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대놓고 인종차별…이주여성 "차별금지법 제정"

15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한국이주여성연합회 회원들이 베트남 아내 무차별 폭행사건과 관련,이주여성의 권리보장과 인종차별을 포괄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법무부 장관 면담 요청 "이주여성 체류자격 기준 바뀌어야"

[더팩트ㅣ송주원 인턴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의 이주민 차별 발언을 계기로 이주여성단체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목소리를 높였다. 법무부 장관과 면담을 요청해 결혼이주여성 체류자격의 개선점도 지적할 예정이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난민인권네트워크 등 85개 시민단체는 15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청사 앞에서 '이주여성의 권리 보장과 인종차별을 포괄하는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정 시장이 다문화가정 자녀를 ‘잡종’이라 비하한 발언으로 그간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살아온 결혼이주민들의 분노가 지속되고 있다"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의 발언을 비롯해 정치인들의 인종차별적 혐오 발언이 끊임없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지난해 부산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이주노동자가 한국인과 같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5월에는 정 시장이 한 대학교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를 두고 "잡종이 예쁘고 건강하다"는 혐오성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이주여성들은 다문화가정을 향한 정치인의 계속된 실언을 막기 위해 이를 규제할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치인의 발언은 인터넷과 미디어, 공적 장소에 회자돼 2차 피해까지 번진다"며 "그러나 현행법은 이러한 사태를 제지할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사회에 전반에 걸친 사회적 소수자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온라인에 동영상이 확산된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폭행사건도 언급했다. 이주여성들은 "피해여성들은 이혼 후 체류자격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정폭력 피해자조차도 체류자격을 보장받기 힘든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혼인관계 여부와 상관없이 (이주여성의) 체류자격을 별도로 심사하도록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여성 당사자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주여성의 체류 연장은 사실상 배우자의 의사에 좌우된다. 이주여성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많은 이주여성이 남편의 폭력에도 체류자격 때문에 결혼생활을 견디다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살해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항의서한을 법무부에 제출했다. 또 결혼이주여성의 체류자격 정책을 놓고 법무부 장관과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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