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성매매 대표적 유입경로…"사업자 등록제 도입해 투명화 해야"
[더팩트ㅣ송주원 인턴기자] 성범죄부터 마약밀매까지 채팅앱은 그야말로 ‘범죄의 온상’이다. 미성년자로 가정한 <더팩트> 취재진은 높은 금액은 물론 방까지 구해주겠다며 성매매를 요구하는 남성을 어렵지 않게 포착했다. 익명의 20대 여성은 평소 채팅앱으로 대화를 해오던 남성과 만나기 위해 약속장소로 나갔으나 불길한 분위기의 남성이 무리지어 있는 것을 보고 도망쳤다고 몸서리쳤다. 남성이 채팅앱으로 만난 여성을 숙박업소에서 살해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경찰이 채팅앱에 잠입해 마약거래상을 적발하는 함정수사를 주로 택하는 것도 채팅앱상 범법 행위가 만연함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채팅앱이 범죄의 거점이 됐지만 현행법에는 본인인증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대책도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이버 상에서 발생하는 청소년 성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봤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 운영자-가해자 '신원 불상'
조진경 십대인권여성센터 대표는 2016년 255개 기관과 연대해 청년 성매매가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는 채팅앱 7개를 아동‧청소년 성매매 알선 혐의로 고소했으나 출발부터 난항을 겪었다. 채팅앱 운영자의 신원을 도무지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조 대표는 모니터링을 위해 채팅앱에 잠입했을 당시 해당앱에서 유료로 판매하는 아이템을 샀던 기억이 났다. 구매영수증 발행처를 추적한 결과 채팅앱 운영자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었다.
운영자도 아닌 사용자의 신원을 파악하기란 더 어렵다. 2016년 여성가족부에서 조사한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매매 조장을 방조한 채팅앱 317개 중 87.7%에 달하는 287개가 본인인증 없이 가입과 이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더팩트> 취재진이 사전정보 없이 임의로 가입한 채팅앱 3개는 별명과 성별, 나이와 지역만 입력해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기재해야 하는 정보도 확인 절차가 따로 없어 거짓된 내용을 써도 무방하다. 일부 앱은 상대방이 대화방을 나갈 경우 '알 수 없음'으로 처리돼 기존에 볼 수 있었던 프로필 사진과 별명도 확인할 수 없다. 가해자는 물론 범행장소가 된 채팅앱의 운영자 신원도 확실하지 않아 개인 피해자는 신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채팅앱 범죄를 뿌리 뽑을 첫걸음은 본인인증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최근 채팅앱 문제가 많이 발생하니 (채팅앱) 운영자들도 실명인증을 도입하는 추세지만 상당 수 채팅앱은 여전히 실명인증을 하지 않고 있다"며 "관련 법률을 명시해 실명인증은 물론 성인인증도 반드시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본인인증과 성인인증 절차를 강제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론이 붙는다. 아동이 부모의 신상정보로 대신 가입해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접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정보통신망에 있어 본인확인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기본부터 지키고 실효성을 따져야 한다. 익명성을 빌어 각종 범죄가 난무하는 지금 실효성을 따지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반박했다.
채팅앱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으로 분류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만 해도 쉽게 운영할 수 있다. 장명선 이화여자대학교 젠더법학연구소 교수는 기존 신고제를 등록제로 전환해 관할 부처의 체계적인 관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부가통신사업은 특수한 유형으로 분류될 경우 등록을 의무화할 수 있는데 그 기준은 전기통신설비 연결을 통해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것이다.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채팅앱 역시 그 근거가 충분하다. 장 교수는 "등록제를 통해 운영자 신원을 명확히 하고 투명한 운영을 제도화할 수 있다"고 했다.
◆청소년 성매매 '총체적 난국'…법안부터 총정비해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2017 성매매 피해청소년 치료.재활 사업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의 성매매 유입경로는 인터넷(SNS, 채팅 등)이 55.4%로 가장 높았다. 지인의 소개가 27.7%, 업소(노래방, 주점 등)가 7.4%로 뒤를 이었다. 성매매에 말려든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채팅을 이용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거처가 불안정한 가출 청소년이 성매매에 빠지기 쉽다는 통념도 이제 옛말이 됐다. 우수명 대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4월 성매매방지 정책토론회에서 성매매를 경험한 청소년 중 가출경험이 없는 사례도 52.4%로 과반수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우 교수는 "집에서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발달해 성매매 접근성 역시 높아졌다"며 "가출 청소년이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하게 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청소년 전반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구멍난 현행법을 지적하며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진경 대표는 급성장하는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성범죄는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 등 최신 유행에 민감한 청소년의 경우 더 취약하다. 조 대표는 "앞서 영국은 경찰청 산하에 아동‧청소년 성착취를 집중적으로 수사하는 전담기구를 설치했다"며 "우리 정부 역시 경찰청과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이 협력해 갈수록 교묘해지는 정보통신망에서의 청소년 성범죄를 단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대표가 언급한 영국 전담기구는 CEOP(Child Exploitation and Online Protection Command)로 구글 크롬과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포함한 통신망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수상한 인물이 발견되면 즉시 아이피를 추적해 해당 지역 관할서에 수사를 요청한다.
아동‧청소년에게 성매매 등 성행위를 요구만 해도 처벌하도록 기존 법안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현행법은 폭행이나 협박, 채무 관계 등을 이용해 미성년자를 간음하거나 성매매로 유인한 자를 처벌한다. 이마저도 실제 간음행위가 이뤄지지 않으면 처벌받은 사례는 극히 적다. 채팅앱에서 미성년자의 성매매를 유도하는 일이 공공연한 만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성행위 요구를 자체를 처벌할 조항 신설이 절실하다. 지난 5월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아동‧청소년에게 성매매를 요구하거나 유인한 자를 처벌한다고 명시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청소년 성매매 주요 유입 경로가 채팅앱이다. 해당 공간을 법적으로 명시한데 큰 의의가 있다"며 "성행위 요구자를 사실상 아동‧청소년 성범죄 미수범으로 간주해 더 큰 범행을 사전에 차단할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성매매 경험이 있는 청소년을 피해자로 정의할 필요성도 있다. 성매매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범죄자로 낙인찍힐까 두려워 신고를 망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채팅앱 매개 청소년 성착취 현황과 대응방안'(2019)에 따르면 수사기관에서 성매매 관련 조사를 받게 된 이유는 부모 또는 주변의 신고가 39.6%로 가장 많았다. 아동‧청소년이 수사 중 경험한 것으로 '무시하는 태도'(43.4%)가 가장 많았으며 '범죄자 취급'(34.0%)이 뒤를 이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성매매 대상 청소년'으로 일반 성범죄 피해자와 분리해 보호처분을 내린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보호처분을 처벌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년 비율은 46.6%로 가장 높았다. 수사관 등 업무담당자 역시 보호처분은 처벌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 비율이 22.3%로 꽤 높게 나타났다. 장명선 교수는 "아동‧청소년이 성매매에 응했다더라도 자발적 성매매로 볼 수 없다"며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아 한시라도 빨리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2017년 관련 법률에서 '대상 아동·청소년' 조항을 삭제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미국, 캐나다, 영국, 스웨덴 등 많은 국가에서 미성년자 성매매는 동의와 상관없이 처벌의 대상이라는 점을 들었다. 특히 영국은 2015년 모든 법을 전면 개정하고 미성년자 성매매라는 단어 대신 '성착취'로 명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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