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킹크랩 수혜자는 김경수" vs 변호인 "팩트 아닌 주관"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다. 다들 고 노무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하지 못 한 소감을 물었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많이 아쉽습니다. 저를 대신해 깨어있는 시민들이 봉하마을을 찾아주고 추도식에 참석해줄 거라 믿고 저는 오늘 재판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0년 전 이날,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에게 처음 비보를 전한 사람,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인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동안 앞서 4차례 열렸던 공판 때와 비교될 정도로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2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 출석한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여러모로 달라 보였다. 4월 17일 보석으로 풀려난 뒤 처음 진행된 25일 공판에서 김 지사는 휴정 때 법정 밖 복도로 나와 지지자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악수를 나누는 등 밝은 모습을 보였다. 이날 재판에서는 사뭇 달랐다. 몸은 법원에 있지만, 마음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듯 했다.
김 지사가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8년 서거 9주기 추도식에는 경남도지사 후보 자격으로 참석하면서 "반드시 승리해 소명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당선된 이후 맞는 첫 추도식에는 자신의 재판때문에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을 수 없게 됐다.
김 지사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스스로 이번 추도식을 탈상하는 날로 생각하고 준비해 왔지만, 어려워졌다. 탈상은 뒤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조금 늦더라도 좋은 소식을 가지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대통령님을 찾아뵈려 한다"며 "뒤로 미룬 탈상은 그때 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재판에는 드루킹 일당 중 한명인 서유기, 박 모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박 씨는 경기도 파주에 있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산채 사무실에서 숙식하며 댓글 작업한 기사 내역을 엑셀 파일로 정리해 드루킹 김동원 씨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댓글 조작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킹크랩 시연회에 사용할 브리핑 초안을 자료로 만들어 드루킹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원심에서 킹크랩 댓글 작업은 선플운동과 다르게 김 지사의 허락을 받고 진행했다고 진술했다. 그 이유로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작업은 김 지사가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동시에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양날의 검과 같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드루킹이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적이 없어 스스로 그렇게(허락을 받고 진행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어차피 같은 댓글 작업인데 선플운동으로 하든 킹크랩으로 더 효과적으로 하든 김 지사 허락과 상관없이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하자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드루킹이 어떤 취지에서 김경수한테 허락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저의 추측"이라고 덧붙였다.
김 지사 측은 '서유기' 진술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김 지사의 변호인은 "오늘 재판부도 느끼셨겠지만 박 씨는 팩트를 진술하기보다는 주관적 인식을 말하는 경향이 있다"며 "오랜 조사와 재판을 거치며 많은 사고를 하는 과정에서 자기 확신에 빠지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특히 "킹크랩은 김 지사를 위한 프로그램이 아닌, 오히려 경공모의 목적과 일정에 따라 만든 것"이라면서 "김동원은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순위를 킹크랩,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올렸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
한편 이날 김 지사의 5차 항소심 공판을 찾은 방청객의 수도 다른 때보다 적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같은날 30분 먼저 열린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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