 바로 몇 분전 언론 보도된 이 전 부회장의 세무조사를 꼬집었다.

17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는 이 전 부회장과 최도석 전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 사장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재판을 통틀어 핵심 증인으로 꼽힌다.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 '다스'(DAS)의 미국 소송비 대납 혐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삼성전자 임직원들 모두 "사내 고위층 이 전 부회장의 지시를 거스를 수 없어 그대로 이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같은 날 증인석에 선 최 전 사장 역시 "이 전 부회장의 지시에 토를 달 수 없었다. 통상적인 사내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거역할 수 없는 존재' 이 전 회장의 진술에 이목이 쏠렸다. 이 전 회장은 지난 3월 같은 자리에 앉아 "이 전 대통령을 위한 소송 비용으로 68억 원을 줬다"는 결정적인 진술을 했다. 변호인 측 반대신문에서는 "대선 후보(이 전 대통령)가 관련된 돈이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보고했다"고 쐐기를 박았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의 증언을 지켜보던 이 전 대통령은 증인석을 향해 "미친X"이라고 수차례 욕설까지 했다. 약 4개월 만에 만난 이 전 대통령은 증인신문 내내 변호인과 귓속말을 하는 등 눈을 감고 증언에 집중하는 평소와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이 전 부회장은 10년을 훌쩍 넘긴 일인 만큼 구체적 기억은 없다면서도 김석한 에이킨검프 변호사의 부탁을 받고 자금을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부회장의 증언에 따르면 다스의 미국소송을 담당한 에이킨검프 소속의 김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2007년 무렵, 이 전 부회장에게 "미국에서 진행 중인 법률 소송이 있는데 그 비용을 삼성에서 도와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이 전 대통령이 취임한 후 2008년 연말~2009년 연초 무렵에 다시 찾아와 "청와대에 다녀왔다"며 "미국에 들어갈 돈을 좀 더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 전 부회장은 최 전 사장에게 "삼성전자 미국 법인(이하 'SEA')의 오모 씨에게 에이킨검프에 소송비를 대납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이학수 이명박 정부 자금 요청 받았다 송곳 증언[더팩트ㅣ남용희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검찰이 "삼성그룹이 피고인(이 전 대통령)에게 자금을 지원했다고 이해해도 되겠냐"고 묻자 이 전 부회장은 "그렇다"고 시인했다. 우배석 판사는 "청와대라는 말이 자꾸 나오는데 자금 지원 대상이 구체적으로 누구냐"며 "다스냐 대한민국이냐. 아니면 이 전 대통령이냐"고 물었다. 이 전 부회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스에 대한 기억은 없다. 당시 대통령과 관련된 소송비였다"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당시 이 전 부회장이 미국 주재원 오씨 1명을 특정해 지시를 내린 점, 공소사실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을 위해 매달 12만 5000달러를 지급했지만 별다른 사내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앞서 최 전 사장은 "이 전 부회장이 SEA 오씨를 시켜 인보이스에 적힌 대로 일을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부회장과 오씨는 서로 사내 간부로 알고 있을 뿐 별다른 친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회장은 "왜 오씨를 특정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최씨가 거짓말할 사람은 아니다. 제가 오씨에게 일을 맡기라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품의서 외에 지급내역에 대한 별다른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는 "사적으로는 큰돈이지만 회사 일에서 12만 5천 달러가 큰돈은 아니다. 그것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대신문이 별다른 성과 없이 길어지자 변호인은 "그런데 지금 세무조사를 받고 있지 않냐"고 사생활을 캐물었다. 이 전 부회장은 "지금 대답할 문제냐"고 언짢음을 감추지 못했다. 변호인은 "아니 그냥 증언의 신빙성이 의심돼 물어봤다"고 일갈했다. 언론매체 '노컷뉴스'가 17일 오후 5시경 단독 보도한 바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은 지난 3월부터 재산관련 변동조사, 차명재산 조사 등 이 전 부회장에 대한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벌였다. 이날 재판이 오후 2시경부터 5시까지 진행된 것을 고려하면 변호인 본인도 해당 정보를 접한 직후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을 기점으로 삼성으로부터 51억 6000만원을 더 제공받았다는 이 전 대통령의 혐의에 더욱 힘이 실렸다. 애초 67억 7000만원 상당이었던 대납액은 지난 5월 국민권익위원회의 인보이스(명세서) 제보로 119억 3000만원으로 늘어났다. 제보자 신원과 인보이스 원본을 확실히 할 것을 요구한 변호인과 공익 제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검찰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검찰은 에이킨검프에 국제사법공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국제사법공조란 국가 간에 민사․형사의 사법절차를 위해 협력하는 것으로, 미국 회사인 에이킨검프로부터 당시 거래내역을 증명할 증거자료를 받기 위함이다.

이 전 대통령 속행 공판은 다음달 23일 열릴 예정이다. 23일에는 뇌물 금액 추가에 유력한 증거인 인보이스 입증을 놓고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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