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증언은 팩트"…7년 전 인터뷰서는 왜 그랬나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박영수 특검 활약 이후 거침없이 직진하던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윤우진 의혹’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 보면 윤 후보자에게 법적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핵심은 윤 후보자가 누구에게 거짓말을 했느냐다. 7년 전 인터뷰한 기자에게 했느냐,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에게 했느냐. 이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윤우진 의혹’의 주요 등장인물은 4명이지만 관계가 조금 복잡하다. 친형제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과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 이남석 변호사, 그리고 윤 후보자다. 윤 후보자와 윤 국장은 형제 버금가게 가까운 사이다. 이남석 변호사는 검사 시절 윤 국장의 직속 후배이자 윤 후보자와도 일했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은 2012년 육류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해외도피에 인터폴 수배까지 떨어졌다가 8개월 만에 강제 송환됐는데 무혐의 처리돼 의혹을 키웠다. 경찰이 영장을 7번 신청했는데 1번 만 발부가 됐다. 검사 친동생인 윤 국장이 뒤를 봐줬다는 의심이 나왔다.
처음 관심은 윤 후보자가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구해줬는지에 쏠렸다. 변호사법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해줬더라도 ‘직무상 관련성’ '기관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어 변호사법 위반은 아니라는 의견이 약간 우세하다. 불법이 맞더라도 공소시효가 끝나 처벌 대상이 아니다. 이 경우 해당되는 변호사법 조항은 제 36, 37조인데 공소시효가 각각 5년, 1년이다.
사실상 문제는 ‘거짓말’이다. 2012년 언론 인터뷰 때 말과 청문회에서 말이 달랐기 때문이다.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다. 어느 쪽이 거짓말이냐가 관건이다.
일단 당사자인 윤 후보자, 윤 국장, 이 변호사 모두 일관되게 윤 후보가 변호사 선임을 알선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윤 국장이 친형(윤우진)에게 이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데 증언이 일치한다. 윤 후보자가 이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물증은 문자메시지였다. 이 변호사가 윤우진 전 서장에게 보낸 메시지가 '윤석열 부장이 소개해서 연락했다'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문회에서 당시 경찰 수사팀 증언으로 '윤과장이 소개해서 연락했다'가 정확한 내용이었고 윤석열이라는 이름은 없었다는 게 확인됐다. 당시는 윤석열, 윤대진 모두 부장검사이자 과장이었는데 세 사람은 문자 속의 과장은 윤대진이었다고 지목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뒤집을 증거가 없다면 윤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은 걸로 보인다.
논란은 2012년 윤 후보가 주간동아와 했던 인터뷰다. 여기서는 "내가 윤대진 모르게 윤 전 서장에게 이 변호사를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청문회 답변과 다르다. 다만 윤 후보와 윤 국장은 "윤대진을 보호하기 위해서" 인터뷰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해명한다. 지난 9일 새벽 청문회에서 인터뷰 녹음파일이 공개된 뒤 정회 시간에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윤 후보자가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제가 대진이를 보호하기 위해 저렇게 말했을 수는 있는데 사실은 이남석이 대진이 말을 듣고 했다는 거거든요."
윤 국장도 "윤 후보자가 나를 보호하려고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 변호사를 소개했다고 말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2012년 당시 윤 국장은 친형 사건 때문에 안팎의 의심을 받아 사표를 낼까 고민할 정도로 궁지에 몰렸던 걸로 알려졌다. 특히 윤 국장이 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이철규 경기경찰청장을 구속기소한 뒤 경찰이 벼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서초동에 파다했다고 한다. 또 법조계에서는 유별난 보스 기질, 식구 챙기기에 달변가인 윤 후보자의 스타일 상 이런저런 언론 취재에 응하면서 ‘말이 말을 낳았을’ 가능성도 높게 본다.
변호사 소개는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윤 후보자가 윤 전 서장이 무혐의 처리되는데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훨씬 본질적이다. 이는 근거가 더 희박하다. 당시 윤우진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가 맡았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최교일 현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다. 윤 후보자는 그 기간 대검찰청 중수부~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소속 부장이었다. 수사 지휘 라인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 사건은 당시 정치권에서도 쟁점이 됐다. 2013년 4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이 연달아 반려되는 등 윤우진 사건 처리에 검찰이 부당하게 개입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의를 했다. 당시 답변자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다.
"검찰의 가족이라고 도와주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명자료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의혹의 소지가 없게 수사하도록 지도하겠습니다."
검찰과 불편했던 경찰도 윤 후보자와 윤우진 사건의 연관성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장우성 성북경찰서장(당시 수사팀장)은 "당시 윤석열 검사와 접점은 발견하지 못 했다. 윤우진의 친동생이 부장검사(윤대진)라 영장이 자꾸 기각되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에게 암초가 된 인터뷰 녹음파일은 반대로 면죄부도 된다. 그가 윤우진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보이기 때문이다. 녹음파일의 한 대목이다.
"윤우진 씨는 ‘경찰 수사가 좀 너무 과하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 아마 내가 그 사건을 지휘하는 검찰 부서에 얘기를 해줬으면 하고 기대하고 하는 얘기인지 모르겠는데, 그건 우리가 할 수가 없잖아요. 지금부터 내가 이 양반하고 사건 갖고 상담을 하면 안 되겠다 싶어가지고. 내가 중수부 연구관 하다가 막 나간 이남선 변호사 보고 그러면 윤우진 서장 한번 만나봐라 (얘기했다.)"
국회에서는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이 윤 후보자 사퇴를 주장하지만 검찰총장은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야당이 윤 후보자의 위증을 거론할 수 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법 상 위증은 처벌 조항이 없다. 또 다른 의혹이 나오지 않는다면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가능성은 높아보인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현재까지 나온 정황을 종합하면 윤석열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한 증언은 위증이 아닌 팩트로 보인다"라며 "처음부터 2012년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으면 의혹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임명에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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