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지사, 23일 항소심 공판..."추도식 첫 불참에 심경 복잡할 것"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2019년 5월 23일.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 30분까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린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이날 추도식에 참석하지 못한다. 공교롭게도 같은날 서울고등법원에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관련 김 지사 본인의 5차 공판이 열리기 때문이다. 재판 시간도 오후 2시부터여서 물리적으로 참석이 불가능하다.
김 지사는 이런 사정을 미리 알았던 듯 지난 1일 김해시·노무현 재단, 사단법인 가야차인연합회가 주최한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 헌다례'에 참석했다. 결과적으로 10주기라는 상징성이 있는 23일 추도식에는 참석하지 못하지만, 앞서 봉하마을 찾아 노 전 대통령에게 미리 인사한 셈이다.
김 지사는 1일 추모 헌다례에 참석해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장군차를 심고 가꿨다"며 "올해 처음으로 가꾼 장군차로 행사를 했으니 대통령도 좋아하셨을 것 같다"고 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김 지사가 해마다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빠짐없이 참석했는데 올해는 재판일과 겹쳐 갈 수 없는 상황이라 심경이 복잡할 것"이라며 "재판이 끝난 뒤 개인적으로라도 봉하마을을 방문할 계획은 없다. 언론 인터뷰 요청이 많아 10주기 관련 메시지는 22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추모 헌다례는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고 김해 장군차에 대한 사랑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장군차는 옛 가야지역인 김해의 오래된 전통 발효차로 들찔레 향기 같은 상큼한 차향과 달콤한 감칠맛 등 특유의 매력으로 유명하다.
이에 따라 올해 서거 10주기 추도식에는 생전 노 전 대통령의 '친구'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가장 잘 아는 마지막 비서관 김 지사까지 참석하지 못하게 돼 두 사람의 빈자리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취임한 지 13일만인 5월 23일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앞으로 임기 동안 (노 전 대통령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 현직 대통령으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밝힌 뒤 지난해부터는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김 지사도 2018년 9주기 추도식에는 경남도지사 후보 신분으로 참석했지만, 정작 당선된 이후 맞은 첫 추도식에는 함께 하지 못하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김 지사의 손에 항상 메모수첩과 녹음기가 들려 있는 모습을 보고 "부지런하다"고 칭찬한 것으로 알려졌다.김 지사는 2002년 대선 당시 선거캠프에 합류하면서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당선 이후로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 행정관, 제1부속실 행정관, 연설기획비서관, 공보담당비서관 등을 지내며 대통령의 모든 활동을 다큐멘터리처럼 기록하며 그림자 수행했다.
김 지사는 또 노 전 대통령이 2008년 2월 임기를 끝내고 봉하마을로 귀향할 때 역시 공보담당비서관으로 동행했다.
그리고 2009년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봉하마을까지 찾아온 조문객을 맞기 위해 자신의 슬픔을 억눌러야했다. 서거 이후 김 지사는 2009년 봉하재단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부 본부장, 18대 대통령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보 특별보좌관, 더불어민주당 경상남도당 위원장 등을 거쳐 2016년 5월에는 제20대 국회의원(경남 김해시을), 2018년 7월에는 제37대 경남도지사에 당선됐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의 고통이 너무 크다> 파일 이름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송은화 happy@tf.co.kr