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양승태-박병대 검찰 진술 엇갈려...사이 틀어질까?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박병대 전 대법관측 변호인이 지난주부터 공판 하루 전날 기일변경 신청과 의견서 등 각종 서류를 제출하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재판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소 후 벌써 4개월이다.
박 전 대법관측 변호인은 세 사람의 4차 공판을 하루 앞둔 11일 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 출력물 중 일부가 아닌 전체의 동일성과 무결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증거 동의 여부는 해당 출력물이 압수된 USB 안에 담긴 것이라는 전제가 성립된 뒤에야 결정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박 전 대법관측 변호인은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의) 압수수색 교부서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 USB에서 출력한 파일들의 목록이 정확히 매칭되지 않는다. 검찰 의견서에 기재된 UBS 파일목록이 압수목록 어디에 해당되는지 특정해 달라"며 의견서를 제출한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 앞서 박병대 전 대법관측은 5일로 예정돼 있었던 3차 공판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박 전 대법관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며 기일변경을 신청한 바 있다.
검찰은 강력히 반발했다. 검찰은 "변호인들은 4개월 동안 재판 절차를 진행하며 기록을 충분히 검토했을 것이고, 일부 자료만으로도 동일성을 검증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 이제서야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은 재판을 지연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재판부의 지휘를 촉구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법관측 손을 들어줬다.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중요하다는 이유에서지만, 나중에 혹시 피고인측에서 또다시 이의를 제기할 경우 재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이 새롭게 발견한 것이 있다면 검증을 제대로 하는 것이 맞다"며 향후 검증 절차에서 개별 증거 하나하나에 대해 모두 증명하는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기존 공판준비기일부터 지금까지 해왔던 합의를 완전히 거스르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임 전 차장 UBS 출력물 전체에 대해 출처를 특정하는 작업을 다시 해야 한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측의 우려를 반영해 증인신문 일정은 그대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증인신청과 관련해서도 정리해야 할 것이 많은데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다"며 양측의 협조를 당부했다.
박 전 대법관측의 이의 제기로 재판부는 결국 이날로 예정했던 임 전 차장의 USB 출력물과 원본 자료가 동일한지 여부를 검증하는 절차는 진행하지 못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강제징용 사건 관련 이른바 '2차 공관회동'을 두고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의 진술이 엇갈린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두 사람의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을 일부 공개하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2014년 10월 김기춘 전 비서실장 공관에서 강제징용 사건을 논의한 회동과 관련해 "박 전 대법관으로부터 회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사전에 보고 받지 못했고, 다녀온 뒤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반면 박 전 대법관은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위치상 그런 정도는 보고하고 갔을 것"이라고 진술해, 같은 사건에 대한 두 사람의 기억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신문조서 내용 공개가 향후 재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측의 '본인은 관계없다' 전략과 박 전 대법관 측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기존의 주장에 변화를 가져올 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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