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본인 이야기 하기 바빠…'윤우진 변호사 선임' 녹취파일 공개로 쟁점화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8일 오전부터 12시간이 넘게 진행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결정적 문제 제기 없이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막판 '윤우진 의혹' 허위 답변 논란이 불거졌다.
'윤우진 의혹'은 2012년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리된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윤 전 서장이 친동생인 윤대진 당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현 법무부 검찰국장)와 막역한 윤석열 후보자가 소개한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무혐의 처리에 부당한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는 8일 늦게 2012년 당시 윤석열 후보자(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장)가 주간동아 기자와 통화한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이 파일에서 윤 후보자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검찰 후배인 이모 변호사를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이 파일을 좀더 들어보면 윤 후보자는 당시 통화한 기자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윤우진 씨는 ‘경찰 수사가 좀 너무 과하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 그런데 아마 그게 내가 그 사건을 지휘하는 검찰 부서에 얘기를 해줬으면 하고 기대하고 하는 얘기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그건 우리가 할 수가 없잖아요. 지금부터 내가 이 양반하고 사건 갖고 상담을 하면 안 되겠다’ 싶어가지고. 내가 중수부 연구관 하다가 막 나간 이모 변호사 보고 ‘일단 네가 대진이한테는 얘기하지 말고, 네가 그러면 윤우진 서장 한번 만나봐라 (얘기했다.)"
윤 후보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윤우진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준 적 없다"고 답변한 것과 다른 내용이다. 또 "‘윤석열 부장이 보낸 변호사입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윤 전 서장에게) 보내게 했다"는 발언도 나온다.
야당 의원들은 윤 후보자가 허위 답변을 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실망스럽고 우롱당한 느낌"이라며 "검찰총장은 도덕적이고 정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자는 "제가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준 적 없다고 한 것은 이 사건 변호사 선임에 관여한 바 없고 의혹과 무관하다는 뜻이었다"라고 해명했다. 실제 문제의 이 변호사는 윤우진 전 서장의 변호인으로 선임되지 않았다.
윤 후보자는 또 "7년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저 녹음파일 내용도 팩트대로 말한 건지는 확실하지 않다. 기자들이 전화를 해오니까 (윤우진 전 서장의 친동생인) 윤대진 검사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차원에서 내가 했다고 이야기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논란 전까지 윤석열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사실상 '맹탕'으로 진행됐다. 국회 법사위 여야 의원들 모두는 2번의 정회 후 인사청문회를 시작하기로 예정했던 오후 2시, 오후 8시 10분께 그 누구도 시간에 맞춰 청문회장에 나오지 않았다. 2차례 모두 10여분 늦게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여유롭게 서로에게 농담을 하며 착석했다. 또 주어진 발언 시간이 한정됐다는 이유로 윤 후보자의 답변을 듣기 보다는 본인들이 준비한 발언하기에 급급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8일 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오전 10시부터 자정 너머까지넘게 진행했다. 야권은 인사청문회 전부터 제기된 윤 후보자와 친한사이로 알려진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에 윤 후보자가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검증하는데 열을 올렸다. 또 윤 후보자가 지난 2월께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만난 사실도 쟁점이 됐으나 오래가진 않았다.
여당은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황교안 청문회' 양상을 되풀이 하려 했으나 윤 후보자는 "2013년 (서울고등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모두 이야기 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본인들의 질의 시간을 윤 후보를 적극 지지하고 엄호하는데 사용하기도 했다.
검찰총장으로서의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날 조심스러운 태도로 일관했던 윤 후보자 역시 이때부터 자신의 소신에 대한 입장을 제대로 밝혔다.
윤석열 후보자는 경찰 수사를 검찰 지휘 아래 둬야 한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도 검찰의 직접 수사는 점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자는 "검찰의 본질적 운용은 소추(공소 제기) 기능에서 비롯된다. 검경이 일방적 지휘 관계가 아닌 수사 과정에서 직접 대면하고 정보를 공유해서 합당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자신의 경험을 예로들며 이같이 설명했다. 또 "현재 공소 유지해야 할 사건들이 많아 지금 당장은 검찰의 직접 수사를 중지할 수 없다. 하지만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검찰 총장이 되면 조직 내 경직된 분위기를 유연한 분위기로 바꾸고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제도의 변화를 고민해 보겠다"며 "지금까지는 해오던 대로 하면서 방식만 인권친화적이라고 했지만, 과연 검찰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부터 국민의 관점에서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오후까지 즉답을 피했던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 대한 외압 의혹도 보충 질의 때 결국 거듭 시인했다. 윤 후보자는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대검찰청 지휘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이 공직선거법 적용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이후 검찰이 사건을 송치 받아 수사한 결과 공직선거법이 적용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추가 자료를 발견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는 특히 "국정원 관련 계정에서 선거 운동으로 보이는 글들이 많이 발견됐다. 사이버상에서 대화가 리얼하게 나왔다"고 밝혔다.
추가 질의 때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윤 후보자 배우자가 졸업한 대학을 묻자 윤 후보자는 "(아내가) 본인이 졸업한 대학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의원님이 알기를 원하시면 개인적으로 알려드리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배우자의 페이스북에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했음'이라고 적혀 있다고 지적하자 윤 후보자는 "서울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가 마지막"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제 학력이 밝혀졌으니 석사 증명서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고, 윤 후보자는 "그러겠다"고 답했다.
앞서 윤 부호자는 인사청문회 전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국회가 요구한 대부분의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 과정에서 군 면제 사유인 '부동시' 관련 신체 검사 자료와 부인의 대학원 석사 학위 증명서 등은 제출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윤 후보자는 청문회 도중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 변창훈 검사 이야기가 거론되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윤 후보자는 "변창훈 검사는 검찰 안에서도 아끼고 사랑하던 후배"라며 "한달 동안 앓을 정도로 마음이 괴로웠다. 국정원 직원을 이미 구속한 마당에 내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올 것 같아 하고 싶지 않았지만 강하게 수사했다)"라고 밝혔다.
윤 후보자는 검찰총장 후보자로 인사청문회에 나선 만큼 비교적 위원들 의견을 유념해 검찰총장으로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장이 되기 전 본인의 소득 내역이나 시력 공개, 부인의 출신대학 등을 공개하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애쓰는 모습을 보인 점은 아쉽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윤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시청한 국민들은 "아직도 하고 있냐"는 반응이 가장 많았고, 윤 후보자에 대한 직접적인 의견보다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 태도나 내용에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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